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당하거나 피하거나

시험을 앞두고 있다면

by 영샘
사람이 감당할 시험 밖에는 너희가 당한 것이 없나니
오직 하나님은 미쁘사 너희가 감당하지 못할 시험당함을 허락하지 아니하시고
시험당할 즈음에 또한 피할 길을 내사 너희로 능히 감당하게 하시느니라
(고린도전서 10:13)

약사고시를 준비할 때 공책 제일 앞장에 써두고 아침마다 읽었던 성경 구절이다. 그 이후에도 논문 발표, 임용시험, 최종 면접과 같은 중요한 순간에서 그 중압감을 떨쳐내야 할 때마다, 나는 이 구절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물론, 이 구절에서의 시험(temptation)과 일반적인 시험(exam)은 같은 말이 아니다. 그럼에도, 결과에 대한 부담이 큰 시험 준비로 인해 시험(시련)에 처한 상황에서 이 성경 구절은 나에게 위안이 되었다. 부정적인 결과를 미리 걱정하기보다는, 결국 감당해야 하는 나의 몫인 시험 준비 과정에만 집중하면 좋은 결과가 자연스레 따라왔다.


노력으로 결과를 바꿀 수 있는 시험도 있지만 어쩔 수 없는 어려움이 찾아올 때도 있다. 육아와 일 어느 하나 만족스럽지 못한 상황에 몰린 적이 있었다. 아침 6시 30분에 출근길을 나서서 밤 10시 무렵 귀가했는데 아이들과 놀아주기는커녕 얼굴 볼 시간도 없었다. 게다가, 도무지 적응할 수 없는 업무량과 타임라인에 허덕이며 더 많은 시간을 업무에 투입할 수 없다는 자책감을 느껴야만 했다.


그때의 나를 잡아준 것도 저 구절이었다. 더 이상 감당하지 못할 상황에서 피할 길을 내어달라고 기도했다. 그 소원은 완벽하게 이루어져, 더 가까운 거리의 직장과 더 많은 가족과의 시간을 갖게 되었다. 내 마음에 여유가 생기니 책 읽을 시간과 글 쓸 시간도 따라왔다.


해본 적 없는 일을 해결해야 할 때, 주어진 난관의 끝이 보이지 않을 때, 옆 사람 자체가 풀어야 할 문제일 때 등등. 앞으로도 시험에 빠지는 일들이 종종 생기겠지만 그때마다 잘 감당하길, 감당하지 못할 거라면 피할 길을 내어주시길 소망한다.

월, 토 연재
이전 16화원하는 목적지로 데려다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