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과 달리기, Day 109.

오늘 새벽 날씨는 습식 사우나가 고장나 좀 식은 느낌이다.

by 박재용

###명상과 달리기

2020년 8월 5일 화요일 오전 4:59~5:59

10분 명상, 15분 준비, 35분 달리기.


창 밖으로 매미 소리가 들린다. 비가 내리는 것 같지는 않고, 새소리도 조금 섞여 들어온다. 고개를 바닥에 대고 5분, 가부좌를 틀고 앉아 5분 호흡한다. 몸이 아주 가볍고 (상쾌한 느낌이라기 보다, 물리적으로 무게가 줄어들어 존재감이 사라지는 느낌) 홀쭉하며 세로 방향으로 길어진 느낌이 든다.


집을 나서 보폭을 넓혀 걷자, 집앞 거리의 가로등이 꺼진다 (5시 25분), 공원에 도착해 몸을 풀자 그곳의 가로등이 꺼진다 (5시 29분). 걸을 때부터 자꾸 왼쪽 발바닥이 ‘접히는’, 따라서 조금 거슬리는 느낌이 들어 양말과 신발을 고쳐 신는데, 아마 지난 밤 발에 생긴 굳은살을 꼼꼼히 제거했기 때문인 듯 하다.


어제 날씨가 축축하고 뜨끈한 오키나와의 느낌이었다면, 오늘 새벽 날씨는 습식 사우나가 고장나 좀 식은 느낌이다. 그리하여 5시 36분에는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궁궐을 따라 서 있는 큰 나무들은 며칠간 내긴 비로 물을 잔뜩 머금은 때문인지 한껏 높이를 낮춰 기울어진 채다.


오늘은 달리기 중반에 이를 때까지 헤드셋으로부터 아무런 내용도 흘러나오지 않도록 해본다. 빗소리, 바람, 매미소리, 지면과 발이 닿는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에. 하지만 비가 떨어지기 시작하는 때부터는 즐겨듣는 팟캐스트를 재생한다.


기억나는 부분들은 다음과 같다. ‘삶을 둘러싼 사실을 바꿀 수는 없지만 그것을 어떻게 경험할 지는 바꿀 수 있다.’ ‘Our memories are great at - sort of - making the best of things.’ ‘(시간을 경유하는 경험에 비해) 물질적인 경험이 주는 혜택도 있다.’ ‘(벗어날 수 없는) 쾌락의 러닝머신’ 등. 5시 45분에도 역시, 걷던 곳의 가로등이 꺼진다. 며칠간 멈추지 않은 비로, 도시는 다 젖어있는 것 같다. 달리는 길의 막바지, 공기에서는 물에 젖은 나무 냄새가 난다.


* 오늘 명상과 달리기 일지 & 노트 쓰기는 15분이 걸렸다.

** 오늘로, 달리기를 시작한 지는 146일. 매일 명상과 달리기를 한 지는 109일 째다.


* 위 내용은 뉴스레터 "명상과 달리기"를 통해 가장 먼저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https://mailchi.mp/jaeyongpark/one-run-at-a-time

** 인스타그램 @one_day_one_run 에는 여러 장의 사진을 올리고 있습니다. 메일링 발송이 가장 먼저. 그리고 하루 일과 중 인스타그램 업데이트를 합니다.

작가의 이전글명상과 달리기, Day 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