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토니아 여행 -4
"드디어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네!"
자유의 광장에서 만난 친구의 이름은 안나입니다. 안나는 오래된 친구를 만나는 것처럼 반겨주고 자신이 짜 온 가이드 계획을 자랑합니다. 안나는 가장 데리고 가고 싶다는 곳이 있다며 언덕 위로 저를 이끌고 갔습니다. 비가 촉촉이 내려옵니다. 하지만 개의치 않아하며 서둘러 올라갔습니다. 아직 해는 지지 않았고 서서히 내려앉고 있습니다. 그리고 도착한 곳은 툼페아 언덕에 위치한 코투오차 전망대였습니다.
전망대에 서는 순간 동화 같은 마을의 전경이 온 가슴으로 들어왔습니다. 놀라운 광경입니다. 마치 미니어처 마을을 구경하는 아이가 된 기분입니다. 특유의 붉은색 지붕들이 가득 찬 풍경은 놀랍도록 아름답습니다. 저 멀리 보이는 발틱해에 천천히 걸리고 있는 붉어지는 하늘이 이 마을을 더욱 아름답게 비춰줍니다. 놀라움에 숨이 멎은 채로 바라보는 저를 보며 안나는 즐겁다는 듯이 웃고만 있습니다. 아직 갈 길이 멀다면서 가슴 쓸어내릴 시간도 주지 않은 채 저를 이끌고 또다시 이동합니다. 툼페아 언덕에 위치한 지금의 국회의사당인 툼페아 성과 성벽을 지나오니 유령 동상이 서 있습니다. 마치 영화 <해리포터>에 나오는 디멘터처럼 생겼습니다.
디멘터처럼 서 있는 이 유령은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무언가 바라는 듯해 보였습니다. 어딘가 쓸쓸해 보이기도 하고, 유령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툼페아 언덕을 한 바퀴 돌아보고 난 이후 천천히 성곽을 따라 밖으로 나갔습니다.
새로운 친구를 만나는 것은 어렵고 힘든 일이지만 막상 만나고 보니 이야기할 것들이 많습니다. 한국 드라마와 음악에 관심이 많은 친구라 그런지 통하는 것이 많습니다. 걷다 보니 힘이 들어 카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바깥에는 밤이 찾아왔습니다. 비도 그쳤습니다.
하루 종일 놀아준 친구에게 감사의 인사로 한국에서 챙겨간 작은 선물을 전달하고 저는 다시 올드타운 안의 게스트하우스로 향했습니다. 밤의 올드타운은 더욱 아름다웠습니다. 은은한 조명이 비추는 건물들은 마치 아름다운 사람에게 조명을 비추고 사진을 찍은 듯합니다. 낮보다 밤이 아름다운 도시에서 첫날 밤을 이렇게 마무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