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푸딩버스 Mar 13. 2024

T는 그런 게 아니야

<모든 오해의 기록> 첫 번째 이야기

MBTI의 유행이 사그라들 줄 모르는 시점에서 갑자기 환멸이 느껴져서 글을 써보려고 한다.

자기가 T라서 공감을 잘 못해준다며 이해를 해달라는 친구나 연인을 반박하고 싶을 때 참고해도 좋을 것 같다.




"경제"의 의미는 단순히 재무적인 관점을 의미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에게 시장 이외의 경향성이 모두 잊혀왔던 것 같은데, 애초에 실질적인 경제의 의미는 칼 폴라니가 말했듯이 '인간은 사회적'이라는 데에서 찾아야 한다.

단순히 거래와 교환만이 경제가 아니고, 인간이 타인 혹은 주변 환경과의 제도화된 상호작용을 통해서 생존하는 과정이 곧 경제라는 뜻이다.


시장경제체제 속에서 사회관계조차 경제체제의 구속을 받긴 하지만, 인간이 행동하여 지키려는 것은 사실상 재화의 소유보다도 사회적 지위와 사회적 권리, 그리고 사회적 자산이다.

경쟁도 사실은 사회적 위신을 높이기 위한 것이고, 교환이나 분배도 사회적 유대를 위한 것이지 이익이나 효율성 추구가 본질이 아닌 것이다.

그러므로 "그건 효율적이지 못해" "감정을 배제하고 이성적으로 얘기해 봐"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그리고 그가 스스로 지적으로 우수하고 합리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코웃음 쳐주면 된다.

애초에 상호성과 재분배, 대칭성이라는 성질 때문에 너와 내가 짝짓기가 가능하고 재화와 용역을 주고받는 관계가 될 수 있는 것이란다라고 굳이 설명해 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저 너는 점차 생존이 어려워지겠구나라고 한마디 던지면 된다.


자연과학과 달리, 사회(과학)에는 객관적으로 타당한 진리는 없고, 따라서 어느 게 더 올바른 지도 없다.

그런데도 T인간들은 T인 사람들이 더 논리적, 합리적, 객관적, 중도적이라고 착각하는 것 같다.

사람은 가치판단을 내리기 마련이고 이 가치를 서로 드러내고 이해하는 게 경제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임무이다.

사람이 밑에 깔고 있는 가치를 드러낼 때 어떻게 '논리적' '객관적'일 수 있겠는가?

어차피 모든 인간행위, 즉 경제 행위는 특정 가치에 대한 선호이고, 개개인은 본인 경험의 한계 내에서만 이야기할 수 있다.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는 게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러므로 만약 당신의 지인이 T발스러운 말이나 행동을 한다면, 너 같은 건 AI로 대체될 수 있단다라고 말해주자.




(사실 필자도 T입니다만 사회학을 공부한 T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맥락을 잃어버린 사람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