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트비아 여행기 -3
숙소에 짐을 두는데 온 몸이 땀범벅입니다. 러시아에서부터 입고 다닌 잠바를 이젠 트렁크에 넣어 둘 시간이 왔습니다. 탈린의 아침 공기는 쌀쌀한 편이었는데 리가의 정오 햇살은 너무 뜨겁습니다. 여행 중 첫 1인실을 배정받아서 마음 편하게 짐을 정리합니다. 최대한 안전에 유의하지만 그래도 방 안에서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은 여행 중 소소한 행복입니다. 내일 바르샤바로 12시간의 버스를 타고 가야 하기 때문에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도 필요합니다. 기껏 해봐야 6시간 버스 탔던 것이 최대였지만 이제는 스케일이 달라집니다. 유럽 여행의 꽃은 야간기차라고 하지만 기차를 이용하는 방법도 모르고 예약조차 하지 않아서 버스만 이용 중입니다. 우리나라 기차역에서 KTX 예매하듯이 내일 바르샤바 역을 가봐야 알 것 같습니다.
짐 정리를 마치고 올드타운으로 향했습니다. 숙소가 있는 신시가지부터 천천히 걸어가면 따듯한 햇살 아랫사람들은 강변에 모여 있습니다. 여유롭고 운치 있는 모습입니다. 햇살에 반사된 따듯한 초록색으로 가득한 강변에는 잔잔한 물 냄새가 듬뿍 퍼집니다.
저물어가는 강한 햇살을 받은 리가의 올드타운은 탈린에서의 올드타운과 색 다릅니다. 탈린의 올드타운은 놀이공원의 잘 꾸며둔 동화마을 같았는데, 이곳 리가의 올드타운은 시간이 되돌아가서 중세 시대에 현대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기분입니다. 붉은 벽돌로 지어져 명동 성당처럼 보이는 성 베드로의 성당은 이 리가 올드타운의 상징 같은 곳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약속의 장소로 삼은 듯이 서성이는 젊은이들이 많습니다.
성당 뒤 편에서 많은 사람들이 서서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무엇인지 궁금해서 다가가 보니 브레멘 음악대 동상입니다. 당나귀와 개, 고양이, 닭이 알 수 없는 표정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습니다. 브레멘 음악대 동상이 왜 이곳 리가까지 와서 있을까 궁금해집니다. 브레멘 시에서 리가에 선물해 준 동상이라고 하네요. 무슨 인연인지는 모르지만 낯선 곳에서 더욱 낯선 동상을 바라보는 기분도 낯섭니다.
성 베드로의 성당을 한 바퀴 돌면서 감상하면 브레멘 동상 정 반대편에 성당 정문이 나옵니다. 전망대로 가보고 싶지만 오늘은 이미 문을 닫았습니다. 아쉽습니다. 그런데 정문의 모습이 신기합니다. 마치 증축한 듯이 정면의 모습만 색이 다릅니다. 온 성당의 외곽은 붉은 벽돌이지만 정문의 모습은 베이지 색입니다. 1200년대에 지어지고 수많은 증축이 진행되었고, 소련 점령 때 파괴되기까지 하며 수 세기 동안 모습을 변화해온 탓입니다. 겉으로는 아름다운 모습을 지니고 있지만 세세히 들여보면 수많은 아픔이 있는 도시입니다.
120m가 넘는 첨탑보다 높은 건물은 이 올드타운 안에 없다고 합니다. 여행에서 일정을 꼭 확인해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몸소 체험하고 눈물을 흘리며 다음 장소로 이동합니다. 뒤로 걸어갈수록 웅장 해지는 성당의 모습에 아쉬움만 곱씹습니다. 저와 같은 수많은 여행가들도 아쉬운 마음에 성당을 눈과 카메라로 담고 있습니다.
올드타운의 명물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바로 하우스 오브 더 블랙헤드입니다. 매우 화려한 장식의 하우스 오브 더 블랙헤드( 일명 검은 머리 전당)는 상인 조합 길드의 건물이었습니다. 이 건물은 말 그대로 검은 머리 길드원들이 사용하던 건물인데, 젊고 독신인 상인과 선장들이 검은 머리 길드원들이었다고 합니다. 이들은 상상 속의 아프리카 흑인 수호신 "성 모리셔스" 모셨고 그의 이름을 따서 길드 이름을 만들었다는 것이 가장 유력한 설입니다. 건물을 바라보며 그때를 상상해 보았습니다. 리가에서 그 어떤 건물보다 화려한 건물로 길드원들은 얼마나 위풍당당하게 걸어 들어갔을까요. 함께 모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리가의 번영을 노래하는 그들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집니다.
올드 타운 밖으로 넓은 강이 보입니다. 저도 검은 머리 길드원이 되어 올드 타운을 벗어나 위풍당당하게 새로운 탐험을 향해 걸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