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uding Aug 07. 2016

Dear 그녀에게 <기억하니?>#2

365일 둘이 된 시간

벌써 8월이 다가오고 우리가 둘이 된 날이 찾아왔네. 딱 1년만 지나면 괜찮아질 줄 알았던 마음이 딱 1년이 지나니깐 더 뒤숭숭하더라. 그동안 멀어지려고, 생각도 안 나게 하려고 노력했고 연락처도 전부 지워 안 보이게 했었는데 그동안의 노력이 뭐가 되는지 1년이 되니깐 한 번 찾아보게 되더라. 아직도 페이스북에 네 이름을 쓰면 가장 먼저 나오더라. 다 볼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재미있고 행복하게 지내는 거 같아 다행이야. 우리가 둘이 된 지 365일이 지나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 그리고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 나 홀로 이렇게 편지를 써봐. 비록 지금은 이렇게 쓰는 편지조차 주지 못하고 읽지 않겠지만 시간이 지나고 우연히라도 우리가 볼 수 있다면 그땐 너에게 이 편지를 줄 수 있겠지. 우리가 헤어진 지 1년이 지나는 그동안 너는 뭐하고 지냈니? 그때 우리 모습을 기억하니?


아직도 우리 처음 만났던 날부터 사귀게 된 이유까지 그리고 헤어짐이 찾아온 그날부터 붙잡았던 과정까지 전부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너는 나와의 추억을 기억하니? 좋은 사람 만날 거라 다짐하고 마음속으로 되새겼지만 아직까지 이렇게 아무것도 못하고 지내고 있네. 1년이 지난 넌 어떻게 지내고 있니.





나는 말이야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어.



1년이 지나는 동안 나는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는 거 같아. 나도 그동안 가지고 있었던 고민도 많이 있었고 어떻게 헤쳐나가면 좋을지 걱정했는데 지금은 모든 일들이 하나씩 잘 풀리고 있어. 얼마 전에 취업도 했어. 취업했다고 표현하는 게 맞으려나? 좋은 조건으로 섭외가 들어와서 지금은 일도 하면서 창업도 같이 하고 있지. 있잖아 일하다가 강의가 있거나 힘들면 가끔 하루씩 빠져도 이해해주고 회사 분위기도 너무 자유롭고 좋은 거 있지. 어쩌면 내가 만들려고 했던 회사에 내가 들어간 게 아닐까 싶어. 맨날 기운 없고 힘들다고 주변에서 그랬는데 요즘에는 많이 좋아 보인다고 하더라. 거기에다가 골프든, 커피든, 패션이든 이제 내가 원하는 선에서 자유롭게 마케팅도 할 수 있게 됐어. 부담은 많이 되지만 나를 믿어주고 맡겨주는 사람들을 보니 그래도 내가 열심히 하긴 했구나 생각이 들더라. 한참 힘들었을 땐 같이 술 한잔 하기도 어려웠지만 이제는 나도 꽤 많이 자리를 잡은 거 같아 참 다행이야.


얼마 전에는 말이야 강연 사업 쪽에서 중국에서 강의를 해줄 수 있는지 요청도 들어왔다. 내가 담당자로 갈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우리 강사들이 가서 활약해줄 거 같아. 벌써 이렇게 글로벌 해지는 건가 생각되고 뿌듯하더라. 4년 동안 정말 힘들게 버티고 버텼는데 조금씩 알아주고 좋은 제안들이 많이 들어오고 있어서 너무 좋다. 이번에 중국에 가게 되면 처음으로 해외에 나가보는 건데, 네가 그토록 바라던 꿈을 가진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겠구나 싶더라.


지금 새로 만든 마케팅 회사도 벌써 너무 잘되고 있어서 강남에 사무실도 얻고 직원도 뽑을까 고민하고 정말 한 달 동안은 정신없이 지낸 거 같아. 나름 좋은 기업들의 마케팅을 담당하면서 점점 커가고 있어서 참 좋더라. 원래 동시에 두 가지 일은 잘 못하는데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됐네.


커피도 마찬가지로 잘되고 있어. 처음에 온라인을 통해 커피를 팔고 마케팅을 함께 해보자는 제안을 받았을 때 바로 네 생각부터 나더라. 처음 만나고 사귀면서 카페에서 알바를 했었으니깐. 그때 한참 신메뉴를 개발한다고 같이 카페 돌아다니면서 커피도 참 많이 마셨던 거 같은데. 그래서 같이 마케팅해봐도 참 재미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들더라. 지금은 어쩔 수 없지만 가끔 네 생각하면서 커피도 재미있게 진행하고 있어.


오늘은 광고주분이 골프를 배워보라며 진천에 있는 골프장으로 같이 연습 나왔다. 밤새고 와서 굉장히 졸리고 날은 더웠지만 꽤 재미있더라고.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스포츠도 배우고 하니깐 기분이 더 좋았던 거 같아. 거기에 사실 아직 운전면허도 없었고 필요도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제 슬슬 차도 필요할 거 같아서 이번 달에 면허도 준비하고 있어. 그냥 이렇게 물 흐르듯 하면서도 재미있게 살고 있는 거 같아. 1년 사이에 생각도 못했던 일들을 하고 있고 생각보다 재미있는 일들이 찾아오더라. 가끔 이런 일들이 생기면 네게 전화해 자랑도 하고 싶고 의견도 물어보고 싶은데 그냥 혼자 널 떠올리며 묵묵히 이겨내가고 있는 거 같아.





나는 말이야
사실은 잘 지내지 못하고 있어.



기분 좋게 일을 하고 여러 가지 좋은 제안들을 많이 받아서 사실 잘살고 있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돌아보니 생각보다 그렇게 잘살고 있지 않더라고. 기쁜 일 슬픈 일들 함께하고 싶은 사람이 곁에 없으니깐 이 모든 일들이 그렇게 기분 좋게 느껴지지만은 않는 거 같아. 그래도 1년이 지난 만큼 네가 뭐하는지도 참 궁금하고 내가 뭐했는지도 말해주고 싶더라. 어차피 너에게 닿지 않을 편지지만 언젠가 보여줄 수 있는 날이 오겠지 하면서 쓰고 있어. 그냥 그렇게 지냈다고 너에게 말하고 싶었어. 1년 동안 마음 아프고 힘들었지만 이겨내고 이렇게 열심히 잘살고 있다고. 너도 그만큼 좋은 일 가득하고 웃는 일 가득했으면 좋겠다. 오늘은 내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들려주고 싶었어. 꼭 들려주고 싶었어. 꼭 들었으면 좋겠다.


8월 9일이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7월 7석이라는데 혹시 견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내일은 우리가 함께 산책했던 특별한 공원에 가서 조용히 글이나 써볼까 싶어. 혹시 알아 일 년에 단 한 번이라도 볼 수 있는 견우가 될 수 있을지. 비록 까막까치들이 다리를 놔주진 않겠지만, 비록 나 혼자 그리워하고 기다리고 있는 거겠지만 그래도 너 볼 수 있을지. 너는 종종 산책을 한다고 하는데 그날이 그날 일지.



작은 상담소 kakao

@나미야잡화점
http://plus.kakao.com/home/@나미야잡화점

매거진의 이전글 365일, 둘이 된 시간#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