well-aging
내 나이로 말할 것 같으면 40하고도 중반에서 후반으로 달려가는 중이다.
작년 가을부터는 급격히 몸의 기능이 떨어짐을 느낀다.
작은 글자가 보이지 않는 건 몇 년 되었다.
핸드폰 글자 크기도 조금 키웠다.
바느질에 눈이 침침하다.
급기야 텃밭에서 딴 깻잎을 씻는데, 잎에 붙은 벌레알도 안보이기 시작했다.
운전할 때 무릎이 시큰거린다.
목의 주름이 한 줄 더 늘었다.
초저녁 잠이 늘어서 나도 모르게 잠드는 경우가 있다.
잘 마시던 맥주 한 잔, 와인 한 잔에도 취기가 올라온다.
눈꺼풀이 자꾸 주저앉아 시야가 가려지고, 세상이 어두침침하다.
남편의 말소리, 상담실 동료의 말소리가 잘 안들린다.
밤길 운전이 점점 어려워진다.
새롭게 시작하는 것을 주저하게 되거나, 갑자기 난데없이 용감해진다.
생리주기가 들쭉날쭉하다. 생리기간, 배란기간에는 몸이 붓고 아랫배 통증이 더 심해진다.
아. 이렇게 변하고 있구나. 이렇게 늙어가는구나.
인간 육체의 유한함, 생성과 소멸을 내 몸으로 몸소 느끼고 있다.
그런데 문득, 이것만 있나.. 늙어감이 이것 뿐인가 더듬어본다.
식상하고 뻔한 이야기이지만.
나는 조금 더 여유있고 너그러워지는 것 같다.
관계를 소중히 하고 있다.
신중하지만 용기있게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편이다.
주변을 배려할 줄 알게 되었다.
무리해서 애쓰지 않는다.
감사한 마음을 더 많이 가지게 된다.
그 어려웠던 사랑이 무엇인지 이제 조금 알 것 같다.
내 주제를 알고 과한 기대를 하지 않는다.
작은 것에 머무를 줄 안다.
몸의 건강에 더 신경쓰고 나를 돌보려고 애쓴다.
침침한 눈 덕에, 바닥의 먼지와 머리카락을 적당히 지나칠 수 있게 된다.
사오정의 귀로, 더 잘 들으려고 노력한다.
그리하여, 50과 60의 나이가 기다려지는 마음도 생긴다.
차곡차곡 한 계단씩 현재를 살아가야지. 그렇게 잘 늙어가보자 다짐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