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여행기 -14
체스키 크룸로프에서 완벽한 날들을 보내고, 오늘은 다른 도시로 이동합니다. 바로 D의 고향입니다.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살고 있는 D는 자신의 집에 저를 초대를 했습니다. 외국에서 집으로 초대 받은 경험은 처음인지라 걱정 반 신기함 반으로 함께 집으로 이동했습니다.
구름 한 점 없는 유리같은 하늘과 함께 버스를 타고 가다보니 노란색 융단을 쓴 언덕들이 나옵니다. 모든 언덕이 유채꽃으로 뒤덮혀서 마치 어린 시절 원더랜드로 들어가는 기분입니다. 샛노랗게 물든 언덕들은 마치 흐르는 강물처럼 끊이지 않습니다.
끊이지 않는 유채꽃 강과 함께 도시에 도착했습니다. D의 아버지가 반갑게 마주해 주십니다. 영어를 하시지는 못하셔도 체코어로 끊임없이 말을 걸어주십니다. 5분 가량 차를 타고 들어가니 넓은 들판 위에 집이 나왔습니다. 강아지 알렉스와 어머니까지 나와서 온 가족이 반겨줍니다. 여행 중 처음으로 환대를 받아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어머니 역시 아버지처럼 끊임없이 질문을 해 주시더니 아직 식사를 하지 못했다는 말에 어머니는 황급히 점심을 만들어 주셨습니다. 처음으로 먹는 유럽 가정식입니다.
유럽 가정식인 굴라쉬는 동유럽권에서 많이 먹는 쇠고기 야채 스프입니다. 한국에서는 헝가리 음식으로 유명한데 사실 굴라쉬는 동유럽 전역에 걸친 음식입니다. 보통 쇠고기를 깍둑 썰어서 육계장 끓이듯이 만드는 것이 특징입니다. 여행을 하며 처음 맛 보는 굴라쉬는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이 듬뿍 들어서 더욱 따듯한 맛입니다. 여행을 하며 이런 따듯한 환대는 처음입니다.
따듯한 식사를 하고 난 이후 함께 동네를 보러 돌아다녔습니다. 깨끗하고 정갈한 마을은 마치 영화 속에나 나올 풍경입니다. 너무 평화롭다보니 어디를 가도 좋습니다. D가 어린 시절 아르바이트를 하던 작은 목장도 들려 보았습니다. 넓은 들판 위로 어슬렁거리는 말 조차도 너무 편안해 보입니다. 어디서도 이런 편안함을 느껴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사람 사는 냄새가 납니다.
사람이 원체 적은 동네라 그런지 지나가다 만나는 모두가 인사를 건넵니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한국인은 처음 만났다고 하는 분들도 적잖게 있습니다. 어디를 가도 반갑게 마주해주니 마치 유명인이 된 기분입니다. D의 말로는 워낙 외진 마을이라 관광객이 올 일이 없는 탓에 이 곳에 온 한국인은 아마 제가 처음일 것이라고 합니다. 괜히 뿌듯해집니다. 여기저기 다니다 보니 시간이 금방 흘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