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서점에서 돌아보는 한국 국가 이미지와 국수주의 국뽕
처음 해외에 갔을 때는 한국이라고 하면 아시아에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태반이었다. 코로나 전에 유럽을 여행했을 때는 강남스타일 이후 덕분에 "오빤 강남스타일" 이야기를 듣거나 BTS와 블랙핑크를 포함한 소규모 K-pop 팬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길거리에서 한국을 말하면 아직도 노쓰 코리아 얘기를 하고, 김정은 이야기만 가득했다. (뭐 이때는 그래도 2018년이라 한참 유럽 어디서나 신문을 구하면 한국 관련 정치 뉴스가 가득하기는 했다.)
하지만 뭔가 달라졌다. 코로나 이후 독일에서 살아가면서, 점차 한국에 대한 국가 브랜드가 견고해지고 있다. 맵지만 건강한 음식, 가장 핫한 문화 트렌드의 국가라는 이미지가 생기고 있다. 한 국가에 대한 이미지는 살아가면서 크게 체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브레멘의 한 대형 서점에 들어간 오늘 드디어 독일에서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어떤 이미지인지 확실하게 체감하였다. 케데헌을 포함해 한국과 관련된 서적이 에스컬레이터 바로 앞에 한 코너를 자리 잡았다. 음식 관련 서가에도 오징어 게임뿐만 아니라 정관 스님에 대한 책이나 한국 음식에 대한 책이 떡하니 자리 잡고 있다. 게다가 여행 코너를 가더라도 대놓고 서가 한 칸을 한국 여행 가이드북들로 채워두었다. 다른 나라는 모르겠지만, 그동안 전쟁, 김정은이라는 부정적 국가 이미지가 독일에서만큼은 최신 트렌드세터 국가라는 이미지로 바뀐 듯하다.
하지만 이런 말을 한국에서 하거나 들었을 때는 국수주의적인 시각의 국뽕이라는 말을 듣게 된다. 두 가지 양가적인 감정이다. 하나는 국내 상황에 대한 패배주의적인 감정이다.
다른 하나는 그동안 우리나라가 소위 국뽕을 활용한 억지 이미지 마케팅을 해온 것에 대한 반발 심리이다. 낮은 출산률과 취업률, 높은 폐업률과 자살률이라는 사회 분위기 속에 개인주의가 더욱 팽배해지며 이기주의로 치닫고 있다. 그러는 와중에 국가와 개인의 연관을 국가 철학적으로 담아내지 못하니 국가나 기업의 성공은 개인과 상관없어지게 된다. 게다가 현재 국내의 불안한 정치경제적인 상황에 익숙해지니 자국의 문화 역시 그다지 영향력이 없는 문화로 치부해버려 패배주의적인 감정을 얻게 되는 것이다.
또한 그동안 정보가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시절에 한류의 성장, 한국의 위대함을 국가나 방송에서 지속적으로 국내에 홍보를 하더라도 비판 없이 수용했다. 이제는 어느 나라에서 얼마나 검색되었는지도 알게 되는 시점에서 이전의 억지 이미지 마케팅의 반발 심리가 터져 나오며 오히려 성공적으로 해외 시장에 안착한 미디어나 상품도 과소평가하게 되는 것이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매일 살고 있는 이 살기 힘든 세상 속에서 거짓된 선동으로 국가 이미지를 만든다 하더라도 그건 국내에만 국한된 것이고 해외에서는 관심이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아직 선진국과 거리가 먼 한국에서 선진국에 인정받기 위해 국가 브랜드를 억지로 만들어서 홍보하려고 한다고 여기게 된다.
하지만 이런 국가 브랜드의 기술은 우리나라만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독일은 신뢰 있는 기술과 사람들이라는 이미지를 70년대부터 만들어서 지금까지도 그 이미지를 투자와 수출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일본 역시 섬세하고 꼼꼼한 나라라는 이미지를 내세운다. 프랑스 산 제품이라고 하면 뭔가 우아하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것도 그들이 해온 행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미지다. 결국 국가 브랜드는 단순히 국민 만족에 그치는 국수주의적인 요소가 아니라, 한 국가의 현재와 미래 활로의 한 가닥이 된다.
결국 한국의 국가 브랜드 상승은 단순한 체감이나 방송이 만들어낸 부풀리기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변화된 상황이다. 맹목적인 국수주의는 경계해야 하지만, 객관적으로 확인되는 국가 브랜드 이미지 상승에 대해서는 적당한 자부심을 가져도 좋지 않을까. 뭐 무엇보다 덕분에 한국 식재료를 구하기 훨씬 수월해진 입장에서는 이런 한국의 위상의 성장을 언제나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