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이고, 미니멀리스트입니다> 10편

빈 곳을 회복으로 채우는 간소함의 행복

by 노푸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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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니아연대기>는 현대에 사는 세 남매가 신화적 세계로 들어가 뜻밖의 모험을 겪게 된다. 신화적 세계와 현실, 두 차원을 이어주는 매개체로 영화는 옷장을 선택한다. 옷장은 나니아라는 미지의 세계로 접속하는 사적인 아이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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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아니라 현실에서도 마찬가지다. 옷장은 사적인 나와 사회 생활 하는 페르소나를 이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나니아연대기의 옷장과 비슷하다.




우리는 옷장에 옷만 넣는 것 같지만 사실은 자신의 내밀한 욕망을 보관하는 곳이다. 버려야 할 옷까지 꽉 들어 차서 자리가 없음에도 저마다의 사정으로 꾸역꾸역 들어가 있다.




버리기 아까워 '내년에 꼭 입어야지'하며 가지고 있는 옷. 정말 비싸게 주고 사서 버리기 아까운 코트, 언젠가는 유용하게 쓸 것 같아 남겨둔 에코백까지.




우리 좀 더 솔직해져 보자.


필요할 것 같은 마음은 알겠다.


다만, 그 옷이 정말 좋은 영향을 주는 '좋은' 옷인가?





ADHD가 옷 정리를 못하는 이유



ADHD들이 겪는 옷 정리의 어려움은 크게 4가지의 이유가 있다.



1) 트렌드 따라가는 옷 많은 황새


오늘은 우아하고 페미닌한 스타일을 추구하다, 몇 달 지나면 캐주얼하고 스트릿 패션에 눈길이 간다. 그렇게 매번 변하는 트렌드를 따라가느라 ADHD 환자들은 바쁘다.




ADHD 환자들은 옷을 구매할 때 여러 옷에 무난하게 어울리는 합리적인 디자인보다는 독특하고 개성 있는 스타일의 옷을 선택한다. 얼마 가지 않아 실증이 나거나, 새로운 것에 혹해 신상을 구매한다. 끝없이 자극을 추구하는 성향 때문에 '신상'이 나오면 충동을 참지 못하고 그만 사 버리곤 한다. 밑 빠진 뇌에 도파민 붓기다.




2) 의복의 제복화는 언감생심


스티브 잡스처럼 검은 목폴라와 청바지, 뉴발란스 운동화를 제복처럼 매일 입는 옷을 정해두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을 의복의 제복화라고 한다. 의복을 제복화하면 미니멀라이프의 큰 도움이 되지만, ADHD 환자들은 충동적인 성향 때문에 자주 입는 옷이 바뀌기 십상이다.




예를 들면 네이비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는 걸로 정해 둔다면, ADHD 환자들은 여러 생각이 많고, 새롭게 도전하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네이비 티셔츠에 맞는 하의를 찾아보고 여러 가지를 구매한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새로 산 하의에 맞는 상의를 다시 찾아 나선다. 쇼핑 무한루프다. 그냥 '저 티셔츠에는 저 바지!' 이렇게 정해둔다면 옷 입을 때 생각할 시간도 줄고, 관리하기도 편하지만, 자극을 추구할 때는 무척이나 부지런해지는 ADHD는 또 다른 코디를 꿈꾼다.




3) 분류의 어려움


ADHD 환자들은 조직화하고 구조화하는 데 많은 혼란을 겪는다. 어떻게 분류를 해야 내 생활에 효율적인지 생각하기 어렵고, 복잡해서 미루기를 반복한다.




옷의 분류가 정확하지 않으니, 내키는대로 정리하고, 대충 쌓아 두다 결국 지저분해진다. 또 아무 데나 옷을 벗어두고, 나중에 그 옷을 찾는다. 어디 있는지 찾는 데도 한 세월이다.




옷을 보관할 때 뿐만 아니라, 입을 때도 구분이 없다. 운동복과 잠옷을 혼합해서 입고서는 어떤 게 잠옷인지 분간이 안 된다. 운동을 나갈 때 막상 입을 옷이 없다거나, 집에서 편하게 입는 옷이 점점 늘어나 버린다. 총체적 난국이다.




4) 일반인도 까다로운 의류관리


온도에 예민한 캐시미어나 울 소재 의류는 손빨래로 조심스럽게 세탁을 해야 오랫동안 입을 수 있다. 울 소재에 맞는 세탁 세제를 구비하는 것 뿐만아니라, 어떤 옷은 보풀이 자주 일어나서 주기적으로 보풀 제거를 해 줘야 하기도 한다. 옷의 개수가 많아질수록 그 옷의 관리법과 관리 용품은 배로 늘어난다.




가끔 옷 관리에 흥미를 느끼고, 재미있어 하는 사람들도 만난다. 그런 사람들도 처음엔 정성껏 관리하지만, 얼마 못가 전문가에게 관리를 맡기거나 소홀해 진다.




안타깝지만 일반인들도 관리하기 어려운 정도의 의류라면, ADHD 환자들의 정성스러운 케어를 받았을 확률은 0에 가깝다. ADHD 환자들은 기본적인 세탁 방법을 지키기 귀찮은 나머지 그만 건조기에 돌려 옷을 망가뜨리는 적이 많다. 나 또한 그렇게 버린 옷이 몇 개다.





슬기로운 의복 생활



옷이 많아질수록 그 옷에 들여야 하는 에너지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그 옷을 감당할 공간과 그 옷을 관리하는 장비와 용품들도 그에 비례해 증가한다.




ADHD 환자들에게 지속적인 관리란 최고난이도 숙제다. 그런 숙제를 집에 끌어 안고 있어야 한다면 ADHD에게 집은 쉼의 공간이 아닌, 나머지 공부를 하고, 집중력을 잃게 만드는 소모의 공간이 된다.




ADHD 환자인 나는 위의 문제들을 모두 겪었다.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그 문제를 알면서도 계속해서 옷을 구매하고, 관리를 소홀히 하는 문제가 일어난 것이다. 옷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ADHD 환자가 직접 시행착오를 겪으며 알아낸 옷의 구매부터 착용, 수납, 관리법을 소개할 예정이다.




ADHD 환자는 단순히 옷장 한 번만 정리한다고 해서 근본적인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기 어렵다. 초반엔 정리한다고 해도 시간이 흐르면 부족한 것을 채우려 구매하고, 다시 어지럽혀진다.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마인드와 생활, 환경을 모두 바꾸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가장 첫번째로 의복을 입는 생활과 철학을 다시 세워야 한다.




트렌드의 진실



언제 봐도 세련되고, 무난한 옷이란 게 있을까. 그건 정장이나 명품, GD 같은 엄청난 패셔니스타들만 누릴 수 있는 가치다. 그 패셔니스타들이 만든 스타일 또한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이 종합하고, 여러 요소들이 어우러져 만들어 낸 이미지다.




디자인 상품들의 홍보 사진들은 언제나 이렇게 말한다.


'이 상품 하나면 당신도 이렇게 멋지게 될 수 있어요!'라고.



그건 결코 사실이 아니다.



우리가 보는 상품 이미지는 다른 요소들이 어우러져 시너지 효과로 만들어 낸 결과다. 그 상품 하나만 있다고 해서 결코 우리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스타일을 만들 순 없다. 충분히 물건을 사고 후회해 본 당신이라면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그동안 몰랐던 의복의 '진짜' 기쁨



나는 자주 이사를 하고, 옷을 버렸다. 옷을 좋아하지만 언제나 다다를 수 없는 미학적 한계에 늘 부딪혔다. 그것을 채우기 위해 나는 소비를 선택했다.




그렇게 채워도 갈증이 나기만 했다. 사고, 더하고, 또 버리는 수순에서 어긋나지 않았다. 건강하지 못한 의복 생활의 결정적 원인은 잘못된 소비와 소홀한 관리 문제였다.




그러다 우연히 나와 다른 의복 생활을 하는 친구를 만났다. 내가 평소에 사지 않는 브랜드였고, 내가 사기엔 비싼 가격의 옷이었다. 그 친구를 따라 좋은 브랜드를 새로운 디자인의 세계에 빠졌다.




좋은 브랜드의 옷을 선물 받았다. 그날 후로 내 옷장의 세계는 달라졌다. 사용해 보니 의복의 소재와 완벽을 추구하려는 마감은 한번 입고 말 옷과는 확연히 달랐다. 만족감은 그동안 느낀 만족감과 비교할 수 없었다. 그때 처음 언젠가 버리고 말아버릴 옷이 아닌, '돈을 더 주더라도 오래 입을 수 있는 옷'의 가치를 알게 되었다.




내가 정말 원하는 건 '고유함'



우리는 언제 옷을 중요하게 생각할까? 대부분 옷을 신경 쓰는 날은 남들에게 처음 나를 선보이거나, 나를 소개할 때다. 그렇다면 우리는 타인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춰지기 원할까.




각자가 보여주고 싶은 이미지는 모두 다르다. 나는 진솔하고, 정갈한 이미지를 주려 한다. 내가 하는 일에 방해가 되지 않고,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라는 인상을 주려 노력한다. 그와 더불어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는 옷을 선호한다.




새로운 사람을 자주 만나는 날이 거의 없다면, 내가 편안한 옷이 중요하다. 여기서 중요한 건 편안한 옷은 기준이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트레이닝 복이 편하고, 누군가는 실크로 된 블라우스가 더 편하다.




'나'에게 편한 옷이 무엇인지 본질적으로 이해해야 변덕스러운 트렌드에 휩쓸리지 않는다. 트렌드에 휩쓸리지 않으면 나만의 스타일을 지켜나갈 수 있다. 그때 비로소 옷장은 우후죽순 일관성 없는 옷이 아닌, 자신에게 맞는 고유한 스타일을 갖추게 된다.





달콤한 '트렌드'라는 유혹



사실 트렌드에 영향을 받지 않는 건 말처럼 쉽지 않다. 패션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트렌드를 지나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 트렌드에 민감한 사람도 미니멀한 옷장을 만들 수 있는 극약처방이 있다.




내게 편안한 옷과 내가 옷을 고를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것이 누가 뭐래도 첫번째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마음껏 패션도 좋아하고, 내 기준을 잡고 오랫동안 편안하게 입을 수 있는 옷을 고를 수 있을까?




우선 지금 집에 옷장을 보고 마음에 드는 옷을 골라보자. 그 옷이 마음에 드는 이유는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해 보자. 반대로 정말 가지고 싶어서 샀지만, 최근에는 자주 입지 않는 옷과 그 이유를 찾아보자.



내가 산 옷 중 좋아하고 오래 입는 옷의 공통점.


1) 좋은 소재


2) 내게 잘 맞는 컬러


3) 어떤 옷에든 안정적




내가 샀지만, 잘 입지 않는 옷들의 공통점.


1) 출처불명의 소재


2) 브랜드 로고가 크게 박힌 옷


3) 사이즈 미스



이렇게 정리를 하면 앞으로 내가 옷을 구매할 때 아무리 마음에 들어도 절대 구매하지 않을 강력한 구매 기준이 생긴다. 옷을 살 때 "너 이거 사도 분명히 얼마 안 입을 걸?" 이라고 말하는 페이스 메이커 역할을 해준다.



다음 화에서는 이 기준을 토대로 똘똘한 집 한채 못지 않게 우리 생활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똘똘한 옷 하나를 고르는 방법을 소개할 예정이다.



다음편_11화 "ADHD를 위한 똘똘한 옷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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