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행복하게 만드는

그의 웃음소리

by 영샘

아기를 돌볼 때는 사소한 표정 변화, 몸짓 하나하나가 시선을 당기는데 그중 내게 가장 신비로운 것은 배냇짓이었다. 그 미소 하나에 초보 엄마는 그저 행복하건만 육아 선배들은 별 의미 없는 행동이라고 일축했다. 그렇다면 진짜 웃음은 언제부터 시작되는 것일지 아기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궁금해했던 시기가 있었다. 신생아는 아직 시력이 완전하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그 앞에서 열심히 미소를 지어보기도 했다. 마치 아기가 웃는 얼굴을 적게 보면 웃는 방법을 못 배우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러던 어느 날, 배냇짓이 아닌 진정한 아기의 웃음을 목격했다. 그것은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확연히 구별할 수 있는 함박웃음이었다. 그렇게 웃음을 터뜨리는 순간은 정말 별거 아니었다. 태엽 자동차 장난감을 뒤로 살짝 굴렸다가 놓아 앞으로 튀어가게 했을 때, 반복적인 의성어가 있는 책을 과장해서 읽어주었을 때, 실제로 간지럽힌 것이 아니라 그런 시늉만 할 때 등등. 그때부터 나도 억지 미소가 아닌 진짜 웃음을 아기에게 보일 수 있었다. 실질적인 말로 통하는 대화가 아니어도 상호 간 작용하고 있는 느낌, 그 기분은 고된 육아에 한 줄기 빛이었다. 아기가 소리 내어 웃을 때는 저 맑은 소리를 위해 지금을 살아가고 있구나 싶을 정도로 행복했다.


사소한 동작에도 까르르 웃던 그 아기가 어느덧 중학생이다. 학교를 다녀오면 학원 숙제를 해야 하고 학원을 다녀오면 날이 저물어 함께하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표정으로 소통하던 시기는 지났고 이제 우리는 적당한, 지나치게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관심의 대화가 필요한 사이이다. 가끔 아이가 혼자 방에서 깔깔 웃을 때가 있다. 대부분 스마트폰으로 재미난 영상을 볼 때로, 내게 보여주기도 하는데 개그 코드가 다른 20세기에서 온 엄마는 재밌지 않다. 웃음에도 세대 차이가 있다는 것을, 이미 부모님을 보며 경험했지만 이럴 때는 조금 미안하다. 사소한 동작에 함께 웃었던 시절이 벌써 아득하다. 그럼에도 여전히, 아이의 웃음소리는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

월,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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