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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RKIM Dec 25. 2024

내가 여기에 있다. 나라는 사람이 여기 있다.

영화 힘을 낼 시간

들어가며: 청춘의 실패와 성장을 담담히 그리다


 최근 극장에서, 남궁선 감독의 두 번째 영화 「힘을 낼 시간」을 보고 왔습니다. 처음에는 영화 「리틀 포레스」처럼, 현실에서 상처받은 청춘들의 제주도 여행을 다룬 '힐링 영화'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막상 보고 나니 단순하 휴식과 치유를 넘어서 좌절과 그리고 다시 성장으로 이어지는 심리를 다루고 있는 영화였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영화를 부며 느낀점을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_I5r54ae_7I&t=18s


1. 영화의 시작, '전직 아이돌'이라는 등장인물 배경


 영화는 과거 아이돌 그룹에서 활동하던 세 사람, 수민, 태희, 사랑이 제주도 공항에 도착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와 열광적인 팬의 함성을 떠올리게 하는 ‘아이돌’이라는 단어와 달리, 이들은 결국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며 은퇴해야 했습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유명 아이돌은 극소수에 불과하고, 그 외 많은 이들은 이름조차 알리지 못한 채 잊힌다는 사실을 다시금 상기시키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아이돌’이라 하면 화려한 무대만을 떠올리기 쉽지만, 대다수 청춘이 꿈조차 펼쳐 보지 못하고 사라지는 것이 현실입니다. 또한 「힘을 낼 시간」은 국가인권위원회의 15번째 인권영화 프로젝트로, 국내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아이돌 인권 침해 문제도 함께 다루며 한층 묵직한 메시지를 전합니다.


운이 좋게 '힘을 낼 시간' 스페셜 티켓과 포스터를 받았다.


2. 세 친구가 '수학여행'을 떠나는 이유


 이 영화의 핵심 서사는 세 친구가 과거부터 꿈꿔왔지만 여러 사정으로 인해 가지 못했던 ‘수학여행’을 이제야 떠난다는 점에 있습니다. 아이돌 활동에 전념하던 시절에는 빡빡한 스케줄과 소속사의 제약 때문에 자유롭게 여행을 떠나기가 어려웠지만, 이제는 더 이상 ‘아이돌’이 아니기에 비로소 잊고 지냈던 꿈을 실현하게 됩니다.

다만 이 ‘수학여행’은 단순한 여행이 아닙니다. 세 친구 모두 ‘과거의 실패’를 품은 채 이곳에 오기 때문입니다. 아이돌 그룹 리더였던 수민은 모든 책임을 홀로 떠안았던 부담을 여전히 떨쳐내지 못했고, 태희는 불합리한 계약과 소속사의 압박으로 3천만 원의 빚을 지게 됩니다. 겉으로는 밝아 보이지만, 내면에는 깊은 상처와 고민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사랑은 아이돌 활동 중 느낀 스트레스와 압박으로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감정을 조절하기 위해 약물 복용에 의지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3. 아름다운 제주도, 그 이상의 의미


 제주도 하면 먼저 푸른 바다와 휴양지를 가장 먼저 떠올립니다. 저도 그래서 처음엔 서론 부분에서 언급했던 바와 같이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한 힐링무비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제주도라는 공간은 단순히 힐링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세 친구가 과거와 현재를 직면하고 미래로 나아가는 '치유의 공간'으로써 기능합니다. 영화 속 제주도의 풍경은 단순히 배경으로 머무르지 않습니다. 드넓은 바다와 초록빛 자연, 바람 소리 등은 세 친구들의 감정과 맞닿아 있습니다. 자연은 과거의 무거움을 씻어주기도 하고, 실패와 얽힌 기억을 떠올리게 하며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북돋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힘을 낼 시간」 속 제주도는 세 친구와 관객 모두에게 치유와 성찰의 시간을 제공해주는 공간으로서 휴양지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4. 그 존재만으로 너라는 존재는 가치가 있다.


'내가 여기에 있다.
나라는 사람이 여기에 있다.'


  영화는 이 대사로 마무리됩니다. 「힘을 낼 시간」은 우리가 다시금 ‘힘을 내야 할 시간’을 떠올리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비록 무명 아이돌로 활동을 마쳤더라도, 그들이 분명히 쏟아부었던 시간과 노력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하죠. 이 대사는 스스로의 존재가 소중함을 깨닫고, 나만의 길을 걸어야 한다는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저는 30대 내내 직장 생활과 대학원을 병행했습니다. 앞선 소개글에도 썼듯이, “그거 해서 뭐가 나올 것 같냐”, “이제 가족 고생은 그만 시키고 포기해야 하지 않느냐”,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모르겠다” 등 주변의 이해를 얻기 쉽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좋아하는 길을 계속 걸어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예정입니다. 다행히 요즘은 조금씩 제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늘어나는 것 같아 항상 감사한 마음을 을 가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멈추지 않고 나아가고자 합니다.


나가며: “힘을 낼 시간”이 필요한 당신에게


 '아이돌' 소재로 한 스토리 자체는 제 경험과 다소 거리가 있긴 했지만, 오히려 나와는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인물들의 고민과 성장을 보며 앞으로 제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습니다. 이 영화는 화려한 사건이나 극적인 전개 없이도 잔잔한 여운을 남기며, 다시 한번 ‘내 자신의 존재 가치에 대해서 인정하고, 나만의 길을 걸어가겠다’라는 다짐을 하게 만듭니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저도 모르게 “나도 힘을 다시 내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였습니다. 


 여러분도 이 영화를 통해 스스로에게 작은 응원을 보내보시는 건 어떨까요? 
마지막으로, 제가 요즘 좋아하는 노래 '나는 반딧불' 영상을 함께 공유합니다. 이 노래처럼 우리 모두의 삶이 작은 빛으로 가득 채워지길 바랍니다. :)


https://www.youtube.com/watch?v=YRcYiIBuWM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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