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여행기 -4
F1 구경을 뒤로 하고 이제 하루 관광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여야 합니다. 높은 성당의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어느 도시에서 바라봐도 질리지 않습니다. 헝가리의 성 이슈트반 대성당에 높고 아름다운 전망대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날씨는 여전히 푸르고 뜬금없는 멋진 기구가 성당을 가려던 제 발걸음을 사로잡습니다.
도시 한 가운데 있는 대관람차는 이번 여행 중 처음 봅니다. 부다페스트의 명물인 Budapest Eye, 부다페스트의 눈입니다. 아래에서부터 천천히 올라가며 모든 건물들과 면밀히 눈을 마주칠 수 있고 다른 어떤 소리와도 단절된 채 부다페스트의 전경을 여유롭게 바라볼 수 있습니다. 또한 밤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그 유명한 부다페스트 야경이 은하수처럼 흐르는 로맨틱한 풍경을 음미할 수도 있습니다.
말이 나온 김에 타고 싶어서 매표소로 다가갔습니다. 가격은 9유로정도 하는데 가격보다 무서운 것이 더 있었습니다. 바로 줄을 선 가족들입니다. 오늘은 노동절이다 보니 아기들을 데리고 나온 가족들이 가득합니다. 한 관람차에 4명 정도가 함께 타야하기 때문에, 제가 만약 이 곳에 줄을 서서 함께 타면 가족들 사이에 낀 불청객이 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물론 용기를 내서 다른 모르는 사람들과 타고 친해지는 상황을 선택할 수 있지만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갑작스러운 만남은 부담스럽습니다.
사실 혼자 여행하여 하지 못한 것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이전에도 여러 번 말했듯이 아름다웠던 프라하 야경을 혼자 보는 것이라던지, 신혼부부들이 많던 카를교에서 눈물을 삼킨 경험이라던지, 폴란드에서 밤에 버스 정보가 없어 혼자 당황했던 경험이라던지 혼자 여행하며 안타까웠던 경험은 수도 없이 많았습니다. 이번 헝가리에서도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헝가리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 중 하나가 바로 온천입니다. 세체니 온천을 비롯해 루카스 온천까지 수 많은 온천이 있습니다. 하지만 온천이 우리나라 사우나나 일본의 료칸같은 개념보다는 워터파크에 가깝습니다. 아무리 좋은 곳이라도 친구나 가족끼리 가서 즐기는 곳이다보니 혼자인 저로서는 계획에서 지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나중에 찾아보니 저처럼 혼자 여행을 하는 사람들은 인터넷 카페를 통해 함께 여행할 사람들을 구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친구 만들기 어려웠는데 해외라고 쉬울까요. 지레 겁을 먹고 포기하고 말았습니다.언제나처럼 별로일 것이라 생각하며 신 포도를 보는 여우처럼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