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여행기 -1
장장 12시간 가까이 버스를 타고 프라하에 도착했습니다. 찌뿌둥한 몸을 이리저리 비틀며 정신을 차리고 버스정류장에 내렸는데 아직 여기가 체코라는 것이 실감 나지 않습니다. 환전소에서 체코의 화폐인 코루나로 환전을 하고 시내로 걸어가 봐도 비슷한 동유럽의 모습입니다. 그동안 여행한 도시들은 각자의 특유한 향기가 품어져 나왔지만 프라하에 도착했을 때는 그러한 기분을 느낄 수 없습니다. 아마 기대가 많았던 도시라 평범한 모습에 조금 실망했나 봅니다. 그러나 여긴 아직 프라하 외곽지역입니다. 안으로 들어가면 새로운 모습이 나타나겠지요.
역시나 조금씩 시내로 들어갈수록 체코만의 그림이 나옵니다. 시내로 가는 길에 나온 전통시장은 여기가 체코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처럼 소시지와 맥주가 즐비합니다. 1인당 맥주 소비량이 1위인 체코답게 대낮, 아니 아침부터 맥주를 마시며 다니는 사람이 많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필스너 우르켈뿐만 아니라 다양한 현지의 맥주가 즐비합니다. 그리고 맥주와 떼어놓을 수 없는, 그동안은 보지 못했던 소시지 가판대도 다양한 소시지를 자랑합니다.
우리가 아는 소시지는 단순히 돼지 내장과 피로 만드는 소시지인데, 여기 진열되어있는 소시지는 산양, 사슴, 멧돼지, 돼지 등 정말 다양한 동물로 만들어집니다. 말려놓은 소시지를 보면 우리나라 시장에 있는 노각 같은 모양입니다. 또는 거대한 말린 고추 같습니다. 색깔도 다양하고 모양도 다양해 무슨 맛일지 무슨 향일지 궁금해집니다.
마침 아침도 먹지 못해 배가 고프던 찰나라 하나 사보니 군침이 돕니다. 소시지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럽습니다. 육포처럼 말리면서 만들기 때문에 겉이 바삭해졌습니다. 한입 물면 오독하는 소리와 식감이 신기합니다. 항상 부드러운 소시지를 먹어왔지만 질기지 않고 바삭한 이 기분이 좋습니다. 베어 물 때마다 짭짤한 소시지 향도 물씬 풍깁니다. 입 안에 풍기는 소시지 향기는 천천히 코를 통해 싱그럽게 나옵니다. 크기도 매우 커서 하나만 먹어도 배가 부릅니다. 동유럽에 와서 처음 먹는 소시지인데 앞으로 자주 만날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소시지를 물고 구시가지 입구에 도착하니 드디어 프라하에 온 기분이 살짝 듭니다. 구시가지 화약고를 지나가면서 이제는 구경하고 싶은 것이 많지만 우선 지친 몸의 피로를 풀기 위해 숙소로 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