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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용 May 18. 2021

명상과 달리기, Day 395.

그리고 신은 얘기나 좀 하자고 했다.

### 명상과 달리기 Day 395

2021년 5월 18일 화요일

새벽 명상, 달리기, 책읽기.


눈을 뜬 시각은 4시 58분이었지만, 정신을 차리고 호흡을 위해 고쳐 앉은 시각은 5시 반을 조금 넘긴 뒤였다.


화두 없이 호흡을 잇고, 눈을 떠 시간을 확인해보니 10분이 지났다. 늦게 하루를 마친 간밤에 도저히 에너지를 낼 수 없어 쌓아둔 설거지를 하고 나니 15분이 지났다. 주섬주섬 운동복을 챙겨 입고 뛰는 척만 하고 돌아와 출근 준비를 하고나니 40분이 지났다.


이렇게 소요된 시간으로 눈을 뜬 뒤 달리기를 마무리하기 까지를 기술한 이유는, 조금 전까지의 일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기억이 희미하기 때문이다. 


먼저, 이 행위들은 간밤에 잠들기 전 ‘앞으로 일어날 일’로 종이에 써둔 것들이다. 더불어, 달리기를 마치고 출근을 하기까지의 과정은 어쩌면 ‘자동화’된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나는 오토파일럿 모드로 움직였을 것이고, 그 과정에서 의식적인 노력이나 생각을 기울인 부분이 거의 없었던 것 아닐까.


정신을 차려보기 위해, 명상과 달리기하는 행동에 연동시키기로 한 ‘픽션 읽기’를 잠깐. 다시 새 책을 시작한다. 한스 라트 저, 박종대 역. 열린책들에서 출간한 소설 [그리고 신은 얘기나 좀 하자고 했다].


2012년 독일어로 출간된 소설의 원제는 [UND GOTT SPRACH: WIR MÜSSEN REDEN!]으로, 직역하면 “그리고 신은 말했다: 우리는 이야기를 나눠야 해!” 쯤 될 것 같다. 번역본이 2014년에 나온 걸 보면, 꽤 인기가 있는 작가의 작품이 아닐까 한다.


픽션의 재미는, 작품이 묘사하는 상황이나 행동 등을 픽션이 구축한 세계의 내적 논리와는 전혀 관계 없이 해석하거나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그러나 곧이어 빠지게 하는 소리가 들이더니 얼굴에서 화끈거리는 통증이 느껴진다. 마치 누군가 커다란 망치로 내 코를 얼굴 속에 박아 넣은 느낌이다.


나는 물 먹은 자루처럼 풀썩 쓰러지는 그짧은 시간에 내 직업을 때려치우시고 마음먹는다. 물론 돌아가는 꼬락서니를 보건대 그건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이건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심리치료사인 주인공이 한밤 중에 집을 찾아온 전처의 남편에게 코를 얻어맞고 쓰러지는 장면을 묘사하는 문장들이다. 그리고 나는 이 문장들을 통해 내게 일어난 전혀 다른 사건과 순간을 떠올리게 된다.


* 오늘 명상과 달리기 일지 & 노트 쓰기에는 약 10분이 걸렸다.

* 매일 명상과 달리기를 한 지는 395일째. 달리기를 시작한 지는 1년 62일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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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스타그램 @one_day_one_run. 포스팅에 첨부하지 못한 여러 장의 사진과 영상을 함께 업데이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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