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여행기 -2
헝가리에서의 첫 아침이 밝았고 8인 도미토리에서 눈을 떴습니다. 상쾌한 아침 냄새와 함께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 일어났는데 앞에 있는 침대에 한 쌍의 남녀가 속옷 차림으로 함께 누워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당황스러운 광경을 목격하고도 능청스럽게 있기에는 문화적 충격이 너무 큽니다. 새빨개진 얼굴을 가리고 몰래 방을 빠져나갔습니다. 낯 부끄럽게 아침 태양을 마주하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어젯밤에 쏟아지던 비는 밤 사이 그쳐 해가 발그레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부다페스트는 그동안 수많은 여행객들이 방문하면서 로맨틱한 야경과 풍부한 동유럽 냄새로 많은 이야기를 남겼습니다. 부다페스트에는 2박 3일밖에 일정을 부여하지 않아서 바쁘고 부지런하게 움직여야 합니다. 우선 부다페스트 중앙 시장으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숙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거리라 걸어서 가기에도 충분했습니다. 날씨가 좋으니 맑은 시내를 걸어 다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다만 배가 고파 빨리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중앙 시장에 그렇게 먹음직스러운 음식이 많다는 소문이 파다해서 잔뜩 기대하고 발을 재촉합니다.
마치 거대한 시청사나 성당처럼 생긴 중앙시장은 그 외관부터도 그동안 봐 온 시장과 확연한 웅장함을 자아냈습니다. 과연 사람들이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제 수많은 헝가리 음식과 식재료를 만나러 들어갈 차례인데 입구에 수많은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서 있습니다. 무슨 일인가 싶어 입구로 가 보았더니 웬걸, 오늘은 5월 1일 우리나라로는 근로자의 날, 헝가리를 비롯한 동유럽은 노동자의 날입니다. 어쩐지 오늘 아침에 아버지와 전화를 할 때 아버지가 쉬고 계셨습니다. 우리나라는 근로자의 날이면 대부분 회사는 휴무일지라도 전통시장은 멈추지 않고 장사를 이어가서 이 곳에서도 당연히 열어두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문화에 대한 착각과 정보 탐색을 하지 않은 제 실수가 비롯한 일이었습니다. 아쉬움에 문을 쳐다봐도 대답 없는 메아리만 날아올 뿐입니다.
날씨가 좋고 아름다운 도시에 있건만 주린 배를 채울 곳을 찾아야 합니다. 시장 안에서 먹는 야심 찬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지만 하루 종일 걸어 다니려면 뭔가 먹어야 합니다. 시장 맞은 편의 골목이 뭔가 말 그대로 있어 보이는 골목처럼 생겨서 우선 걸어 들어가 보았습니다. 거리에는 기념품 상점과 레스토랑들이 즐비합니다. 바치 거리라 불리는 이 도로는 보행자 전용도로인데 마치 우리나라의 명동을 보는 듯합니다. 걷다 보니 한적하고 아무도 없는 식당이 눈에 띄어 들어가 간단하게 식사를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