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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uding Aug 08. 2016

칠월칠석, 직녀야#3

Dear 그녀에게 <기억하니?>

몇 시간만 지나면 이제 칠월 칠석이다. 오늘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공원에 올라와서 이렇게 글을 써본다. 너와 헤어진 후 한 번도 와본 적 없는 곳이니깐 여기도 거의 1년 만에 찾아오는 거 같네. 아직도 공원 옆에 있는 유치원은 그대로 있고 운동하는 사람들도 잔뜩 있다. 이상하게 예전엔 네가 안 보이면 긴장되거나 두근거리지 않았는데 오랜만에 이렇게 와서 그런가 조금은 떨린다.



by puding



견우와 직녀



칠월칠석은 견우성과 직녀성이 1년 중에 딱 한 번 만나는 날 이래. 하늘나라 목동인 견우와 옥황상제의 손녀인 직녀가 결혼을 했는데, 결혼을 하고도 계속 게으름을 피우기에 옥황상제가 크게 화가 나서 둘을 떨어뜨려놨다더라. 견우는 은하수의 동쪽에, 직녀는 은하수의 서쪽에 떨어트려놨어. 그렇다 보니 둘은 만나고 싶어도 서로 볼 수 없고 그리워하기만 했지.


비록 견우와 직녀처럼 우린 서로를 생각하고 그리워하진 않겠지. 너도 날 그리워한다면 언제든 찾아갔을 테니깐. 그래도 견우와 직녀 이야기를 보니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는 나랑 견우는 참 비슷한 거 같아. 비록 은하수의 동쪽과 서쪽의 거리만큼 먼 곳에 살고 있는 건 아니지만 말이야.





기적



견우와 직녀의 안타까운 소식을 들은 까마귀와 까치들이 일 년에 단 한 번 둘을 만날 수 있도록 다리를 놔준데. 그래서 음력으로 7월 7일이 되는 8월 9일에는 까치랑 까마귀가 별로 안 보인다고 하더라고. 다들 견우와 직녀를 만나게 해주기 위해 오작교를 만들러 갔으니깐. 만약 까치와 까마귀를 봤다면 그건 병들거나 늙어서 하늘로 올라가지 못하는 새들이라고 하더라고. 둘의 안타까운 소식이 까마귀와 까치를 움직였고 결국 그들은 일 년에 한 번은 서로를 볼 수 있게 됐데.


옛날에 읽었을 땐 참 슬프고 안타깝다고만 생각했어. 그런데 요즘엔 말이야. 일 년에 한 번이라도 볼 수 있다는 게 참 부럽기만 하더라. 견우와 직녀는 까마귀와 까치가 도와주듯 혹시나 나에게도 그런 기적이 일어나진 않을까 내심 기대해봤다. 그래서 이렇게 공원에 올라와서 글을 써보는 게 아닐까 싶어. 지금 눈앞에 보이는 놀이터의 다리가 내 오작교가 되진 않을까? 여길 오면서 넘어온 큰 다리가 내 오작교가 되지 않을까 하면서 말이야.


이날 까마귀와 까치는 다리를 놓느라 머리가 다 벗겨지고 칠월 칠석 전후로 가끔 부슬비가 내리는 일도 많은데, 이 비는 견우와 직녀가 서로를 보러 가기 위해 타고 갈 수레를 씻기 때문에 그런다고 하더라고. 저녁이 지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렇게 와봤지만 기적은 그렇게 쉽게 일어나지 않는 거 같네. 그래도 오랜만에 바람도 쐬고 기분 좋게 산책하고 간다.


항상 답답하다고 큰 도로 가는 좋아하던 너였는데, 공원에 가기 위해 올라갔던 그 길은 잔뜩 넓어져서 위험한 도로로 가지 않아도 될 거 같아 다행이더라. 언덕을 올라가면서 옆에는 어떤 건물이 지어질까 상상했는데 이제는 완성된 멋진 건물이 올라가 있더라. 1년 사이에 참 많은 게 변한 거 같아. 공원 가는 길만 해도 이렇게 변했는데 넌 어떻게 변했을까? 언니의 결혼식도 축하해주고 싶고, 동생의 입대도 조언과 격려를 해주고 싶고, 취업도 도와주고 싶은데. 아니 그냥 널 만나서 참 다행이라고, 고맙다고 한 마디 하고 싶은데 견우와 직녀처럼 기적은 일어나지 않나 보다. 사진을 찍다 보니 뭔가 너무 허전하던데, 아마 네가 보이지 않아서 그런 거겠지? 항상 내 사진에는 네가 담겼었으니깐. 오늘은 이렇게 시원한 바람을 쐬며 하늘을 보고 글을 써본다. 이제 그만 여기서 내려가려고, 이제 그만 너도 내려야겠지? 항상 행복하고 잘 지내야 해.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여기까지야. 오늘도 어김없이 504번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네. 보고싶다.



2016년 8월 8일
견우와 직녀가 만나기 전
그녀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pm. 8:59


_by pu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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