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프라하 시내 가이드 없이 돌아보기

체코 여행기 -3

by 박희성

비가 그치니 비냄새가 가고 따듯한 봄의 흙내음이 올라옵니다. 구름 사이로 푸른 하늘이 부끄럼타듯 고개를 살짝 내밀어 봅니다. 구시가지 시내로 들어오니 비를 피하던 사람들이 하나 둘 씩 거리로 나옵니다. 기념품 상점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고, 단체로 관람온 듯 한 학생들 덕분에 아이스크림 가게는 만원입니다. 젖은 도로를 걸어다니며 사람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폴란드, 라트비아, 에스토니아의 구 시가지와 다르게 관광 대도시답게 볼거리가 엄청납니다. 구시가지의 규모도 규모지만 각양각색의 상점과 박물관이 널려 있습니다. 스티븐 잡스의 얼굴이 크게 붙어있는 애플 박물관이나, 공연 홍보가 한창인 여러 공연장을 지나니 성 니콜라스 성당이 나타납니다. 구시가지의 중심에 도착한 것입니다.


1524493969300.jpg?type=w773


성당 앞에는 푸른 나무가 가득합니다. 방금 전 비로 시든 나뭇잎들이 바닥에 떨어졌지만 오히려 초록 카펫을 깔아둔 기분입니다. 젖은 나뭇잎 사이로 햇빛이 반사되어 눈 앞에 반짝입니다. 이곳 향기를 듬뿍 간직하기 위해 눈을 감고 크게 숨을 들이켜봅니다. 다양한 냄새가 풀잎 냄새 사이로 풍겨옵니다. 아름다운 나무가 숲이 되어 이렇게 구시가지 안에 있어 이 광장을 더욱 넓고 풍부하게 해 줍니다.


1524493995336.jpg?type=w773


광장 한 가운데는 쓸쓸해 보이는 동상이 있습니다. 얀 후스의 동상입니다. 면죄부와 부패로 가득 찬 타락한 교회와 교황을 비판하다가 고통스러운 화형을 당했지만, 100년 후 루터의 종교개혁에 큰 영향을 끼친 얀 후스와 그를 따르다 추방당한 사람들의 동상입니다. 끔찍하게 사형을 당하며 체코와 종교계에 큰 영향을 끼친 얀 후스는 비를 맞고 처절한 모습으로 이 곳 광장에 서 있습니다.


평소의 동상들은 살짝 보고 지나치기 일쑤였지만, 동상에 새겨진 그의 심정을 보듬다보니 눈을 뗄 수 없습니다. 과연 저는 얀 후스 같은 마음을 가지고 세상을 바꾸기 위해 세상을 등질 신념을 가질 수 있을까요. 얀 후스 뿐만 아니라 나라를, 그리고 세상을 바꾸기 위해 자신을 던진 사람들이 하나 둘 떠오르는 동상입니다.


1524494170861.jpg?type=w773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비 오는 날에는 맥주와 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