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권의 힘

광주에 다녀왔다

by 영샘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뿌듯할 수밖에 없던 순간 중에는 작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도 있을 것이다. 뉴스를 보자마자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작품을 원어 그대로 읽을 수 있는 특권이 생겼다니!’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나처럼 느낀 사람이 많았는지 그의 대표작들이 빠른 속도로 매진됐다. 늦었지만 대표작 「흰」, 「채식주의자」, 「디 에센셜 한강」, 「소년이 온다」 네 권의 구매를 예약했고, 2주 정도 지나서 받아볼 수 있었다. 이렇게 한 작가의 책을 한 번에 여러 권 산 적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그중 「소년이 온다」를 읽고 가장 큰 충격을 받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광주의 1980년 5월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학교에서 따로 배운 적도 없었고 알고자 노력한 적도 없었다. 어두운 역사를 제대로 알게 될 때 느낄 두려움과 안타까움을 회피하고 싶은 마음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때 뉴스를 보고는, 광주에 북한 간첩들이 대거 들어간 줄 알았지. 나중에서야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지만.”

1980년 5월이 어떠했는지 엄마한테 여쭤봤을 때, 이렇게 소회를 밝히셨다. 그 당시 광주에 살고 있지 않았다면 나도 저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누구한테도 제대로 된 이야기를 들을 수가 없었을 테니까. 이제는 마음만 먹으면 자료를 찾아볼 수 있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고 아파했을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작년 우리 가족은 광주를 처음으로 찾아갔다. 5·18 민주화운동기록관, 전일빌딩 245와 광주 5·18 민주광장을 찾아갔다. 광장 맞은편에는 시민군이 계엄군에 맞선 최후 항전지인 옛 전남도청이 있었다. 이곳은 복원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한강 작가의 책 속 광주에 직접 와있다는 사실에 기분이 묘했다. 어릴 적의 나는 아무한테도 이 이야기를 들을 수 없었지만, 내 아이들은 역사의 한 자리에 직접 서서 보고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이 뭉클했다. 책 한 권의 힘은 이렇게 대단하다.

월,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