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너뿐인 걸 네가 알았으면

일부의 오해, 일부의 진심

by 영샘

‘좋을 텐데 너의 손 꼭 잡고 그냥 이 길을 걸었으면. 내겐 너뿐인 걸 네가 알았으면 좋을 텐데.’

몇 차례 만나 식사하고 같이 영화도 본 그 사람의 싸이월드 미니홈피의 배경음악 도입부를 듣자마자 곡 제목이 궁금했다. 찾아보니 성시경의 ‘좋을텐데’였다. 서정적인 가사와 부드러운 멜로디가 조화로워서 반복해서 듣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 이거 어쩌면 나 들으라고 고른 음악인가? 이러려고 싸이월드 일촌 맺기를 내게 제안한 건가? 당시 SNS는 싸이월드가 대세였고 ‘일촌’은 지금의 페이스북 친구, 인스타그램 맞팔과 같은 개념이다.


노래 가사 속 ‘너’가 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사를 곱씹어보니 볼수록 딱 맞아떨어지는 기분이었다. 가사 마지막 줄인 ‘그저 너의 곁에 내가 있었으면 좋을 텐데.’ 부분에서는 ‘꺄악’하며 감탄했다. 내가 둔해서 그 마음을 눈치채지 못했구나, 이걸 이제 깨닫다니. 이 사람 나 좋아하네. 하, 소심해서 직접 말하지 못하고 이렇게 힌트를 주다니.


시간이 지나 교제하게 된 그에게 은근슬쩍 물었다. 혹시 싸이월드 배경음악은 언제부터 지금의 곡으로 설정한 거냐고. 예상과 달리, 그는 처음 싸이월드에 가입할 때부터 그 곡을 배경음악으로 선택했고 그 후 미니홈피를 꾸밀 시간이 없어서 그대로 뒀다고 했다. 그렇다. 그것은 나의 오해였다. 나를 알기 전부터 배경음악은 성시경의 ‘좋을텐데’였을 뿐, 나에게 들려주기 위해 심사숙고해서 고른 노래가 아니었다. 순간 당황해서 “아, 그랬구나. 그 노래를 원래부터 좋아했구나. 하하하.”라고 어색하게 말했다. ‘난 또, 나 들으라고 고른 곡인 줄.’ 부끄러워서, 이 말은 입안에만 맴돌다가 삼켜버렸다.


그럼에도, 우리는 싸이월드 일촌에서 호적상 무촌 관계로서 16년째 살고 있다. 아직도 그 시절 그 노래로 인한 나의 오해를 이야기하지 못했다. 그 또한 나의 어떠한 행동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오해한 사건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인연이라는 것은 일부의 진심과 일부의 오해가 만나 시작되는 사건일지도.

월,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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