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트비아 여행기 -4
우리나라의 한강은 서울 한 복판을 가로지르며 멋진 풍경을 자아냅니다. 리가의 다우가바 강도 한강처럼 리가의 정 가운데를 지나가며 넓은 자태를 자랑합니다. 강변북로처럼 강을 끼고 펼쳐진 넓은 도로에 신기한 차가 한 대 있습니다. 대형버스처럼 생겼는데 차량 양 옆에 페달이 달려 있습니다. 페달을 밟아 가는 자동차입니다. 열 명 가량의 청년들이 페달을 밟으며 맥주를 마시고 있습니다. 이 친구들은 페달을 밟으며 속도는 느리지만 천천히 달리며 길거리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어 줍니다. 극한의 비효율이지만 극도의 재미를 선사해주는 광경입니다.
페달 자동차를 먼저 보내주고 천천히 강변을 구경하며 걸어갑니다. 해는 점점 기울어지며 강 위로 아름답게 햇빛을 뿌립니다. 목적지는 없으니 걷다가 신기해 보이는 곳마다 구경할 수 있습니다. 한 성공회 교회 앞에서 멈춰 섰습니다. 특색 없는 평범한 교회지만 고양이 한 마리가 통행료로 사람들의 손길을 받으면서 있습니다. 손길을 받은 고양이는 성당 앞 계단으로 올라가서 하품을 한 번 하고 기지개를 켭니다. 너무나도 평화롭습니다.
고양이를 지나오니 화가 한 명이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무심한 붓터치로 교회 옆으로 보이는 올드타운과 성 야곱 성당을 그리고 있습니다. 사진처럼 풍경과 똑같은 그림이 태어나는 광경이 신기해서 허락을 받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빵모자와 긴 머리, 안경과 담배. 우리가 만화책으로 보던 화가가 그림에서 튀어나오듯이 생긴 아저씨는 사진을 다 찍으니 또다시 무심히 그림만 그립니다.
다시 강변을 따라 걷습니다. 금세 리가 성이 나왔습니다. 둥글고 흰 원통 같은 모양이 신기합니다. 안으로 들어가는 방법을 몰라 벽을 따라 걷는데 익숙한 기분입니다. 마치 덕수궁 돌담길 같은 느낌입니다. 기와만 없을 뿐 높이와 걷는 느낌이 모두 비슷합니다. 발트해에 있는 도시에서 대륙 동쪽 끝에 있는 우리나라의 느낌을 받습니다. 한강을 걷는 기분에 이어 돌담길을 걷는 기분이라니. 한국이 그리워져서 착각하는 것일까요.
강을 가로지르는 대교 위에서 강을 보고 싶어 져서 올라갔는데 눈을 돌려 리가 성을 바라보니 밑에서 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시야가 존재합니다. 이만큼 작은 성을 본 적은 없지만 푸른 하늘 아래 펄럭이는 라트비아의 국기를 보니 웅장해 보이기도 합니다. 아직 푸른 옷을 입지 않은 나무들이 앙상하게 성을 지켜주지만, 덕분에 더욱 성의 색감이 햇빛을 받아 찬란히 빛납니다. 새파란 나무들로 둘러 싸인 리가 성을 상상하니 겨울철 눈이 듬뿍 뿌려진 성도 보고 싶어 집니다. 문득 한 도시를 온전히 느끼기 위해서는 4번의 계절을 만나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