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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이삭 Aug 10. 2023

이런 사람이라면 공무원해도 좋다

공무원에 딱 맞는 조건과 성격


MBTI라는 성격테스트 검사가 몇년 전부터 대유행이다. 수십개의 생활질문으로 사람의 성격을 총 16가지로 분류하는 내용인데 테스트 결과가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고 있다. 기존 심리테스트와 특별히 다른 점도 주효했다. 단순히 나 자신만의 성격과 성향을 파악하던 기존 테스트 방식과는 다르게 MBTI는 16개 유형의 사람들이 유형별로 상호 어떤 관계에 놓여있는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수 있었다. A유형은 B유형과 천생연분이고 C유형과는 상종을 말아야 하고 그런 개념이다. 요새 대학생들은 소개팅하기 전에 MBTI로 상대가 어떤 성격유형인지 파악하고 내 MBTI와 맞는지 안맞는지부터 살펴본다고 한다.


MBTI 테스트는 내 성격에 맞는 직업이 어떤 직업인지도 추천해 준다. 필자는 MBTI를 신뢰하지는 않는다. 사람이 16개 유형으로 그리 단순하게 나누어진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에 따라 맞는 직업이 있고 맞지 않는 직업이 있을 수 있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예를 들어, 천성적으로 사람과의 만남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면 영업직군을 택해서는 안될 것이고 반대로 사람을 좋아하고 처음 만난 사람과의 소통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영업 분야에서 큰 성과를 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9급 공무원이라는 직업은 과연 어떨까? 장점보다는 단점이 많은 직업이지만 그래도 이 직업이 천직인 사람도 있지 않을까? 필자는 당연히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힘들고 대우가 박한 직업도 기쁨으로 그 일을 감당해내는 사람들이 있다. 그 직업의 어떤 매력이 그 사람의 성격과 잘 맞아떨어진 경우일 것이다. 9급 공무원도 충분히 그럴 수 있다.


그러나 9급 공무원의 직무분야는 무궁무진할 정도로 다양해 일괄적으로 이런 성격의 사람은 딱이다 아니다 쉽게 구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기본적으로 정부청사나 지방자치단체에서 근무하는, 말그대로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시청이나 군청, 구청에서 근무하는 직원들 기준으로 어떤 성격과 조건을 갖춘 사람이 9급 공무원이라는 직업과 찰떡궁합일지 살펴본다.


결론부터 말한다. 다음의 조건들을 갖춘 사람이다. (되도록 세가지 조건 모두 갖춘 사람에게 권한다. 하나의 조건이라도 부족하다면 직업 만족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 탄탄한 경제적 여건을 갖춘 사람 (내가 돈을 안벌어도 생계유지에 큰 문제 없는 사람)

· 도전·경쟁보다는 편안하고 안정된 삶이 목표인 사람

· 다양한 사람과의 만남을 즐기는 외향적인 사람



첫번째 조건인 경제적 여건은 공무원의 낮은 보수와 관련되어 있다. 앞선 글에서 설명했듯이 하급 공무원의 보수는 이보다 더 박봉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비참하게 낮다. 월급만으로는 도저히 정상적으로 2~3인으로 이루어진 가정생계를 유지할 수 없다. 그래서 경제적 여건이 이미 충분한 사람에게 오히려 9급 공무원을 추천한다. 부모님이 경제적 여력이 있든, 남편이나 아내가 안정적인 소득이 있든, 어떤 경우든 간에 내 소득과 상관없이 가정생계가 유지된다면 공무원의 낮은 경제적 처우가 큰 단점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이미 탄탄하게 마련되어 있는 경제적 환경 하에서 공무원 월급은 보너스 수준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더 욕심을 부려 생각해본다. 평범한 3~4인 가정 기준으로 봤을 때, 9급 공무원이라는 직업은 가정의 부차적 재원으로 기능하는 것이 최선이고 만족도가 가장 크다. 메인재원이 되어서는 삶의 질이 많이 떨어진다. 말도 안되게 낮은 봉급이므로 아무리 자산이 있다 해도 생활비조차 100% 온전하게 감당이 되지 않는다. 남편이나 아내가 다른 직업으로 메인소득을 창출하고 공무원 소득은 서브재원으로 활용하는 것이 9급 공무원의 직업적 가치를 최대한으로 높이는 방안이다.


최근 공직에 여성 공무원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도 국민들이 무의식적으로 공무원은 한 가정의 메인재원으로 활용되기에는 부적절하다는 생각에 동의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남자가 가정경제를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남녀 모두 그렇다. 여성인권이 아무리 높아졌어도 아직 우리나라 여성들은 상향혼을 원한다. 나보다 잘 버는 남자를 만나려 한다. 남자도 마찬가지다. 나보다 많이 버는 여자를 만나면 남자로서 권위과 손상된다고 여기는 남자들이 대부분이다. 결국 우리나라 가정경제의 표준은 남자가 메인재원을 창출하고, 여성은 서브재원으로 기능하는 모습이다. 월급은 적지만 휴직이 매우 자유롭고 경력단절 걱정이 없는 공무원의 장점이 여성에게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우리나라에서 여성이 40대 중후반 이후에도 현역으로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직군은 그리 많지 않다. 9급 공무원이라는 직업은 급격하게 여초화되고 있다.


두번째 조건인 편안하고 안정적인 삶을 추구하는 성격도 중요하다. 공무원은 애초에 발전 가능성이 닫혀 있는 직업이다. 내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뻔하게 정해져 있다. 하지만, 반대방향인 아래로도 닫혀 있다.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가지는 순간, 아무리 실패해도 어느 선 이하로는 떨어지지 않으며 최소한의 사회적 경제적 지위가 보장된다. 도태되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다. 아무리 일을 못해도 시간이 지나면 진급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아래 위로 내가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고 어디까지 떨어지는지 확실하게 정해져 있는 공무원 사회에서 ‘도전’이라는 가치는 그리 환영받을 수 없다. 도전해봤자 결국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힘들게 도전해서 목표를 이루어 내도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는지 한계가 정해져 있기에 도전을 하든 안하든 큰 의미가 없다. 보통 9급 공무원은 5급으로 퇴직하면 공무원 생활 어느정도 잘했다고 평가받는데 기를 쓰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워커홀릭이 되어 최상의 업무성과를 가져가도 그냥 평범하게 일한 사람과 똑같이 5급으로 퇴직하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따라서, 도전보다는 내 주어진 현실에 안분지족하고 편안한 삶을 목표로 하는 사람에게 9급 공무원이라는 직업은 천직이다. 세상은 여전히 누군가에게 도전하라고, 한번 사는 인생 저지르라고, 주체적으로 살라고 말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본인들 삶이고 그들의 생각이다. 그 조언에 큰 깨달음을 얻고 뜻을 세우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그 사람 이야기다. 도전하지 않고 나만의 편안한 삶을 구축하고 그 안에서 인생을 즐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 누가 타인의 인생을 감히 평가하고 못난 인생 잘난 인생을 규정짓는가? 교만한 생각이다.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도전하고 성취해내는 인생만 성공한 인생은 아니다. 내가 만족하고 내가 즐거우면 그것도 하나의 인생이다. 그 누구도 그 삶을 무시하고 깎아내릴 자격은 없다.


마지막으로, 붙임성 좋고 사람 좋아하는 외향적인 사람이 공무원 직업을 선택하면 좋다. 공무원은 민간 회사와 달리 이직이 많지 않고 오랜 기간 같은 사람들과 근무하게 된다. 물론 2~4년마다 이 부서 저 부서 옮겨다니면서 일하지만 결국 그 사람이 그 사람이다. 한두다리만 건너면 인적 네트워크가 모두 연결되어 있다. 모든 업무나 인사조치가 온정주의에 기반한다. ‘누가 누구랑 친하다’라는게 공무원의 무기다. 한번이라도 밥 한번 술 한번 먹어본 사람을 우대한다. 한마디로 친한 사람이 많을수록 얻어가는게 많다. 공직생활이 편해진다. 그래서 사람을 좋아하는 성격이 공무원 사회에서는 본인의 큰 무기가 된다.


한발짝 더 나아가 욕심을 부려본다. 당신이 핵인싸라면 공무원 사회와 궁합이 맞다. 공직에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시니어 공무원들은 업무를 기피하고 본인의 쾌락만을 위해 각종 모임을 즐기는데 이러한 자리에서 상냥한 태도와 유머러스한 드립으로 분위기를 잘 띄울 수 있다면 남들보다 몇발짝은 쉽게 갈 수 있는 길이 열린다. 황당하긴 하지만 현실은 현실이다. 술을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이라면 금상첨화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사회생활도 함께 해결되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술값도 내가 내는 것도 아니다. 매일같이 내돈 안내고 술마시고 즐기는데 공무원사회에서의 영향력도 생기고 인사적 이득도 챙길 수 있으니 일석 삼조,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는 일이다. 당신이 원하는 쾌락을 직업을 이용해 매일같이 즐길 수 있다. 물론 이렇게 온정주의가 강하게 발현되는 조직이 올바른 모습은 아니다. 온정주의는 비합리적이고 불공정하다. 개인 간의 친밀도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 하지만, 현실은 현실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어디 세상이 공정하게만 돌아가던가? 그런 세상은 없다.



글을 정리한다. 경제적 여력이 있고, 안정된 삶을 추구하며, 사람을 좋아하는 외향적인 성격이라면 9급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더 뻔뻔하게 발가벗겨 볼까. 야망 있는 남자가 할 직업은 아니다. 여성이 가정을 돌보며 부업으로 하기에 적합한 직업이다. 남녀차별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아프게도 현실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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