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은 몰라도 쇼팽은 압니다.

폴란드 여행기 -2

by 박희성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루 머무르는 바르샤바에서 하필 오늘 기념 행사가 있어 12시 이후에 문을 연다고 합니다. 윙드 후사르의 웅장한 모습과 2차 세계 대전의 폴란드의 아픔을 보고 싶었는데, 시간 관계상 오늘은 방문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아쉬운 발걸음을 한 것은 저 뿐만이 아닌 듯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저처럼 박물관 앞에서 발을 떼지 못하고 있습니다.


짧은 시간을 아껴쓰기 위해 폴란드의 구 시가지 쪽으로 이동합니다. 하늘이 푸른 바다보다 맑은 날이라 풀내음 물씬 나는 공원의 잔디도 예뻐 보입니다. 푸른 공원을 걷다 보니 차분한 종소리가 마음을 울립니다. 벤치에 앉아 있으니 기분이 좋아지는 음악이 마치 눈 앞의 음표 조각상이 노래하듯 흘러 나옵니다. 공원에서 듣는 클래식을 즐기니 신기합니다. 이곳은 바르샤바 음악원과 쇼팽 박물관 사이의 공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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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에 대해 문외한이지만 쇼팽은 들어봤습니다. 문득 궁금해져서 인터넷으로 쇼팽의 노래를 찾아보니 녹턴, 환상교향곡 등 들으면 "아~이거" 하는 음악이 많습니다. 문화 탐방 하듯이 다음 목적지는 가까운 쇼팽 박물관으로 결정했습니다. 쇼팽 박물관으로 가니 오늘은 일요일이라 무료 입장의 날입니다. 한푼이라도 아껴야 하는 입장에서 기분 좋게 박물관으로 들어가니 마치 영화 속 귀족의 집에 들어가는 기분입니다. 쇼팽의 생애를 따라 가다보면 악보, 편지부터 쇼팽의 공연 광고, 심지어 실제 머리카락까지 나란히 전시되어 있습니다. 다른 박물관들과 다르게 전시품, 설명만 반복되는 것이 아닙니다. 박물관을 보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입장할 때 받은 카드를 이용하면 오디오 가이드와 쇼팽의 음악을 골라 들을 수 있는 체험식 전시도 즐길 수 있습니다. 전시되어 있는 모든 음악을 들으며 쇼팽과 점점 가까워집니다. 음악를 들으며 그 곡이 탄생한 배경을 알게 되고 어떤 심정으로 작곡했는지 알게 되면 곡을 더 마음 깊이 새기게 됩니다. 쇼팽의 일생과 그의 음악을 직접 즐길 수 있어 클래식을 몰라도 박물관을 즐길 수 있습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지하부터 2층까지 드나드니 쇼팽과 가까워지는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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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하며 여러 박물관을 다녔지만 여행이 끝나고도 뇌리에 남는 박물관은 드물었습니다. 쇼팽 박물관은 아직도 제 마음 한 구석에 자리잡고 있는 이유는 아마 곡 하나하나를 곱씹으며 박물관의 주인과 가까워졌기 때문인것 같습니다. 이전에는 클래식은 태교할때나 불면증 치료를 위해 듣는 음악으로 생각하고 듣지 않았지만 요즘은 가끔 쇼팽의 음악을 틀어놓고 박물관을 떠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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