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트비아 여행기 -5
에스토니아에 이어 라트비아에도 펜팔을 하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오늘 만나는 친구의 이름은 시에나. 시에나는 만나기 전에 한국에 관심 많은 또 다른 친구도 데리고 온다고 했습니다. 어떤 친구들인지 실제로 만나는 것은 처음이니 긴장됩니다. 처음 만났을 때 초반의 그 어색함을 어떻게 견뎌야 할지 고민됩니다.
리가의 상징인 자유의 동상을 배경으로 긴장하여 이리저리 방황하다 보니 친구가 도착했습니다. 시에나는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반갑게 맞아주며 함께 온 친구 에반을 소개해 줍니다. 시에나는 우선 빨리 가야할 곳이 있다면서 저를 이끌고 트램을 타러 갔습니다. 트램을 타고 이동하니 어색할 틈도 없이 토크쇼가 펼쳐 졌습니다. 진행자 시에나와 에반, 오늘의 게스트는 접니다. 리가에 있는 한국어학당에 다니는 두 친구는 자신들이 배웠던 한국어를 써 보기도 하고 한국에 대한, 서울에 대한 궁금증을 쏟아 내기도 합니다. 기관총마냥 뿜어내는 질문에 혼미해졌지만 가까스로 대답해주었습니다. 한국은 겨울에 얼마나 추운지, 가장 좋아하는 한식은 뭔지, 소주는 무슨 맛인지, 군대는 어떤지, 한국에 대학교는 어떤지... 넘쳐나는 질문들 덕분에 거리감은 사라졌습니다.
트램은 리가 시내를 벗어나 외곽에 도착했습니다. 이미 해는 저물어 어딘지 잘 보이지 않지만 이곳은 리가의 말리부라고 하는 부촌이라고 합니다. 이곳에 있는 넓은 공원은 리가 시민들이 여유를 즐기러 오는 공원입니다. 한 때는 놀이공원이었지만 폐지되었고 지금은 동물원과 공원만 남아있습니다. 현지 친구들을 만나 나홀로 여행자는 할 수 없는 신기한 경험을 합니다. 걸어다니며 이번에는 라트비아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라트비아의 학교 생활은 어떤지, 둘은 어떻게 친구가 되었는지, 왜 한국을 좋아하게 되었는 지...
시에나는 유튜브 구경 중 한 K-pop 그룹의 동영상을 우연히 만난 이후 모든 K-pop 그룹들의 동영상을 보고 그 때부터 한국에 대해 호감이 생겼다고 합니다. 에반도 한 친구의 추천으로 방탄소년단의 동영상을 보았고 한국에 관심이 생겼다고 합니다. 세계 속의 한류라는 말만 들어왔지 이렇게 체감하니 정말 신기합니다. 대륙 반대편의 작은 나라에 관해 이 정도의 관심과 사랑을 쏟는다니, 컨텐츠의 힘은 대단합니다.
P.S. 그리고 남은 이야기
이야기를 하며 걷다보니 한국처럼 약수터나 공원에 많은 운동 기구들이 있습니다. 운동 기구는 흔히 볼 수 있으니 그러려니 했는데 몇 몇 운동 기구들의 모양이 특이합니다. 특이한 모양의 기구 앞에는 장애인 전용이라는 스티커가 붙어 있습니다. 머리가 띵 합니다. 장애인들도 당연히 운동을 할 수 있는데, 왜 우리나라는 당연하듯이 공원에 비장애인들을 위한 기구만 있었을까 생각이 듭니다. 북유럽이 복지의 국가라고 하는데, 진정한 복지 정책을 시행하는 정부와 배려를 당연시 여기는 사회는 이런 작은 부분에서도 차이가 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