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공간을 회복으로 채우는 간소함의 행복
딴 길 새기 만재 ADHD 환자를
미니멀리스트로 만든 생활 백서
무조건 줄이기만 하는 미니멀리즘이 아닌,
취향도 지키고, 정리도 간편한
ADHD 맞춤 정리정돈법
나를 어지럽히는 산만함에서 벗어나
덜어내고, 선택한다!
비워진 공간을 회복으로 채우는
간소함의 행복
ADHD가 미니멀리즘을 실행하기에 어려운 원인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제는 ADHD 환자를 보완하는 미니멀리즘 실천에 필요한 마인드를 알아볼 예정이다.
사실 미니멀한 생활을 정리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물건만 정리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내가 왜 미니멀리즘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은 상태애서, 무작정 물건을 버리기만 한다면, 겉핥기 식으로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다가 되돌아가는 요요현상을 겪기 십상이다. 미니멀리즘의 본질은 '내게 꼭 필요한 것에 집중하는 삶'이라는 점이다. 그런 본질에 집중하려면 우선은 내 삶의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솎아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삶의 중요한 가치는 크게 사회, 건강, 경제, 문화, 가정 5가지가 있다. 이 다섯 가지 모두 골고루 밸런스를 맞추는 것은 좋지만, 최소한으로 줄이고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선정해야 한다.
'굳이 내 삶에 다섯가지를 골라야 하나'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굳이 그렇게 한 가지만 고르지 않아도, 조금만 줄여도 미니멀한 삶을 실현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그럴 만한 사정이 있다. 예를 들어 사회적인 가치도 중요하고, 경제적인 가치도 중요한 ADHD 환자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어느 날, ADHD 환자는 사회적 가치를 위해 모임을 나가 사람들을 위해 한 턱 크게 쏘고 온다. 당시에는 뿌듯했지만, 월말이 되면서 돈이 부족하다. 그때를 떠올리며 '그 때 왜 카드를 긁어가지고...' 라며 자책한다. 시간이 지나 두 가지의 가치가 충돌하는 상황이다. 이런 일은 ADHD 환자들이 자주 겪는 일이다.
여기 문화적 가치와 가정의 가치가 중요한 ADHD 환자 한 명이 있다. 아이들과 캠핑을 즐기는 목적으로 수많은 캠핑용품을 구매하지만, 아이들에게 필요한 용품은 캠핑용품 외에도 많다는 것을 간과한다. 그 모든 용품을 잘 관리할 수 있는 일반적인 사람이람면 아무 문제 없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계획 없이 충동적으로 텐트를 샀지만, 방 하나를 캠핑과 육아 용품 창고처럼 쓰다가 결국 못 쓰게 된 물건은 헐값에 당근에 올리는 결말을 맞게 된다. 그렇게 사서 손해를 보게 되면 결국 '돈은 돈대로 쓰고'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된다.
위 다섯가지 가치는 사치다, 트렁크 하나면 어디든 떠날 수 있는 궁극의 미니멀리즘 라이프도 있다. 그 방법을 내게 적용해 보려 했으나, 당장 실천하기엔 어려움이 많아 실패하기 일쑤였다. 이런 ADHD를 위한 미니멀리즘이지만, 차선책이자, 현실적인 방안이라는 점에서 '세미 미니멀리즘'이라고 칭할 수도 있겠다.
나는 산만하고, 여러 호기심이 있고 관심사가 자주 바뀌는 ADHD 환자로서, 위 다섯가지 가치 중 한 가지만을 선택하라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잘 알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나는 여러분에게 힘들기 때문에 그 힘든 선택을 해야 한다는 말을 할 수밖에 없다.
도저히 줄일 수 없다면, 꼭 한 가지 외에 다른 것의 비중을 현저하게 줄이는 연습부터 해도 좋다. 내게 꼭 필요하다는 건, 이게 없으면 내가 생활할 수 없다는 불안이다. 실은 그 물건이 없어도 살아가는 데 큰 문제가 없는 것들이 많다. 불안에 못 이겨, 중요한 것을 선택하는 결단을 내리지 못한다면 미니멀리즘은 영원히 가질 수 없는 '이상향'이 된다.
신제품에 혹하고, 저건 우리 집에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지만, 막상 삶의 변화를 주는 제품은 많지 않다. 그렇게 실패를 하다가, 우리 ADHD 환자들은 자신 본연의 생활의 만족감을 잃고, 삶의 자존감을 잃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부동산 청약 해야지!"
"그 브랜드는 청바지 무조건 사야지."
"독감 주사는 무조건 맞아야 해."
"그 업계 있으면 이 사람들은 만나 봐야지."
"아이 잘 키우려면 이 도구는 필요해."
등등 나를 둘러싼 수많은 말에 휘둘리고, 내 삶의 중요한 가치를 찾는 데 길을 헤맬 수 있다.
인간의 중요한 가치는 대개 생의 주기에 따라 달라진다. 20대에는 사회적 교류와 문화적 경험, 30~40대에는 가정과 경제적 고민을, 50대에는 건강 관리에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다만, 생애 놓인 변화의 순간에서 내가 꼭 필요한 것을 선택하지 못한다면, 생애 주기의 내 삶이 잡아 먹히는 꼴이 되버릴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의 가치에 휘둘리지 않고 내 삶에 집중하며 주체적으로 살아가기 위한 첫 걸음이 '세미 미니멀리즘'이다.
ADHD 환자들은 유독 유혹에 약하고, 자신에 대한 확신일 적고, 불안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 그 이유는 어렸을 때부터 집중하고 있지만, 언제나 빼 먹는 일이 빈번해 '혹시나 내가 빼 먹은 일이 있지 않을까', '나는 의도하지 않았는데, 실수한 게 아닐까'하는 불확실한 마음에서 비롯된다.
나도 ADHD 치료를 위해 약을 먹었지만, 한 가지 일에 집중하고, 생활 패턴을 교정하고, 주의력을 높이는 데는 큰 도움이 되었지만 나의 대한 확신, 자존감은 치료되지 않았다. 왜 치료가 되지 않을까라는 깊은 고민의 결과, 내가 계획하고, 실천하는 것을 기본으로 내가 안심할 수 있는 환경에서 안전한 경험들을 쌓아 나가야만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정된 공간과 자원 안에서 만족하고, 통제해 나가며 자신의 삶에 자신감을 회복하는 일이야 말로 진정한 미니멀리즘의 가치이며, 내가 미니멀리즘을 추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음 편에는 우리가 선택해야 할 다섯가지 가치를 미니멀리즘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내가 미니멀리즘을 성공하려면 어떤 가치를 선택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방법을 알아보자.
다음화_6편 버릴 수 없는 중요한 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