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여행 -5
바르샤바 조약을 한 대통령 궁 옆으로 가면 바르샤바의 올드타운이 나옵니다. 둥근 올드타운 입구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바글거립니다. 궁전 옆의 다리를 건너면 올드타운의 시작입니다. 다리에 서면 아침에 문화과학궁전에서 본 스타디움이 가까이 보입니다. 날이 좋아 궁전의 분홍색 벽돌이 더 빛나 보입니다. 입구에서 방문객을 환영해주는 지그문트 3세의 동상 기념비 아래에는 거리의 악사들이 신나는 음악을 연주하고, 사람들은 주변에 둘러앉아 노랫가락을 즐깁니다. 악기를 통해 흘러오는 평화의 소리를 배경음 삼고 이 분위기를 오롯이 즐기니 자연스러운 미소가 퍼집니다. 기분이 최고에 다다른듯한 시뻘게 달아오른 취객은 웃통을 벗고 춤을 춥니다. 그 누구도 인상 찌푸리지 않고 폭소를 터뜨립니다. 성벽으로 가면 수많은 가판대 위에 다양한 폴란드 기념품이 있습니다. 여행이 끝나가기 전에 기념품을 사는 것은 바보 같은 행동이라 생각했지만, 이런 기분 좋은 날에는 저절로 지갑이 열립니다. 동생 선물 하나, 친구 선물 하나 고르다 보면 주체할 수 없어집니다. 눈 딱 감고 스노볼 하나만 샀습니다.
신기하게도 우리나라 카페만큼 널린 아이스크림 가게에 사람들이 줄 서 있습니다. 어린애들 뿐만 아니라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하나같이 아이스크림을 입에 머금고 있습니다. 마치 올드타운 통행증처럼 다들 들고 있습니다. 아이스크림을 즐겨 먹지는 않지만 저도 질세라 초콜릿 맛 아이스크림 하나를 입에 물었습니다. 아이스크림 통행증을 든 긴 행렬을 따라가니 올드타운이 나옵니다.
올드타운 자체는 라트비아나 에스토니아와 다를 것이 없는 구 시가지 그 자체입니다. 파스텔톤, 중세 건물, 전통 복장 이 세 박자를 갖춘 곳입니다. 다만 제2차 세계 대전으로 중세, 현대를 불문하고 모든 건물이 파괴되어 잿더미가 되었던 바르샤바를 위상 높은 수도로 다시 재건하지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고, 지금처럼 완벽한 모습으로 폴란드 국민 곁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런 완벽한 모습을 위해 재건 당시에 어린아이 풍경화부터 사진이나 그림 등을 참고하였고, 중세 특유의 질감을 위해 오래된 돌을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1980년 유네스코에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습니다. 덕분에 저 같은 관광객들도 예전 폴란드의 풍경을 즐길 수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중세의 향기를 음미할 시간도 없습니다. 한국 야시장에 사람 몰리듯이 수많은 먹거리 부스와 호객꾼으로 이리저리 치입니다. 올드 타운에서 맥주 한 잔 하려던 계획은 자리가 없어 무산되고 둘러보며 구경하려던 계획은 사람 구경으로 대체되었습니다. 깔려 죽기 전에 서둘러 피난 가듯 바르바칸이라는 성벽으로 빠져나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