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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희성 Sep 06. 2019

일몰이 찾아오는 도시, 자다르

크로아티아 여행기 -8

 플리트비체 트래킹을 가장 긴 코스로 마치고 나니 벌써 4시에 가까운 시간입니다. 공원의 푸른빛을 구석구석 빠짐없이 모두 둘러보았지만 아직도 아쉽습니다. 아쉬움은 다음번 기대감으로 만들어 마음 한편 숨겨 두기로 하고 이제 13번째 도시 자다르로 향할 시간입니다. 이른 아침부터 이 아름다운 숲을 돌아보느라 피곤했는지 버스를 타고 시동이 걸리기도 전에 잠에 들었습니다.

                

                   

잠에서 깨니 멀리서부터 바다가 보이기 시작했고 금세 자다르에 도착했습니다. 자다르에서의 숙소는 버스 정류장 하고 5분 거리였습니다. 예약한 숙소는 칼람바 르 호스텔. 휴대폰으로 지도를 찾아 호스텔로 찾아갔는데 그동안 만나지 못한 거대한 호텔이 나타납니다. 검은 승용차가 즐비하고 호텔보이도 나와 인사해줍니다. 이건 아닌데 싶었는데, 이건 아니었습니다. 뭔가 이상해 문을 지키는 보디가드에게 물어보니 여긴 칼람바르 호텔입니다. 저 같은 사람이 종종 있었는지 호스텔은 옆 골목이라고 정정해줍니다. "호스텔"로 가니 옆집 카페에 앉아 수다를 떨던 주인아주머니가 친절하게 맞아 줍니다. 1층짜리 작은 호스텔이었는데 가방을 두자마자 아주머니는 지도를 꺼내더니 끊임없이 말을 꺼냅니다. 여기가 어디고, 뭐가 뭐고, 어디가 맛집이고, 뭐든 불편하면 말하고.... 쉴 새 없이 정보를 꺼내 주는 탓에 다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그 친절함에는 감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해가 벌써 뉘엿거리기에 발걸음을 재촉해봅니다. 숙소에서 자다르 관광의 중심지인 바다 오르간이 있는 구시가지까지 이어진 해안가를 걷는데 벌써 태양이 눈에 걸쳤습니다. 에스토니아 이후 오랜만에 만난 바다는 바람을 타고 코 끝을 톡 쏘는 향기를 내뿜습니다. 천천히 내려앉는 태양과 달리 야경을 보며 밥을 먹기 위해 저는 서둘러 이동합니다. 바쁘게 걷는 외로운 여행가와 달리 해안의 벤치에는 석양을 구경하기 위해 앉아 사랑을 속삭이는 커플들이 즐비합니다. 해가 지고 있고 자다르를 는 점점 더 아름다워지고 있습니다.



작은 항구를 지나 자다르 구시가지의 입구가 나타났습니다. 작은 입구로 벌써부터 많은 사람들이 드나듭니다. 입구에 조각된 키메라 조각상은 여기서부터 로마의 유적지라는 것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게스트하우스 주인이 추천해준 레스토랑도 고대 로마의 유적 바로 옆에 위치합니다. 해가 더 가라앉는 게 아까워 저녁 식사는 뒤로 미루고 우선 해안가를 찾아갔습니다. 바다는 플리트비체의 물을 닮아 바닥이 보일 정도로 맑았고 수평선 아래로 꾸물거리며 내려가는 태양은 더욱 맑게 빛납니다. 



마침내 주황빛의 수채화가 전 바다를 붉게 물들였고, 여기저기에서 감탄이 들려옵니다. 자다르의 석양이 유명해진 것은 다름 아닌 영화계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 때문입니다. 히치콕은 자다르의 태양을 두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석양"이라고 칭했습니다. 그의 말마따나 자다르의 붉게 물든 석양은 천천히 온 세상을 물들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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