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버스가 있다면
‘눈 감았다가 떴을 때 부산이게 해 주세요’
한 부산 사람이 잠시 서울살이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매일 간절한 마음으로 저렇게 빌게 되었다고 한다. SNS에서 발견한 이 글을 읽는 순간, 비슷한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서 눈시울이 붉어졌다. 오래전 내가 처음 겪은 서울은 너무 복잡했고 시끄러웠다. 사방에서 들리는 대화는 텔레비전 드라마에서나 들어온 서울말이라 현실감이 없었다. 내가 이곳에 과연 정을 붙일 수 있을까, 회의감이 들었다.
지금은 이 낯선 서울에서 친구도 사귀고 직장생활도 하면서 더 이상 드라마가 아닌 생생한 현실을 살고 있다. 그럼에도, 어디든 눈 깜빡할 사이에 원하는 목적지로 데려다주는 버스가 있다면 망설임 없이 그 종점은 ‘부산’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곳에 내 유년 시절의 추억이, 학창 시절 친구들이 있으며 무엇보다 고향의 상징 그 자체인 엄마가 계신다.
부산에서, 친한 친구와 즉흥적인 버스 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 우리는 정류장에 서 있다가 제일 먼저 오는 버스를 타고 종점을 향해 떠나기로 했다. 예상외로 금방 버스 한 대가 나타났기에, 어디로 가게 될지 두근거렸던 시간은 짧았다. 그때 우리가 탄 버스는 49-1번으로, 종점은 광안리 해수욕장이었다.
그 당시 버스 안에서 친구와 나눈 대화는 생각나지 않지만, 도착지인 광안리 해변에 앉아 그저 바다만 바라본 기억은 난다. 그 당시 광안대교는 개통 전이었고 광안리는 지금과 같은 관광 명소가 아니었다. 그때 특별한 볼거리는 없었지만, 바다와 파도 그 자체로도 아름다웠다.
그 후로 서울로 터전을 옮기고 나니 그런 시도를 할 여유가 사라졌다. 서울은 광활해서 종점까지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데다가 교통 체증 한가운데 갇히는 것이 두려워졌다. 무엇보다 내가, 필요에 의한 이동이 아니면 낯선 곳에 가지 않는, 효율성을 추구하는 어른이 되어 버렸다. 그럼에도, 가끔은 그때의 뜬금없는 버스 여행이 그립다. 어쩌면 진짜 그리운 것은 그 여행에 기꺼이 동참해 준 그 친구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