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공간을 회복으로 채우는 간소함의 행복
딴 길 새기 만재 ADHD 환자를
미니멀리스트로 만든 생활 백서
무조건 줄이기만 하는 미니멀리즘이 아닌,
취향도 지키고, 정리도 간편한
ADHD 맞춤 정리정돈법
나를 어지럽히는 산만함에서 벗어나
덜어내고, 선택한다!
비워진 공간을 회복으로 채우는
간소함의 행복
앞서 ADHD가 미니멀 라이프를 실현하기 어려운 이유 3가지를 소개했었다. 첫번째는 집중력 저하, 두번째 주의력 결핍, 세번째는 작업 기억의 결함이었다. 오늘은 그 마지막 네번째 '느슨한 시간 감각과 경제감각'에 대해 이야기 하려 한다.
"우리 내일 10시에 보자."
"알겠어. 10시!"
그 순간 ADHD들은 생각한다.
'지하철로 30분, 뭐 준비하면 한 시간, 1시간 반 정도 걸리겠네. 8시 30분에 일어나서 준비해야지.'
그리고 자신의 준비성(?)에 뿌듯해 한다.
다음 날 아침.
8시 30분 눈이 떠지질 않는다.
준비 시간을 줄이기로 하고 조금 더 잔다.
9시. '헐, 너무 늦었네. 그냥 대충 준비하고 나가야겠다'
9시 30분. '지하철이 너무 안 오잖아. 큰일 났네'
그렇게 10분은 기본이고, 30분~40분까지 늦는다.
이렇게 늦은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일까?
그 이유는 시간 배분에 안일함이다.
"지하철 타는 시간 30분"이라고 설정했지만, 지하철을 타러 가는 시간, 초행길에 길을 헤매는 상황, 변수로 인한 리스크를 생각하지 못하고 '최적의 시나리오'만 생각해서 계획을 짠다.
그렇다면, 왜 ADHD는 리스크를 생각하지 못하고, 최적의 시나리오만 생각할까?
이는 3가지 문제가 얽혀있다.
작업기억, 구조화, 시간처리 회로의 문제다.
ADHD는 대개 '5분 전이 언제였지?'와 같은 작업 기억력이 약해 시간 경과를 머릿속에 유지하지 못한다. 몇 분 전을 가늠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일이 어렵기 때문에, 과거-현재-미래를 연결하지 못한다. 결국 미래에 일어날 지각의 가능성을 줄이지 못한다.
또 '이 일은 30분, 저 일은 1시간' 과 같이 한정된 시간을 합리적으로 배정하고, 실행하는 시간 구조화에 어려움이 많다.
마지막으로 전전두엽의 시간 처리 회로가 약해, 도파민이 부족해진다. 떨어진 도파민을 충전하기 위해 '지금'만 생각하고, 사고 과정을 단축하게 된다.
그 결과 미래 자아와 현재의 자아의 연결이 흐릿해지고, 지금을 위해 당겨쓴 미래가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예상하지 못한다. '지금 운동 안 하면, 다음 날 힘들 거야' 같이 미래의 어려움을 실감하지 못하고, 지금 당장 힘든 것에 집중하고 미루게 된다. 반대로 지금 즐겁다면 무모할 정도로 시작과 도전에 거침 없다. ADHD라고 아무 일이나 시작하지 않는다. 그 시작이 매력적으로 보여야만 실행한다. 단, ADHD에게 '매력적'이란, '짧게' 느껴지는 일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상하지 못하는 건 미련해 보이지만, ADHD의 뇌에는 도파민을 얻기 위한 뇌의 생존 전략이다. 게으르게 보일 수 있으나, 뇌 신경계의 도파민 부족이 만든 인지 왜곡 증상이다. 안타깝게도 인지 왜곡은 큰 그림을 보고, 정보를 묶고, 순서를 정하는 뇌 회로 작용 자체를 약하게 한다.
느슨한 경제 감각도 느슨한 시간 감각의 양상과 원인이 비슷하다. 충동성, 미래 예측을 하는 구조화, 작업 기억, 뇌 과학 등 복합적인 문제로 돈을 아무리 벌어도 모으지 못하고, 관리에 허술해 신용불량자, 적금 만기, 보험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충동성의 문제로 '갖고 싶어'라는 생각이 들면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고 즉시 구매하게 된다. 즉각적인 만족이야 말로 ADHD에게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다.
그 증상이 얼마나 심각하냐면, 한 고객이 차를 구매했는데, 알고 보니 운전면허도 없는 상태였다고 한다. 아마 그 고객은 미래에 운전 면허를 따는 과정이나, 면허를 딴 후에 도로 운전에 충분한 연습 시간까지 고려하지 못했을 것이다. 자신의 의지만으로는 뇌에서 빠르게 요구하는 '지금 당장' 사고 싶다는 충동을 억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래 예측 문제는 '다음 달에 쓰려면 얼마를 남겨야 하지?' 같은 예산을 짜는 데 어려움이 있다. 미래를 예상하기 어렵기 때문에 소비가 들쑥날쑥하고, 결국 예산을 소진한다. 인생 설계와 노후 준비를 해야 하는 삶에서 장기적인 플랜을 짜는 데 어려움이 있는 ADHD에게 큰 부담이다.
작업 기억 문제는 '이번 달에 얼마 썼지?' 라는 파악이 어렵다. 돈을 쓴 기억이 잘 나지 않고, 잔고를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대충 얼마 남았겠지'라는 생각으로 어영부영 지출한다. 동시에 여러 지출을 파악하지 못해, 갑자기 나가야 하는 지출에 당황하기도 한다. 그렇게 리볼빙이나, 할부를 계획 없이 쓰기 때문에 자산을 계획적으로 활용하지 못한다.
또 숫자, 추상적인 개념의 불명확하다. 돈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가상의 개념으로 꼼꼼하게 바라보지 못한다. '10원' 과 '100원'의 차이를 크게 보지 않고, 계좌에 적힌 맨 앞 한 두자리만 기억하고 넘어간다. 0.5% 차이와 2% 차이를 실제로 계산하지 않고 '별 차이 없겠지' 하고 제쳐둔다. 그리고 어느 순간 잔고가 뚝뚝 떨어지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는다. '언제 이렇게 썼지?'하고 자산을 탕진하고, 빚을 지기 일쑤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인간의 기본적인 삶을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요소라는 점에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 필수적인 돈은 '시간의 가치'에 따라 벌이가 달라진다. 고로 시간 활용도에 따라 우리 삶의 환경도 달라진다.
만약 느슨한 시간과 경제 감각 속에 묻혀 있다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 ADHD는 계속해서 '부조리한 착취'만 당할 뿐이다.
수많은 유혹에 휩쓸려 나에게 필요하지 않은 것을 사게 되고, 꼭 필요한 곳에 시간을 쓰지 못한다. 더 큰 문제는 남의 필요에 나의 소중한 시간과 돈을 낭비하게 된다는 걸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화 <머티리얼리스트>의 커플 매칭 매니저의 미스 매칭으로 피해를 입은 한 고객은 매칭 매니저에게 이렇게 말한다.
지나치게 세상 물정을 모른다면, 힘겹게 번 돈을 엉뚱한 곳에 지출하게 된다. 우리는 그 돈이 어디로 가는지, 정말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 제대로 따져봐야 한다. 나도 모르게 새는 돈을 막아야 한다. 시간과 돈 낭비를 막으려면, 나가는 구멍을 찾아 닫을 줄 알아야 한다. ADHD의 뚫린 구멍을 막는 데는 충동성을 억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실질적으로 막을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반적인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ADHD 환자들은 필요한 것이 많다고 떠드는 현대 사회에서 미니멀리즘이 더욱이 필요하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고, 바람이 잘 드나들 수 있도록 가지 치기가 필요하다. 그 가지 치기로 '미니멀리즘'이다.
보통의 사람이 아닌, 성인 ADHD 맞춤 미니멀리즘 실천 방법, ADHD 환자가 겪은 미니멀리스트로 살기 위한 시행착오와 정리정돈 TIP을 소개할 예정이다.
집 인테리어, 정리 정돈법, 필수템과 필요 없는 아이템, 시간 관리법, 여행 방법, 인간 관계, 사회생활까지, 생활 전반에 걸친 미니멀리즘 관리법으로 엉킨 생활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나를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다음화_5편 물건 정리 전에 해야 할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