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이 이루어진 날
내가 태어나기 전, 엄마는 두 차례 유산을 겪으셨다고 하셨다. 당시의 결혼 적령기를 지나 스물일곱의 나이에 결혼한 새댁은 상심이 컸을 것이다. 두 번째로 찾아온 아기를 잃었을 때, 병실에서 부부는 무슨 대화를 나눌 수 있었을까. 그때 아빠는, 그저 조용히 기도하고 계셨다고 한다. 그 모습을 보면서 엄마는, 결국에는 그가 간절히 기도하는 대로 소원이 이루어질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고 하셨다. 이후 부모님은 연이어 남매를 얻었으니 그 소원은 완전히 이루어졌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소원’은 어떤 일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것이다. 소원을 가졌던 순간을 떠올려 보면, 원하는 대로 될지 알 수 없을 때였다. 드라마 ‘다 이루어질지니’에서 램프의 정령 지니가 가영에게 세 가지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말하나 가영은 거절한다. 가영은 규칙과 자기 통제로 살아가는 중이라 다른 존재의 개입, 설령 무엇이든 이루어 주겠다는 제안조차 불쾌하게 여긴다. 처음에는 이런 가영의 모습이 의아했지만, 한편으로는, 이해도 되었다.
소원이 이루어져서 기뻤을 부모님도, 늘 좋은 날만 있지는 않으셨을 것이다. 나도 아이를 키워보니 이제야 그 마음을 알아가는 중이다. 밤새 열이 나는 아이를 걱정으로 지켜봐야 할 때도 있고, 이유 없이 밥을 안 먹는 아이를 달랠 때도 있다. “엄마, 나 학교 가기 싫어.”한 마디에 마음 한편이 내려앉기도 하고 시험 기간 녹초가 된 아이를 볼 때는 진심으로 안쓰럽다. 소원이 이루어지면 그 결과에 대한 책임도 있으니, 어쩌면 가영은 자신의 통제를 벗어난 새로운 일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소원을 품고 이루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소원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발생하는 변화가 낯설고 때로는 아플지라도, 그 과정에서 얻게 되는 기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것이다.
“네 아빠는, 살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네가 태어난 날이었단다.”
존재만으로도 누군가의 소원을 이루었다는데 그만큼 귀한 일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