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푸딩버스 Apr 02. 2024

넌 자기 계발서가 필요한 게 아니야

<모든 오해의 기록> 두 번째 이야기

대단한 사람들만 글을 쓰고 책을 내는 줄 알았던 시절이 있었다.

글쓴이가 새로운 개념을 정립했거나 엄청난 인사이트가 있어서 그것을 널리 알리고자 지난한 과정을 거치면서 많은 사람들의 합의하에 출판이 된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 목적에 충실하게 나는 책을 통해서 양질의 정보를 단 시간에 흡수하기를 원했다.

그것이 나의 책을 읽는 목적이었다.

내가 생각해보지 못한 것들을 깨닫게 하고, 새로운 세계관을 간접 경험하도록 말이다.

내가 어렴풋이 알고 있는 것들을 정확한 개념으로 정리하는 것이 저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다독을 하는 나의 기준이 제목 이어서일까?

고작 2만 원에 이런 정보를 흡수해도 되는 건가 싶은 높은 퀄리티의 책도 많이 읽었지만, 생각보다 최근에 읽은 책 중에는 그저 그런 책도 많았다.

"굳이 이런 얘기를 하자고 이렇게 책을 만들었다고?" 싶은 책들 말이다.

그런 책의 공통점은 자기 계발 측면의 방법론을 제시한다는 점이었다.


장르를 꼽자면 SF나 심리학, 사회과학책을 가장 좋아하긴 하지만 나는 그때그때 나의 흥미를 끄는 주제라면 저자의 이력이나 리뷰는 신경 쓰지 않고 책을 고르는 편이다.

30대에 접어들면서 읽게 시작한 장르가 '자기 계발서'이다.

시작은 돈 관리를 하는 방법, 투자와 관련된 방법론을 알려주는 책이었던 것 같다.

이렇게 하라, 어떻게 하는 게 좋다라고 제안해 주는 책을 읽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를 더 잘 개발하는 방법론으로 넘어갔던 것 같다.

놀라웠다.

이런 내용으로(!)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질 수 있다니.


과격하게 결론부터 말하자면 당신한테 자기 계발서는 필요 없다.

대신에 한 가지를 명확히 하고, 차라리 두 종류의 책을 읽으면 된다.

(만약 당신이 독서를 하는 이유가 나처럼 양질의 정보를 얻고 그로부터 본인의 삶에 크고 작은 실질적인 임팩트가 생기길 원한다면 말이다.)



1)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를 구체화한다.

당신에게 정말 절실한 목표가 생기면 시간을 관리하는 방법, 인간관계를 잘 다루는 방법, 휘둘리지 않는 법, 나를 지키는 법 이런 류의 책들은 필요가 없어진다.

그 목표가 정말 절실하면 알아서 그렇게 하게 되기 때문이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이게 맞다고 생각되는 방향으로 행동하게 된다.

미라클 모닝이 유행할 당시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가, '나 요즘 좀 게으르게 살고 있는 것 같은데..' '아침에 일어나는 게 그렇게 좋단 말이야?' 싶어서 기상 시간을 한 시간만이라도 앞당겨보려고 발버둥 쳤던 적이 있다.

책도 읽고 계획표도 쓰고 아침 운동도 등록하고 그랬다.

그러다가 사업을 시작하자 나는 6시 반에 일어나는 사람이 되었다.

할 게 너무 많아서 어쩔 수 없이 수면시간을 줄여야 했다.

단순하지만 이게 진리라고 생각한다.

생각보다 인간은 영리하고 이기적이라서 무언가가 필요해지면 그걸 얻기 위해 자연스럽게 최적의 선택을 내린다.

이루고 싶은 꿈은 알아서 스스로에게 부스터를 달아주는 반면, 목표가 없는 자기 계발은 큰 효과를 내기도, 지속되기도 어렵다.

자기 계발서에도 종류가 있다. 무언가를 원해서 그 특정한 자기 계발서를 고르게 되었을 것이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자기'를 계발하려는 노력보다 '목표'를 계발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그렇다면 목표를 계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다음 두 종류의 책을 읽는 게 대안이 될 것이다.



2) 전기를 읽는다.

위인 n명에게 묻다, 성공한 사람들의 n가지 습관 같은 책이 가장 별로라고 생각한다.

작가가 생각하는(=불분명한 기준 혹은 나와 맞지 않는 기준) 성공한 사람들 몇 명을 꼽고 그들의 공통점 혹은 그들 각각의 장점을 모아놓은 책을 읽는 것은 사실상 '교과서'를 읽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차라리 자기 계발서를 읽더라도 그게 어떠한 인물의 위인전처럼 생애를 깊이 있게 다루는 글이면 괜찮다.

책을 읽고 내가 감동이든 영감이든 어떤 자극을 받으려면, 좋은 한두 문장으로 가능할 리가 없다.

그런 자극은 당신을 행동하게까지 만들지 못한다.

적어도 책 한 권의 지면은 모두 할애해야 그 사람의 환경, 동기, 과정 등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고, 그것이 본인을 감화시킬 가능성이 생긴다.

내가 가장 닮고 싶은 사람이 누구인지를 고민해 보고 그 사람이 살아있다면 소셜미디어, 블로그, 인터뷰 등의 매체를 활용하는 방법도 추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의 일부분만 알게 되겠지만, 적어도 실체가 있는 한 사람을 파보는 것이 하나라도 남기는 방법이다.

그 사람이 목표를 찾아가는 과정, 달성했다면 달성한 방법을 알아가는 동안 본인의 목표가 구체화될 수도 있고 말이다.



3) 에세이를 읽는다.

떡볶이 어쩌고 하는 글을 (좋아하지 않지만) 읽는 이유는 거기에 사람들이 생각하는 '문제'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이 어떤 것에 좌절하고 무엇을 힘들어하며 어디에서 희망을 찾는지를 엿볼 수 있다.

그것들을 파악하다 보면, 당신이 해결하고 싶은 이슈가 점차 생길 것이다.

그것이 목표가 될 수 있다.

내 경우 에세이는 전체 독서량의 5%를 넘지 않는다.

다양한 인간군상을 만난다는 느낌으로, 에세이도 유행이 있기 때문에 시대의 흐름에 맞는 사업 기회를 포착한다고 생각하며 읽는다.

누군가는 여행 에세이, 힐링 에세이를 읽으며 위안을 얻는다, 공감한다고도 말하지만 목표가 생기면 사실 그럴 여유는 별로 없고, 사실 그런 것들이 본인이 실제로 경험할 때 더 달콤하다.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태어난 김에 지구에서 이것저것 경험해 보면서 사는 거지 나는 목표가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자기 계발 그 자체를 목표로 삼지 말라는 뜻이다.

방법은 말 그대로 무언가를 더 잘, 빠르게, 적은 비용으로 달성하는 방법인거지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으니까.

작가의 이전글 T는 그런 게 아니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