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여행기 -7
바르샤바에서의 하루가 끝나갑니다. 이제 저녁을 먹어야 하는데 오늘 바르샤바에 도착할 때부터 메뉴는 정해두었습니다. 바로 한식입니다. 다른 식사도 아닌 따듯한 국물에 밥 한공기가 너무 먹고 싶었습니다. 두부를 송송 썰어넣고 돼지 고기 한 웅큼 넣은 매콤한 김치찌개도 먹고 싶고, 뽀얀 국물에 다데기와 후추를 넣고 휘휘 저어 큼직한 순대와 함께 먹는 순대국도 먹고 싶습니다. 먹고 싶은 음식을 다 적기에는 하얀 종이가 부족해 그만두고, 폴란드에 도착하자 마자 한식당을 찾아 보았습니다. 그 중 오늘의 관광 루트에 가장 가까운 한식당인 김치 아가씨를 찾았습니다.
구시가지에서 40분 가량 걸어 갔는데 따듯한 국밥 한그릇 생각하니 김첨지마냥 힘든 줄 모르겠습니다. 도착해서 보니 한국인이 하는 한식당이 아니라 폴란드인이 운영하는 한식당이지만 실내로 들어오면 한국 음식 냄새로 마치 한국에 돌아온 기분입니다. 폴란드인들이 가득한 것만 빼면 한국 식당입니다. 소주, 과일소주 등 한국 술이 나열되어 있고 배 음료수와 식혜 같은 한국 음료들도 즐비합니다. 들어가자마자 고딕체로 보이는 닭도리탕과 보쌈 이라는 글씨는 정말 친숙합니다.
메뉴판을 살펴보니 우동, 비빔밥도 있고 도시락처럼 판매하는 한식 세트도 있습니다. 다양한 반찬을 맛볼 수 있어 좋아 보이지만 오늘은 김치찌개입니다. 계산을 하니 반찬 두 개를 선택하라고 합니다. 단무지, 브로콜리 무침, 버섯조림, 감자 샐러드 등 다양하지만 오늘은 그동안 느끼했던 속을 달래기 위해 김치와 김치전을 골랐습니다.
반찬부터 골라 먹어보니 김치전은 일품입니다. 한국에서도 기사식당을 가면 가끔 나오는 김치전 맛입니다. 바삭하게 잘 만들었습니다. 김치는 아쉽게도 폴란드인 입맛에 맞추기 위해 매운 맛을 줄이니 신 맛이 강합니다. 라면이 있다면 함께 먹고 싶은 군침도는 신 맛입니다.
드디어 김치찌개가 도착했습니다. 익숙한 뚝배기에 담겨온 김 나는 김치찌개가 드디어 제 앞에 나타났습니다. 매콤한 향이 올라오는데 더이상 참지 못하겠습니다. 국물만 한입 떠 먹으니 정말 한국식 김치찌개입니다. 따듯하고 투박하게 자른 두부와 고기는 뜨거워도 수저는 쉬지 않고 움직입니다. 너무 한국적인 맛이라 웃음이 나옵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어서 웃음이 나오는 건지, 폴란드에서 이런 완벽한 한식을 먹어서 웃음이 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 오랫만에 한식을 먹어 정신이 나가 웃음이 나온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상한 사람처럼 보일까봐 웃음을 참아보지마 입에 펼쳐진 미소는 지우지 못하겠습니다.
마치 국밥 먹듯이 바닥까지 싹 긁어먹고 식사를 마무리했습니다. 탈린에서 김치라멘을 먹긴 했지만 정통 한식은 12일만에 처음입니다. 그동안은 한식의 그리움이나 중요성을 잘 체감하지 못했습니다. 해외 여행 나갔다 오신 분들이 한식이 너무 먹고 싶었다고 하시는 것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또 외국까지 와서 한식을 굳이 먹어야 되나 생각을 했습니다. 오만한 저의 불찰이었습니다. 앞으로 3주 조금 넘는 시간의 여행이 남았는데 일주일에 한 번은 꼭 한식을 먹어야겠다 다짐합니다. 몸은 한국은 떠나도 입맛은 아직 한국에 있는 초보 여행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