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가면
가면이란, 국어사전에 따르면 속뜻을 감추고 겉으로 거짓을 꾸미는 의뭉스러운 얼굴과 태도이다. 웹소설이자 현재 웹툰으로 연재되고 있는 ‘티엔다비스’를 나는 좋아한다. 주인공 이비 아리아테는 평민 신분으로, 상류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아부와 연기로 철저히 무장하고 순진무구한 가면을 쓴 채, 원하는 지위에 도달하려 사활을 걸었다. 그러던 중 모든 물음에 진실로만 즉각 대답하는 저주에 걸렸다. 그간 쓰고 있던 가면에 맞지 않는 진솔한 마음의 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올 위기에 처한 것이다.
“생긴 대로 버르장머리가 없으시네요!”
까칠하게 용건을 묻는 백작에게, 주인공은 원래 건네려던 아부성 인사가 아닌 숨은 본심을 내질러 버렸다. 가면이 사라지자, 그간 쌓아둔 이미지가 무색하게 이상한 사람이 되었고 상황은 절망적이었다.
주인공과 반대로 백작은 상대방이 모르는 것을 말할 수 없는 저주에 걸렸다. 자신의 행동을 해명하고 싶어도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알려주지 않는 진실에 누군가는 오해하고, 누군가는 서운해했다. 백작은 원하지 않았던 가면을 쓴 채 고립된 삶을 살다가 진솔한 말을 던지는 주인공과 부딪치게 되었다. 하고 싶은 말을 못 하는 사람과 속말을 다 하게 된 사람의 조합이라니. 양극단에 놓인 두 사람을 보며 어느 쪽이 더 힘들지 헤아리기 어려웠다.
때론 주인공처럼 속말을 내질러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걸 보면 나도 가면을 쓰고 있나 보다. 그렇다고 아주 투명하게 마음에 있는 말을 다 하면서 살고 싶지는 않다. 마음에 없는 말을 억지로 지어내지는 말고 독설이 될 말은 삼켜버릴 수 있는 정도면 좋겠다. 어차피 나는 표정을 감추는 것에는 능하지 못해서 아부와 연기가 불가능하다. 최대한 노력해서 무표정을 유지하는데 아마 그것이 나의 가면일 것이다. 괜찮은 척, 마음에 두지 않는 척하는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가면. 가끔 나도 깜빡 속아 내 마음조차 깨닫지 못할 때도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