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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시계

by 김단이


15살, 어른은 아니지만, 아이도 아닌 참 애매한 나이였다. 몸은 점점 자라서 여자의 형태를 띠어갔고 정신적으로는 성숙하지 못했으나 또 이성이 좋아질 수도 있는 나이였다. 난 이런 감정이 너무나도 부끄럽고 무서웠다. 그동안 아무렇지 않게 얘기하고 같이 걸을 수 있던 그가 달라져 보인다는 것은 내겐 창피한 일이었다. 이런 감정을 언제부터 갖게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냥 갑자기 찾아온 감정이었다. 한 가지 생각나는 건, 작년에 담임선생님 심부름으로 교무실을 가는데 교무실에서 나오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여느 고등학생들처럼 걸어가고 있었다. 왼손은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조금은 구부정한 자세로 휘적휘적…. 그런데 그의 뒤를 따라 걸으면서 그가 저렇게 다부진 어깨를 갖고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저렇게 키가 컸었나 하고. 지난번엔 보이지도 않았던 그의 등판이 넓어 보였고 걸어가는 보폭, 그의 머리 모양까지 한 번에 눈에 들어오는 것이었다. 항상 붙어있어서 눈치를 채지 못했던 것일까. 그는 예전과는 달라져 있었다. 난 그가 복도 저 끝으로 사라질 때까지 그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날 오후부터, 언니와 그와 같이 집에 가는데 그의 얼굴만 보게 되는 것이었다. 물론 항상 보던 똑같은 그의 얼굴이었다. 하지만 계속 봐오던 그의 미소가 이렇게나 환해 보이기는 처음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난 점점 그가 좋아졌다. 그가 평소에 나에게 걸어오던 장난스러운 말조차 날 수줍게 했고, 그가 내게 아무 생각 없이 베푸는 친절도 날 기쁘게 했다. 특히, 언니는 모르는 그와 나만의 비밀 얘기를 나눌 땐 그렇게나 기쁠 수가 없었다.


난 점점 언니와 그가 붙어있는 것에 마음을 졸이게 되었다. 둘은 동갑이기도 했기 때문인지 둘도 없는 친구처럼 지냈고 오랫동안 붙어있을 이유가 충분했다. 숙제를 하는 것뿐만 아니라 학원을 다니거나 과외를 할 때도 늘 함께였다. 그 이유가 야속하기도 하고 날 서럽게 만들었다. 그러나 언니를 탓할 수는 없었다. 내가 그를 좋아했던 거지, 언니와 그의 사이는 원래 그런 사이였으니까…. 그러다 어느 날 언니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엄마한텐 비밀이라고 하면서. 갑자기 날 자기 방에 불러놓고는 자기 비밀을 털어놓겠다고 말하는 언니의 얼굴은 발그레해져 예뻐 보이기까지 했다. 언니는 한참 동안 뜸을 들이더니 이렇게 말했다.


“주원이가 나랑 사귀자고 했어. 우리 오늘부터 1일이야.”


아마도 그날부터였던 것 같다. 언니와 그의 사이에 관한 부러움이 ‘질투’로 바뀌게 된 건. 하지만 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를 정말 많이 좋아했지만, 언니도 내게 너무나도 소중한 존재였다. 어렸을 적부터 그래왔듯 언니는 날 아껴주었고, 난 그런 내 언니를 사랑했다. 그리고 그들의 풋풋하고 아름다운 모습 속에서 언니 대신 내가 그의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갈등으로 나는 많은 날을 부끄러움과 서러움 속에 지냈다. 난 내가 그를 좋아한다고,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언니와 그의 모습을 보며 “저 두 사람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니까 그냥 내가 봐주는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며 위안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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