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여행기 -13
체코하면 맥주고 맥주하면 체코입니다. 세계 맥주 소비량 1~2위를 다투는 체코는 어디를 가도 다양한 맥주가 있습니다. 특히 지역마다 다른 특색을 가진 맥주 덕분에 체코 여행을 하면 항상 색다른 맥주를 맛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전통 주가 전국 방방 곡곡에 다양하듯 체코 맥주도 전국적으로 다양합니다. 우리가 흔히 마시던 필스너 우르켈은 플젠 지방에서 만들어졌으며, 산양 그림으로 유명한 코젤은 벨케 포포비체라는 도시의 맥주였습니다. 하나씩 다 나열하자니 끝이 없습니다.
성 투어를 마치고 내려오니 배가 고픕니다. 아침으로 먹은 컵 케이크와 커피는 이미 소화된 지 오래입니다. 마을이 작다보니 어디를 가도 D의 친인척의 가게입니다. 그 중 D의 아버지 친구가 영업하시는 레스토랑에 들어섰습니다. 반갑게 맞아주더니 시원한 창가로 자리를 안내해줍니다. 메뉴판을 보니 흥미로운 음식이 있습니다. 토끼 심장 스튜입니다. 새로운 도시에 대한 두려움은 있어도 다행히 새로운 음식에 대한 두려움은 없습니다. 신기해서 주문해보았습니다. 스튜 뿐만 아니라 덤플링이라고 불리는 빵도 함께 나왔습니다. 심장은 마치 순대를 먹을 때 나오는 허파와 간의 중간의 식감입니다. 쫄깃하기도 하고 고소합니다. 이에 어울리는 맥주도 빠질 수 없습니다.
이곳 체스키 크룸로프의 맥주는 바로 에겐베르크입니다. 이 작은 마을에도 양조장이 있어 마을의 특색을 담은 맥주를 만듭니다. 만약 체코인이 우리나라에 남원으로 관광을 가서 남원 생 막걸리를 만나는 기분일까요.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맥주만 따라 현대판 <비어로드>를 따라 여행다녀도 좋을 것입니다.
맥주는 깊은 홉 향기와 적당한 탄산이 있어 필스너 우르켈과 비슷하지만 보다 쓴 맛이 약해 시원하게 마시기 좋습니다. 시원한 바람과 함께 차가운 맥주를 마시니 뜨거운 태양에 익었던 온 몸이 단 숨에 차가워집니다. 특히 이 맥주는 스튜의 고소한 맛과 어우러집니다. 역시 지역 특색에 맞는 맥주답습니다. 술을 잘 하지 못해 맥주의 진정한 맛이나 깊은 맛을 모르더라도 누구나 이 조합을 좋아할 것입니다. 혹시라도 또다시 체코를 오게 된다면 맥주 여행을 기획해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