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여행기 -2
이틀 만에 침대가 있는 숙소에 들어와 샤워를 하니 상쾌한 향기가 온몸에 풍깁니다. 오랜만에 침대를 보니 눕고 싶은 열망이 차오릅니다. 빠듯하니 빨리 몸을 일으켜야 한다는 의지와 숙소에서 쉬자는 달콤한 목소리가 서로 충돌하지만 쉬기에는 보고 싶은 것이 너무 많은 프라하입니다. 움직이겠다는 의지가 이길 찰나 갑자기 바람이 창문을 세차게 때립니다. 꼭대기 층인 탓에 지붕이 흔들리는 소리도 요란하게 울립니다. 창문을 바라보니 가까운 하늘에서부터 먹구름이 다가옵니다. 혹시 몰라 우산을 들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시커멓게 어두워진 하늘은 밖을 나서자마자 빗방울이 떨어집니다. 여유롭게 돌아다니고 싶지만 녹록지 않습니다. 그동안 날씨가 너무 좋았는데 프라하에 도착하니 날씨가 도와주지 않습니다. 배도 고프고 비도 오니 파전에 막걸리가 먹고 싶지만 이곳은 한국으로부터 8,000km 떨어져 있습니다. 비가 너무 세차게 내리기 시작해 눈 앞에 보이는 레스토랑에 들어왔습니다.
따듯한 나무향이 차분한 기운을 안겨주는 레스토랑입니다. 친절한 종업원이 빗방울을 쓸어내릴 티슈와 메뉴판을 가져다주었습니다. 메뉴판을 찬찬히 살펴보니 필스너 우르켈 생맥주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자주 만날 수 있는 필스너 우르켈은 체코를 대표하는 맥주입니다. 캔맥주와 병맥주로 주로 만날 수 있었는데 생맥주는 만나기 드물었습니다. 아무리 낮이라도 이렇게 비 오는 날 만났는데 마셔 줘야 예의지요. 식사로는 전이 없으니 아쉬운 대로 각종 햄이 들어있는 메뉴를 선택했습니다.
필스너 우르켈 생맥주는 아름다운 자태로 저에게 다가옵니다. 거대한 잔에 담긴 맥주는 부드러운 거품과 함께 제 피로를 날려줍니다. 술을 잘 못하는 탓에 한국에서 이 맥주를 마셨을 때는 쓴 맛이 강했는데, 기분 탓인지 아니면 현지 국가에서 먹는 탓인지 홉의 쓴 맛이 덜한 느낌입니다. 주량이 이 맥주 한 컵인데 신경 쓰지 않고 대낮부터 이 큰 맥주를 들이켜는 제 모습이 신기합니다.
주문한 햄 들이 나왔습니다. 종류별로 각양각색의 햄과 소시지가 나왔습니다. 햄과 함께 싱싱한 상추와 양파가 올라왔고 그 위에 할라피뇨가 있습니다. 햄 사이에는 치즈도 숨어 있습니다. 낮에 먹은 소시지와는 다르게 촉촉합니다. 다양한 맛의 햄을 즐기며 맥주를 마시니 안주가 바뀔 때마다 놀랍게도 맥주 맛이 변합니다. 상추와 함께 먹어도 맛있고 느끼할 때마다 양파와 먹으면 느끼함이 사라집니다. 동유럽 식사에 빠질 수 없는 감자도 함께 나왔습니다. 동유럽을 여행하며 느낀 것이지만 탄수화물은 빵 아니면 감자로만 섭취하는 것 같습니다. 버터와 함께 감자를 먹어 배를 든든하게 만들었습니다. 오늘도 하루 종일 걸어야 되니까요.
알딸딸하게 맥주 한 방울까지 털어 마시고 햄도 먹고 나니 기분이 좋아집니다. 하늘도 제 기분에 맞춰 어느새 비가 그치고 구름이 도망갑니다. 기분 좋을 때 일어나 빨리 이 아름다운 도시를 구경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