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생일잔치 in 에스토니아

에스토니아 여행기 -11

by 박희성

생일상은 진수성찬이어야 한다는 엄마의 가르침을 수십 년간 받아왔기 때문에 혼자 있는 이곳에서도 잘 챙겨 먹어야 한다 생각했습니다.

맥주 두 잔으로 취해 방으로 돌아와 잠깐 낮잠을 자다가 일어나니 배가 고픕니다.

저녁으로 무엇을 먹어야 할지 돌아다니는데 딱히 먹고 싶은 것은 없습니다.

6시임에도 해는 아직 내리쬐고 있어서 점심을 먹는 기분이라 그런듯 합니다.

어디로 가야 될지 모르지만 발은 광장으로 향합니다.

영원한 평화가 지속될 것 같은 광장에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식사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바닷가를 가면 항상 있는 호객 행위가 여기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호객 행위 하는 사람들이 중세 시대 같은 전통 복장을 입고 있다는 겁니다.

한국에서도 에스토니아에서도 호객 행위 하는 사람들은 뭔가 두렵습니다.

소심한 마음에 먼저 다가오는 사람들이 무서운 탓이지요.

결국 점심에 맥주 마시던 레스토랑으로 갔습니다.

해는 떠 있어도 시간이 지나니 쌀쌀해 져서 내부로 들어왔습니다.

자유로운 분위기의 야외 테이블과 달리 실내는 가정집처럼 안정감을 줍니다.

앉아 있으니 아까 그 종업원이 메뉴판을 가져다 줍니다.

식전빵을 먹으며 기다리며 앞으로의 일정을 생각해봅니다.

오늘이 지나면 이제 라트비아로 떠나야 합니다.

라트비아를 지나도 아직 아홉 개의 나라가 기다립니다.

아직 많이 남은 여행이 설레기도 하지만 두려움의 크기도 만만치 않습니다.

어쩌다가 이렇게 긴 일정을 겁도 없이 짜게 됬는지.

머리를 쥐어 짜고 있었더니 식사가 나왔습니다.

생일인 덕에 금액은 생각하지 않고 비상금을 털어 요리를 두 개나 주문했습니다.

첫 번째 요리는 이름만 들어보았던 타이거 새우가 들어간 오리 토마토 파스타입니다.

바다와 하늘과 들이 모인 파스타에는 하얀 그라나 파다노 치즈가 마치 눈처럼 뿌려져 먹기도 전에 행복해집니다.

일일이 까서 넣은 새우는 싱싱함을 자랑하듯 탱글거립니다.

토마토 소스와 정말 잘 어울립니다. 느끼함도 없습니다.

파스타를 먹고 나니 곧바로 스테이크가 나옵니다.

녹두로 만든 소스 위에 햄버그 스테이크 같은 고기가 올라왔고,

조린 대추와 파프리카가 입맛을 돋구어줍니다.

소스가 인상적이라 소스를 끝까지 고기에 발라 먹었습니다.

파프리카에 고기를 올리고 콩이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쌓아 올려서 한 입에 넣었는데 너무 부드럽습니다.

미역국이 없어도 이정도 호화로운 식사면 나 혼자 생일 잔치를 충분히 즐긴 것 같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앉아 커피를 마시면서 여흥을 즐기니 시간은 벌써 8시입니다.

마지막 생일 선물인 탈린의 일몰을 보기 위해 전망대로 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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