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은 휴직이 자유롭다
경력단절 걱정 No. 당당하게 쉴 수 있는 공무원 휴직제도
우리나라의 혼인율은 끝을 모르고 떨어지고 있다. 주된 이유 중 하나로 여성 경력단절 문제를 꼽는 전문가들이 많다. 대부분 기혼 여성은 출산과 육아로 어쩔 수 없이 일을 쉴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다시 일자리로 돌아오기는 너무 어렵다. 결혼 전에 직장에서 아무리 인정받는 인재였더라도 아무 의미가 없다. 1년만 쉬어도 내가 돌아올 자리가 안전하지 않다. 여성이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이유다.
공무원은 경력단절로부터 완전히 자유롭다. 남성도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 돌아오고 싶으면 언제든 돌아올 수 있다. 더 쉬고 싶으면 더 쉬어도 된다. 직원이 당당하게 누릴 수 있는 정당한 권리로 휴직이 인정되는 분위기다. 휴직의 종류도 다양하다. 꼭 출산과 육아뿐만 아니라 가족부양, 자기계발, 해외유학, 질병 등 갖가지 사유로 휴직을 사용할 수 있다. 불이익도 전혀 없다.
공무원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휴직은 질병휴직이다. 신체, 정신상의 장애로 장기치료가 필요할 때 질병휴직을 신청할 수 있다. 기간은 1년 이내이며 돈까지 받는다. 본봉의 50%를 휴직기간 동안 매달 받는다. 그리 큰 돈은 아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데 이 정도 돈을 받을 수 있다는 건 굉장한 혜택이다. 대신 휴직기간은 진급필수소요기간에 산입되지는 않는다. 공무원이 진급하기 위해서는 최저근무소요기간이라는 필수적으로 채워야만 하는 근무기간이 있다. 질병휴직으로 쉬고 있는 기간은 이 기간에 포함을 시키지 않는다는 뜻이다.
자신이 원하는 때 언제든 질병휴직이 가능하다. 진단서만 있으면 된다. 휴직이 너무 쉽고 불이익도 없다 보니 최근에는 이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도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2~3년에 한번씩 있는 인사전보 시에 일이 힘든 부서로 발령받았다는 이유로 질병휴직을 사용하는 직원들이 있다. 또는 동료직원들과 갈등이 생겼거나 일이 조금 많아졌다고 해서 휴직으로 그 상황을 회피해 버리는 경우다. 있지도 않은 병을 어떻게 그렇게 만들어낼 수 있느냐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어느 진료과든 한달이상 병원 꾸준히 다니며 진료를 보면 대부분 의사들이 진단서를 끊어 준다.
내가 원하는 시점에 휴직을 마음대로 쓸 수 있고 휴직기간에 돈까지 받는 직장. 그 어떤 회사도 이런 권리를 누리기는 힘들다. 공무원만이 가지는 특혜다.
출산과 육아휴직도 공무원의 장점이다. 출산휴직은 90일이 주어지며 기간동안 본봉 100%를 받는다. 육아휴직은 자녀 1명당 3년까지 사용할 수 있고 분할 사용도 가능하다. 보통 출산하자마자 1년에서 1년 반을 사용하고 초등학교 입학 전후 1년 정도를 사용하는 엄마 공무원들이 많다. 부부 공무원일 경우에는 아빠도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다. 조건은 엄마와 같다. 똑같이 3년을 사용할 수 있다. 결국 자녀 1명을 낳은 부부공무원은 엄마 3년, 아빠 3년 총 6년을 육아휴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셈이다. 당연히 수당도 주어진다. 본봉의 80%가 휴직기간동안 통장에 꽂힌다. 다만, 80%에 해당하는 금액이 150만원을 넘는 경우에는 150만원만 주어진다. 수당 상한선이 150만원인 셈이다.
아이를 낳으면 엄마 아빠 합쳐서 총 6년의 육아휴직을 쓸 수 있고, 그 6년동안 최대 월 150만원의 휴직수당을 꼬박꼬박 받을 수 있는 직업이 바로 공무원이다. 전세계 유례 없는 저출산 현상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세종시만 유일하게 높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초혼 연령이 높아지면서 난임휴직을 사용하는 여성 직원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난임휴직은 질병휴직의 한 종류이고 난임휴직이라는 용어가 인사규정에 명문화되어있는 것은 아니다. 혼인이 늦고 출산도 늦어지는게 사회 트렌드다. 난임으로 고생하는 직원들이 많다. 앞으로도 계속 사용빈도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질병휴직과 출산, 육아휴직은 공무원 휴직의 90%를 차지한다. 가족부양휴직이나 자기계발 휴직 등 기타 휴직제도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이러한 휴직제도는 휴직기간동안 돈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가족부양휴직은 유급휴직으로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가족에게 불의의 사고나 질병이 닥쳤는데 병원비 부담이 커 휴직하지 못하는 사례를 종종 볼 수 있었다. 인간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자기계발휴직은 공무원 본인이 자신의 역량 강화를 위해 개인적으로 휴직할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제도다.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공직에서 잠시 벗어나 어떤 분야든지 배우고 익혀 그 과실을 다시 공직에 돌려줄 수 있으므로 아주 긍정적인 제도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조직에서 휴직을 잘 내주지 않으려 하는게 문제다. 관리자들은 자기계발 휴직을 신청하는 공무원이 그저 놀고 싶어서 휴직을 쓰려 한다고 오해하고 휴직허가를 쉽게 해주지 않는다.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안그래도 출산 육아휴직과 질병휴직 등 휴직자가 많아 조직에 일할 인력이 없는데 자기계발 휴직까지 무차별적으로 허용해 줄 수는 없는 노릇이기는 하다.
이외에도 배우자가 외국에서 근무를 하거나 유학을 가는 경우에도 자유롭게 휴직을 사용할 수 있다. 한마디로 웬만하면 휴직 다 된다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휴직사유가 없으면 질병휴직을 쓰면 그만이기 때문에 휴직의 자율성은 완벽히 보장된다. 휴직하고 돌아와서도 아무도 눈치 주는 사람은 없다. 왜냐하면 모두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너도나도 다 마음껏 휴직을 쓰고 있는데 눈치 줄리 만무하다. 공무원 사전에 경력단절이란 단어는 없다.
최근 공무원 조직이 점점 여초화되고 있는 것도 공직만이 가지고 있는 휴직 제도의 장점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올해 7월 행정안전부에서 발표한 여성공무원 인사통계에 따르면, 2022년 지방자치단체 여성공무원 비율은 49.4%로 2021년 48.1%에 비해 1.3% 증가했다. 특히 서울, 경기, 인천, 부산, 대전, 광주 등 수도권과 광역대도시에서 여성공무원 비율이 50%를 넘었다. 지방직 7급공무원 시험 여성합격자 비율도 2013년에는 36.3%에 불과하던 것이 단 10년만에 2022년 54.1%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바야흐로 여성공무원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그러나 여성들이 정말 전문행정가로서의 커리어우먼을 꿈꾸는 것인지 일반 사기업이나 전문직 시장에서 여성 경력단절 문제가 심각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는 것인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안타깝지만 후자라고 생각한다.
공무원은 내가 쉬고 싶을 때, 돌아오는 시점도 내 마음대로, 조직 눈치 보지 않고 주체적으로 쉴 수 있다. 열심히 일만 하는 공무원이라면 이 제도를 단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내 옆에서 같이 일하던 직원이 일이 힘들어졌다고 해서 휴직을 써버리고 나에게 그 일이 덤탱이 씌워진다고 생각해 보자. 공무원의 자유로운 휴직제도가 원수같이 느껴질 것이다. 그래도 그 직원을 대놓고 욕할 수는 없다. 만약 너무 고통스럽다면 본인도 휴직하면 그만이다. 법과 관습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자신의 고통을 최소화하고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은 자본주의 민주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국민으로서 당연히 누릴 수 있는 권한이다. 제도를 개선해 나가야지 사람을 욕할 일은 아니다. 자유 그 이상으로 자유로운 공무원 휴직제도. 공무원이라면 반드시 누려야 할 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