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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딩버스
Oct 23. 2021
[태국] 개구쟁이 재벌 사총사
잘 나가는 듬직한 친구들을 만난 사연
대학교 2학년 때, 홍콩 중문대학교에서 열리는 컨퍼런스에 우리 학교 대표로 참여할 기회가 생겼다.
아시아 7개국(중국, 홍콩, 인도, 일본, 필리핀, 태국, 한국) 대학생 서른 여명이 모여서 '인류의 생존'이라는 다소 거창한 주제에 대해 나름대로 토론을 해보는 내용이었다.
7박 8일 동안 같이 견학도 다니고 식사도 하면서 많이 친해졌었다
국가 별로 3~4명씩 컨퍼런스에 참여했기 때문에, 골고루 섞일 수 있도록 그룹이 나뉘어졌다.
나는 사회학 전공이었기 때문인지, 정치 문제 해결 그룹에 배정이 되었다.
우리 학교에서 같이 간 다른 3명은 환경 문제, 의료 문제, 경제 문제 그룹에 들어갔다.
컨퍼런스를 주최한 재단에서
'정말로'
인류를 생존시킬 수 있는 훌륭한 아이디어를 대학생들에게 기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저
여러 나라의 학생들이 모여서 교류
를 하게끔 지원을 해준다는 데에 의의를 두었다고 본다.
낮에는 대학교 강의실에 모여 앉아서 생각을 정리하고, 마지막 날 있을 발표 준비를 했지만, 사실상 본 게임은 밤에 시작되었다.
밤마다 홍콩 나이트 투어를 하면서 야식도 먹고, 롼콰이퐁도 가면서 참여한 학생들과 친해질 수 있었다.
'아시아' 라는 공통점은 있었지만 7개국 학생들마다 특징이 있었다.
필리핀과 인도 학생들은 항상 기숙사 방에 있었고, 중국과 일본 학생들은 자국 학생들하고만 놀았다.
나를 포함한 한국 학생들은 어느 그룹에서나 인기가 많았다.
각 나라별로 사전 과제였던 장기자랑을 준비해야 했는데, 우리는 패기롭게 소녀시대 춤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모여서 연습하지도 못했고 안무도 다 외우진 않았지만 k-pop 덕을 봤다.
우리 넷과 가장 잘 맞았던 건 태국인들이었다.
태국인 네 명 모두 낮에는 심각하게 토론 주제에 대해 본인들의 의견을 제시하는데 밤에는 앞장서서 클럽을 찾아다니는, 잘 노는 친구들이었다.
다들 저학년이었기 때문에 앞으로 뭘 할 건지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했는데, 이 4인방은 크게 걱정거리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S는 태국의 기름집 가문이었고, A는 대대로 정부 고위 관료 집안이었고, P와 N은 사업가
집안이었
다.
홍콩의 무더운 여름을 7박 8일 동안 하루 종일 같이 보내서인지 우리는 짧은 일정 속에서도 빠르게 친해졌다.
제일 화끈하게 놀고 장난도 많이 쳐서인지 태국인 4인방과는 컨퍼런스가 끝나고 나서도 페이스북으로 주기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았다.
P는 예쁘장하게 생긴 친구였는데, 나는 P가 서울에 놀러 올 때마다 이태원, 압구정동, 명동에서 만나서 맛있는 디저트를 소개해줬다.
P는 결국 뷰티 사업가로 변신해서 한국에 더 자주 오게 되었다.
마스크팩 같은 한국 상품을 태국으로 수출하기도 했고, 현지에서 브랜드를 새로 론칭해서 행사를 열기도 했다.
이제는
나보다도
서울의
맛집을 더 많이 아는 것 같다.
A는 일본으로 교환학생을 다녀왔고 자기에게 잘 맞는 진로를 찾으려고 고민을 많이 했다.
시험 준비를 한다고 한 동안 소식이 끊겼지만 멋진 외교관이 되어 다시 나타났다.
남아공과 중동으로 파견이 되었다가 현재는 인도에서 근무 중이다.
A가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는 모습이 페이스북 포스팅에서도 뚝뚝 묻어 나와 종종 응원 댓글을 남기곤 한다.
N은 글로벌 3대 컨설팅 회사에서 일하는 똑 부러진 컨설턴트가 되었다.
내가 컨설팅회사에서 먼저 리서치 인턴을 했었기 때문에 N이 한국 컨설턴트들의 삶은 어떤지를 물어봤었다.
나는 절대 비추를 했지만 그 친구는 굳이 험한
그
길을
택했다ㅜㅜ
N이 프로젝트 사이에 한 번 한국에 온 적이 있을 때, 나와 브런치를 먹으며
본인이
잘못된 선택을
한것 같
다고 호탕하게 웃었다.
그냥 편하게 살아도 될텐데
N이 워낙 욕심 많고 똑똑한 친구라서 그런 것 같다.
S는 별다른 직업은 가지지 않고 전 세계를 여행하면서 즐겁게 살고 있다.
항상 여유만만하고 웃는 상이라서 그런지 이성한테 인기도 많은 것
같다ㅋㅋㅋ
그런데 네 명 중에서는 S가 나와 제일 안 친하다. 능글맞은 성격도 그렇고, 아무튼 나는 한량과는 친해질 수가 없다.
이 네 명이 참 고마운 게, 가족과 태국 여행을 갔을 때 다들 바쁜 친구들인데도 불구하고 방콕 한가운데에 있는 좋은 식당에서 우리 가족을 대접해줬다.
시간을 내어준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맛있는 식사를 풀 코스로 사주니 엄마는 딸이 참 대단한 친구들을 뒀다며 기분 좋아하셨다.
그때만 해도 내가 알콜쓰레기였기 때문에 다 같이 술을 마신적은 없었는데, 코로나가 좀 잠잠해지고 다시 태국에 가게 된다면 이번엔 루프탑 바에서 내가 맛있는 걸 사고 싶다.
한국에서 직장 생활하느라 고되다고 친구들이 사줄 것 같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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