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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쓴다는 것

브런치 입문 소감기

by SOY

엄마, 나 작은 도서관 갔다 올게.

(퇴근해 집에 와보니 식탁에 작은 그림과 함께 남겨진 메모. 아직 핸드폰이 없는 딸아이가 남긴 쪽지)

현수야, 입학 진심으로 축하해. 네가 공부하고 싶은 분야의 학과를 잘 선택했다고 들었어. 아줌마가 임신했을 때 너는 자동차 그림을 정성껏 그려, 그것도 무려 입체카드로 축하 선물 주었던 기억이 난다. 아직도 간직하고 있어~ 새삼 ‘자동차’는 현수에게 소중한 친구 같은 존재라 느껴지네. 대학에서도 그 소중한 친구에 대해 맘껏 공부하며, 경험하고, 많이 나누며 지내길 바란다.

(친한 이웃의 아들이 대학 입학하여 쓴 축하카드)

짧은 메모를 남기고, 일기를 쓰고, 꿈을 기록하는 것.

축하카드를 쓰고, 긴 편지를 쓰고, SNS로 안부글을 쓰는 것. 블로거로 활동하고, 책을 발간하고, 학술논문을 집필하여 게재하는 것.

짧은 글, 긴 글. 일상의 글, 학문적인 글. 우리의 일상에는 다양한 ‘글쓰기’가 존재한다.

잘 쓰인 글을 보면 술술 읽히기도 하고, 곱씹어 읽으면 마음깊이 간직하고 싶어 되뇌게 되는 문장도 있다.

작가들의 그런 글쓰기 능력이 부럽고 신기해서 동경한다. 동경으로 그치면 좋으련만, 눈에 들어오는 좋은 책도 사서 조금 읽어본다.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움베르토 에코의 논문 쓰는 법> 같은 글 잘 쓰는 사람들의 글쓰기에 대한 책이다. 정독하지는 않고, 훑어본 후 책장에 꽂아둔다. 책장에 꽂아두면 내 뇌에 바로 꽂아둔 것 같은 착각을 준다. 언제든 꺼내면 볼 수 있는 나의 자원(source)이 되어 든든하다. 글쓰기 능력이 +1 상승된 것 같은 위약효과(placebo) 일 것이다.

따져보면 내 책장은 이런 류의 착각, 소망과 동경으로 가득 차 있고 결국 ‘수박 겉핥기’의 탐닉으로 끝나게 될 것 같았다.

그러기 전에, 조금 더 글을 써보자 다짐한다.

메모 대신 카톡으로 살고, 일기는 30대 이후에는 써본 적이 없으며, 꿈기록하는 정도였으나.

축하카드는 곰곰이 정성 다해 쓰지만, 긴 편지에는 재주가 없다고 생각했으나.

SNS는 최소로 하고 싶고, 블로그는 운영해 본 적 없으나.

책 집필도 어렵게 느껴지며, 학술적인 글만 겨우 원고로 작성해 본 정도이지만.

조금 더 낯선 글들을 써보자 마음먹어 본다.

글쓰기는 어쩌면 새로운 나를 발견하고 이해할 수 있는 과정일 수 있겠다, 어쩌면 40대 후반의 내가 나에게 줄 수 있는 선물일 수 있겠다고 기대해 본다. 이제라도 글쓰기에 대한 착각, 소망과 동경을 작은 실행으로 채워보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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