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여행기 -3
오늘도 역시 파스타로 아침 겸 점심을 보내고 도나우 강을 구경하기 위해 걸어갔습니다. 야경으로 유명한 세체니 다리의 낮 모습이 보고 싶어 다리를 향해 이동하는데 유난히 마이크를 든 리포터와 카메라가 많이 보였습니다. 어디를 가도 나타나는 카메라가 신기합니다. 오늘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 싶습니다. 그러고 보니 차도 한 대도 보이지 않고 차도 앞에서 기자들이 촬영을 하고 있습니다. 궁금증이 자아내 다가갔습니다.
기자의 말은 헝가리어라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길 건너로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것은 알 수 있었습니다. 시내 안에는 펜스가 쳐 있고 어디를 가도 사람들이 가득합니다. 가까이 다가가니 스크린도 설치되어 있고 사람들 사이에는 행복한 미소가 가득합니다. 오늘 노동절이라 모두 축제를 여는 것인가 싶습니다. 흥에 겨운 노래도 흘러나오고 이미 손에 맥주를 가득 든 사람들은 흥겹게 춤을 춥니다.
펜스 가까이 가보니 평범히 행진이나 퍼레이드를 위해 만들어둔 도로가 아닙니다. 마치 마라톤이나 사이클 경주라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 멀리 보니 F1이라는 큰 글자와 에너지음료 레드불 광고가 가득합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F1 관련된 무언가 오늘 하나 봅니다. 한국은 F1이 큰 인기가 없어 잘 몰랐지만 오늘은 F1 프로모션이 있는 날이랍니다. 헝가리에서 가장 큰 공영방송에서도 취재를 나올 정도로 열기가 대단합니다.
사방을 둘러봐도 사람들이 가득합니다. 난간 위나 건물 위 심지어 창문 위에도 개미떼처럼 사람들이 가득합니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많고 펜스 가까이에도 사람들이 많아 가까이 다가가서 볼 수 없습니다. 이렇게나 대단한 열기는 처음 봅니다. 겨우 자리를 잡고 나니 순간 굉음과 함께 어디선가 우렁찬 엔진 소리가 들립니다. 드디어 시작되었습니다. 순식간에 귀가 찢어질듯한 소리와 함께 새빨간 차량과 샛노란 차량이 순식간에 지나갑니다. 번갯불에 콩 볶아먺는다는 말이 바로 이럴 때 쓰는 말 같습니다. 차량이 지나가는 순간 마치 콘서트에 온 것처럼 심장이 두근댑니다. 환호하는 사람들과 함께 쭈뼛대며 손을 살짝 흔들어 봅니다. 왜 사람들이 F1에 흥분하는지 알 것 같습니다. 아이를 목마 태운 가족들도 보이고 맥주를 들고 있는 친구들도 보입니다. 모두 흥분된 얼굴입니다. 지천을 흔들어 두는 굉음과 환호하는 사람들, 그리고 순식간에 지나가는 현대 문명의 최고의 엔진 기술까지. 나도 모르게 이 스포츠에 흠뻑 빠져버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