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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희성 Jun 24. 2019

체코 성, 한국과 달라요?

체코 여행기 -12


 체스키 크룸로프의 첫 아침이 밝았습니다. 나른한 몸을 친구의 도움으로 겨우 일으켜 세웠습니다. 처음으로 걱정 없이 잠에 들었더니 몸이 나른함에 빠져 헤어 나올 줄 모릅니다. 컵 케이크와 따듯한 커피로 몸을 깨우고 오늘은 체스키 크룸로프의 자랑인 성 투어를 가보기로 합니다. D의 고모가 매표소에서 일하는 덕에 무료로 표를 얻었습니다.


 어제는 일몰이 다가오기 전 아름다운 체스키 크룸로프의 모습을 보기 위해 서둘러 성을 지나치느라 자세히 보지는 못했었지만, 오늘은 아래에서부터 천천히 올라가 봅니다. 15세기 지어져 보헤미안의 무역 거점이 된 천년 고도처럼 생긴 아름다운 성은 입구부터 남다릅니다. 바로 곰입니다. 다른 성들의 해치와 다르게 해치에 곰을 풀어두어 침입자를 막았다고 합니다. 이제는 동물원의 곰처럼 어슬렁거리며 관광객들을 맞이해 줍니다. 

 곰을 지나 성 가운데의 스퀘어 가든에 도착했습니다. 노란색 벽돌로 지어진 것이 아니라 모든 장식들이 그림입니다. 그림은 모두 신화 속 이야기로 빈틈없이 성안을 가득 메우며 신화 속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처음 보는 광경을 넋을 놓고 구경하다 보니 정각입니다. 성 안을 투어 할 시간입니다. 작은 계단을 통해 가이드와 함께 성으로 들어가면 다양한 양식의 방들이 나옵니다. 만들어진 시기가 바로크 건축이 유행하던 시기라 그런지 많은 방들이 바로크 양식으로 지어졌습니다. 귀족들의 침실과 중국과 일본에서 수입한 각종 도자기들은 하나하나 눈을 즐겁게 해 줍니다. 


 갑자기 가이드가 저를 지목하며 질문합니다. 


 "한국의 성은 어떻게 생겼나요?"


 외국인 선생님에게 질문을 받은 학생처럼 당황스럽습니다. 머릿속이 뒤엉키며 단어도 기억나지 않았는데 다행히 친구 D의 도움을 받아 휴대폰의 경복궁 사진을 보여주며 어렵사리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과거 한국은 유럽처럼 높은 성을 짓기보다는 낮고 넓은 성을 만들었어요. 이런 식으로 생겼죠."


질문에 다들 좋은 호응을 해 주어 귀가 빨개지는 기분이었습니다. 말 문이 한번 트이자 더욱더 많은 질문이 들어옵니다.


 " 도자기들이 많은데 한국에서 만든 도자기도 있나요?" , "한국의 귀족들도 성을 만들었나요?"


수많은 질문들에 천천히 대답을 해 주는데 처음과 달리 자신감이 생깁니다. 모든 설명을 마치니 관광도 끝났습니다. 이것 참, 한국 성 투어인지 체코 성 투어인지 헷갈리지만 재밌는 경험입니다.

 성 투어를 마치고 성 안에 있는 성 비투스 성당의 첨탑으로 올라갔습니다. 여전히 멋있는 풍경입니다. 시원한 바람이 우리를 마중 나옵니다. 저 멀리 언덕에서 날아오는 깨끗한 바람입니다. 미세먼지 없이 깔끔한 공기를 듬뿍 마시며 폐를 깨끗하게 만듭니다. 블타바 강 위아래로 나뉜 동화 속 마을과 아름다운 종탑. 영화 같은 풍경과 영화 같은 마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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