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고 싶은 날엔 마스크

by 김단이


나는 마스크를 싫어했다. 겨울엔 그나마 하관이 방한 되어 괜찮았지만, 여름엔 숨도 쉬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한창 코로나시기일 땐 길에서 눈치를 보다 주위에 사람이 없으면 잠시 마스크를 내리고 숨을 몰아쉬기도 했다. 마스크 속 더운 열기와 습기는 심하게 더위를 타는 나로선 가장 참기 힘든 장해물이었다. 게다가 늘 안경을 쓰다 보니 마스크 때문에 안경알에 김이 서리는 것이 굉장히 불편했다.


코로나가 유행하면서 행인 대부분이 마스크를 쓰고 다닐 때도 난 오랫동안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그러다 친구들의 핀잔을 여러 번 듣고 나서야 외출할 때면 마스크를 챙겼다. 내가 마스크를 챙겨 다니던 시점부터 밖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사람들은 보지 못했던 것 같다. 그만큼 오랜 시간 동안 말 안 듣고 뻐기다 마스크를 쓴 셈인데, 물론 정부 지침에 대한 반항은 아니었고 그저 불편해서 버틸 때까지 버틴 것뿐이었다. 그 후로 마스크는 열심히 쓰고 다녔다. 실내에서 마스크 사용이 해지되었을 땐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얼른 실외에서도 마스크를 벗고 다닐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기를 기도했다.


이제 마스크 사용이 자유로운 시대,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만 가끔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을 만난다. 나 또한 그 후 긴 시간 동안 마스크를 사용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며칠 전 공단 건강검진을 위해 종합병원을 방문하면서 마스크를 쓰게 되었다. 평소에도 동네병원 갈 일이 없었는데 종합병원 방문 시엔 마스크 착용이 필수라고 안내받았다. 당연히 알고는 있었지만 직접 마스크를 써야 한다니 그 상황이 다소 생경하게 느껴졌다.


병원에 도착한 뒤 착용해도 되는 것이지만 집을 나설 때부터 마스크를 썼다. 그냥, 오랜만에 해보고 싶어서. 생각보다 전처럼 불편하게 생각되지 않았다. 그냥 주변 사람들로부터 ‘아픈 사람인가?’ 싶은 인상을 줄까 봐 조금 걱정되는 정도? 기분 탓인지 나와 떨어져 걸으려는 사람들도 몇 명 마주친 것 같다. 그런데 신기한 건 오히려 편했다. 왠지 모를 안정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코로나가 한창 기승을 부릴 땐 전혀 모르던 감정이었는데…? 나는 사람들의 얼굴을 볼 수 있지만 내 얼굴은 숨길 수 있다는 이상한 편안함이었다. 병원에서 검진받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마스크를 내리지 않았다.


요즘 숨고 싶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사람들에게 나를 보이고 싶지 않다. 이건 과연 어디에서 기인한 건지 때론 머릿속을 장악했다. 그러나 근원지도 찾지 못한 이 욕망은 ‘가끔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겠다’라는 단편적인 생각에 슬그머니 손을 들어주었다.


그래, 어떤 마법사처럼 투명 망토를 구할 수 없다면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을 때 마스크를 쓰기로! 나는 다짐했다. 그러나 안다. 마스크 한 장으로 날카로운 현실은 가려지지 않는다는 것을. 마스크 쓴 나만 바보가 되기에 충분히 객관적이고도 현실적인 세상이었다. 그렇지만 살아가기 위해선 때론 말도 안 되는 이상으로 그 실상을 눈 가리고 아웅 덮어버리면 안 되는 것일까. 나만 아는 방법으로.



23.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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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고 싶은 날엔 마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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