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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희성 Apr 29. 2019

<변신>카프카,오롯이 느끼는 박물관

체코 여행기 -9



 이번 여행의 목표가 동유럽 종단이었기 때문에 여행을 떠나기 전 여행 계획을 잡다 보니 여행 루트 상에 체코가 들어있었습니다. 막상 체코를 선택했지만 체코 하면 생각나는 건 의외로 없었습니다. 프라하, 야경, 카를교 정도만 생각날 뿐이었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러시아를 여행할 때는 수많은 러시아 문학들이 여행을 풍부하게 해 주었던 것 


처럼 체코를 가기 위해서도 무언가 공부를 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은 천재 작가로 <변신>, <성>, <심판>등을 쓴 카프카였습니다. 카프카의 책들은 워낙 유명한 탓에 한번쯤은 읽어봐야지 하고 마음을 먹었다가 글이 너무 어려워 포기하기 일쑤였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여행을 떠나 체코라는 나라를 가려면 그 나라에서 가장 유명하고 뛰어난 작가를 조금이라도 알아야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책을 한 장 한 장 넘겼습니다. 그리고 곧 책 속으로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카프카 박물관은 입구에서부터 그 비상함이 드러났습니다. 남자 둘이 소변을 보고 있는 동상이자 분수대는 언뜻 보기에는 망측하고 발칙한 상상력을 자극하지만 그 주위를 돌아다니며 평범한 하루를 소비하는 시민들의 모습과 대조되어 보였습니다. 예술 작품을 보는 능력이 부족해 이 동상과 카프카 사이에는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큰 관계가 있다고 느껴집니다.


 카프카 박물관 건물은 주변 건물들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게 소박하게 생겼지만 그 안은 마치 박물관이 아닌 현대 미술관 같습니다. 카프카의 일생부터 그의 작품들까지 모두 오감으로 느껴볼 수 있습니다. 그동안 다녔던 여타 박물관들은 그들의 가족관계, 작품, 작품 행적, 실제 필체와 사용했던 물건 등을 단순히 나열해두었습니다. 하지만 카프카 박물관은 불안정했던 아버지와의 관계를 표현하기 위해 어두운 조명과 소름 끼치는 음악으로 카프카가 쓴 편지들을 바라보게 하여 마치 제가 그의 아버지와 큰 갈등을 겪는 것처럼 느끼게 해 줍니다. 그의 작품들을 재해석한 예술품들과 미로 같은 길을 파헤치고 나오면 어느새 출구가 나옵니다. 마치 박물관 안에 있던 시간이 그의 머릿속을 뒤집고 뒤엉켜 나온 듯한 기분을 줍니다. 박물관에서 나오니 햇빛이 눈을 찌르며 꿈에서 깬 듯한 기분을 느낍니다. 박물관을 통해 이처럼 한 사람과 크게 결속되었던 기분은 처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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