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이삭 Aug 18. 2023

공무원은 진짜 안짤려?

공금횡령과 음주운전만 조심하면 됩니다.


오죽 안 짤리면 철밥통이라 할까. 공무원의 직업안정성만큼은 누구나 인정하는 최고 장점이다. 그런데 정말 무슨 짓을 해도 안짤리는걸까? 짤린다는 뜻은 공무원 징계 중 해임과 파면에 해당하는 징계를 받았다는 뜻이다. 일단 공무원 징계라는게 무엇인지 징계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자. 


공무원이 업무상 또는 비업무적으로 어떤 범죄행위, 범죄까지는 아니지만 비도덕적인 행위를 한 것이 발각되면 본인이 일하고 있는 소속기관에서 징계를 받는다. 소속기관마다 징계위원회라는 것이 있는데, 이 징계위원회에서 징계규정과 그동안의 징계사례 등을 감안해 징계를 내리게 된다. 징계는 총 6종류로 나뉜다.



· 견책: 사실상 징계는 징계인데 징계라고 볼 수가 없다. 단순히 경고라고 보면 된다. 징계 분류 중 가장 낮은 경징계에 해당한다. 


· 감봉: 1~3개월동안 월급의 1/3을 감해서 지급한다. 실질적으로 돈이 줄어서 나오니까 여기서부터는 징계를 받는구나 느낌이 온다. 


· 정직: 1~3개월동안 일을 못하게 한다. 공무원 신분은 유지하지만 직무에 종사하지 못한다. 일을 안하니까 돈도 아예 못받는다. 1~3개월동안 월급이 아예 끊기는 상황이니 어느정도 강력한 징계라고 볼 수 있다.


· 강등: 공무원 직급을 1계급 내림과 동시에 정직 3개월까지 처분한다. 직급도 내려가면서 3개월동안 월급도 못받고 일도 못한다. 1계급 진급하려면 최소 2년의 시간은 걸리기 마련이기 때문에 상당한 수준의 징계다. 그러나, 징계처분을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강등 다음으로 강한 수준의 징계가 해임이기 때문에 그래도 짤리지는 않았구나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기 때문이다.


· 해임: 말그대로 공무원직에서 짤리는 징계다. 공무원 신분을 완전히 잃는다. 3년간 공직에 재임용될 수 없다. 대신 공무원연금은 받을 수 있다.


· 파면: 짤리는 건 해임과 같다. 해임과 다른 점은 공무원연금도 못받는다.



6개의 징계종류 중 해임과 파면만 아니면 어떤 징계를 받아도 짤리지는 않는다. 그러면 어느정도 범죄를 저질러야 해임과 파면이라는 징계를 받게 될까? 정답은 없다. 소속기관의 징계위원회에서 결정하는 일이기 때문에 완전히 케이스 바이 케이스다. 다만, 여러 징계 사례를 통해 간접적으로 추측해볼 수는 있다. 대표적인 10가지 사례를 꼽아봤다. 다음의 사례들은 국무조정실에서 발간한 공무원 징계사례집에서 발췌한 것들이다.



#1. 선임직원 A는 자신의 집 이사를 하는데 후배 직원들에게 이삿짐을 운반하게 함

 → 견책


#2. 부서장이 회식중 말대답을 했다는 이유로 부하직원의 뺨을 때리고 폭언을 함. 부하직원으로부터 큰 액수의 돈까지 빌림.

 → 정직 2개월


#3. 부서장이 부하직원에게 개인용품을 사다 달라고 심부름을 시키는 등 사적인 요구를 하고, '대가리를 깨버린다' 등의 폭언을 함.

 → 견책


#4. 부서장이 부하직원에게 "멍청한 새끼" "나사 빠진 새끼" 폭언을 함.

 → 정직 1개월


#5. 직원 A는 공무직 직원을 상대로 "니가 쳐 맞아야 정신을 차리지." 폭언을 함.

 → 정직 1개월


#6. 부서장이 부하직원에게 다른 직원들 앞에서 "사내새끼가 시키는 대로 해야지. 시키는 대로 해. 이기적이다." 등의 발언을 함.

 → 훈계


#7. 부서장이 부하직원을 상대로 "생긴대로 논다." "꺼져" 등 막말을 하였음.

 → 인사발령조치(징계는 없음)


#8. 팀장이 부하 여직원에게 "나랑 사귀는 것 어때?" "여자는 성형은 기본이지. 어디했냐?" 등 발언을 함.

 → 정직 1개월


#9. 팀장이 서무담당직원에게 "XX새끼야. 나이든 직원을 선발 안했어야 했다." 등 발언함.

 → 견책


#10. 팀장이 부하직원에게 "한 것도 없으면서 무슨 연가를 가겠다는 거냐"며 부하직원이 연가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내가 결재 안하면 연가 못가는거지"라며 팀원들 연가 사용에 부담을 줌.

 → 주의(징계는 없음)




이정도 범죄를 저지르는데도 해임이 되지 않는다니 놀라울 것이다. 이래서 공무원은 철밥통이다. 여간해서는 해임 파면까지 절대 가지 않는다. 대놓고 성희롱 발언을 해도 정직에 그치고 폭언 폭행을 해도 훈계다. 공무원 사회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심지어 사례 중에는 징계 없이 경고나 주의에 그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징계가 솜방망이에 그치다보니 관리자의 폭언 폭행 갑질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내부고발이 쉽지 않다. 고발해서 무엇하겠는가? 끽해야 훈계고 세게 나와봐야 감봉 정직이다. 징계받은 관리자는 어쨌든 나보다 상급자고 근무연수가 많다. 조직에서 더 힘이 있고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다. 징계 후에 나에게 어떤 보복을 할지 알수없는 일이다. 


기관 내에서도 일이 터지면 쉬쉬하기 바쁘다. 누가 누구를 폭행했네 폭언했네 소문 나봐야 결국 기관장 망신이기 때문이다. 혹시나 언론에 나가면 큰일이라고 생각하고 어떻게든 사건을 축소하고 은폐하기 바쁘다. 결국 국 억울한 사람은 당하는 사람밖에 없다. 폭언 폭행 성희롱 성추행 당해도 그저 참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는 조직이 공무원 조직이다. 



그렇다면 해임과 파면 징계는 도대체 언제 내려지나? 존재하기는 하는 것인가? 딱 2가지만 조심하면 된다. 


첫째로, 공금 횡령이다.

공금 횡령은 공무원 조직에서 가장 안좋게 취급하는 범죄유형이다. 소액이라도 그렇다. 고의로 공금을 횡령한 정황이 확실하다면 대부분 해임이나 파면 조치가 내려진다. 몇십만원 몇백만원 얼마 안된다고 쉽게 생각했다가 큰일당할 수 있다.


둘째로, 음주운전이다. 

공무원에게 음주운전만큼 무서운 것은 없다. 음주운전 3번 하면 무조건 해임이나 파면이다. 예외가 없다. 2번 하면 강등 또는 해임, 파면이다. 1번만 했다 해도 혈중알콜농도가 0.2% 이상이면 해임될 수 있다. 정말 무시무시하다. 게다가 음주운전만큼은 솜방망이 처벌을 하고 싶어도 못한다. 징계위원회에서 무슨 사정을 봐주자자 알음알음 어떻게 해주자 이런 식의 진행이 전혀 되지 않는다. 음주운전 징계기준이 수치로 아주 명백하게 명문화되어 있다. 음주운전 관련 기록 또한 경찰에서 이첩받게 되므로 그 사실이 명백하다.



왜이렇게 음주운전에만 강력한 징계기준을 설정해 놓았는지는 의문이다. 음주운전은 물론 나쁜 범죄다. 무고한 사람의 생명을 빼앗을 수 있다. 그렇다 해도 다른 경우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너무 징계가 심하다는 생각은 든다. 부하직원에게 폭언 폭행 성희롱해도 훈계받는데 음주운전 1번에 정직 강등이라니 무언가 이상하다. 정치인들은 음주운전 몇번씩 하고도 국회의원도 하고 도의원 시의원도 하고 지자체장도 되는데 말이다.


어쨌든 결론이다. 공무원은 공금횡령과 음주운전만 조심하면 된다. 그것만 아니면 절대 짤리지 않는다. 후배직원이나 부하직원에게 욕해도 되고 때려도 되고 사적인 심부름 시켜도 되고 성희롱해도 된다. 아마 독자분들은 이런 생각이 드실 것 같다. 이게 공무원한테 좋은거야 나쁜거야. 정답은 간단하다. 자신의 권력과 권한을 이용해 직원들을 괴롭히고 거들먹거리는 사람에게 공직은 천국일 것이다. 그리고 당하는 사람은 지옥일 것이다.




이전 21화 월급 루팡도 가능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