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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uding Apr 01. 2020

떠나간 후 받은 `이별 선물`

두 번 다시 받을 수 없는 그녀가 남긴 마지막 선물

행복했던 날은 더 이상 찾아오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그녀를 만나고 택시를 탄 순간 이제는 그녀를 다시 볼 수 없을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안 좋은 예감은 항상 당연하다는 듯 잘 들어맞는다. 그렇게 그녀의 목소리도, 얼굴도 두 번 다시 볼 수 없었다. 한때는 모든 걸 잃은 것 같은 세상에 살았으며, 그녀 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곳에 홀로 서있는 기분이 들었다. 그녀를 떠나보내고도 꽤 오랜 시간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매일같이 연락해볼까, 찾아가 볼까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았고 살면서 처음으로 공허라는 단어의 의미를 느낄 수 있었다.


세상 모든 걸 잃었다고 생각한 이별의 순간에도 그녀는 나에게 크나큰 선물을 줬다. 어쩌면 두 번 다시 받을 수 없는, 그리고 받아선 안 되는 소중한 선물을 시간이 흐르고 흐른 지금에서야 꺼내 열어본다.




`우리`의 사랑



그녀와 이별하기 전까지 내가 용기를 내고 먼저 다가간다면 모든 게 해결될 수 있을 줄 알았다. 우리의 시작도 그랬으니깐. 이별 후에도 당연하듯 그녀에게 먼저 연락했고 표현했다. "우리 다시 만날 순 없을까?" 세상의 전부라 믿었던 그녀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고 그렇게 모든 걸 잃었다고 생각했다.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좋으니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비굴하고 비참해 보여도 내가 조금 더 용기내고 노력하면 `우리`의 관계와 신뢰가 다시금 쌓이고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참 바보 같았다. 어쩌면 이미 그녀는 우리가 안될걸 알려주고 있었던 게 아닐까 생각한다. 이별 후 이미 그녀와의 관계는 `우리`가 아닌 `내`가 됐다. 그녀의 의사도, 마음도 무엇도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내가 그녀를 사랑했기 때문에 먼저 다가갔고, 그녀가 밀어내는 표현은 철저하게 무시하고 있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만약 그때 그녀와 다시 만났다면 과연 우리는 지금도 함께하고 있었을까?


결국, 사랑은 혼자가 아닌 함께 하는 거니깐.





시간



처음 그녀와 이별하고 시간이 약이라는 말만 믿고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한 달이 지나 일 년을 넘어갔을 때,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는 그녀의 기억 때문인지 시간이 그다지 좋은 약이라 생각되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그녀를 잊을 수 있을지, 마음속에 느껴지는 공허함을 채울 수 있을지 매일 같이 고민했다. 술도 마셔보고, 새로운 사람과 사랑을 해보고, 나를 혹독하게도 만들어봤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그녀는 더 생생하게 떠올랐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몇 년이 더 흘렀을까 점점 그녀가 무뎌지고 희미해져 간다. 그렇게 그녀를 잊어간다. 지나온 길을 돌이켜보면 어쩌면 시간이 약일 수 있겠구나 싶다. 하지만 수년의 시간이 흘러 무뎌진 지금 아직도 시간이 좋은 약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시간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다.`


누구는 일주일이면 잊고, 누구는 1년이면 잊고, 또 누구는 10년을 간직한다. 아니 어쩌면 모두가 평생 마음속 어느 곳엔가 그 사람을 간직하는 게 아닐까 싶다. 조금씩 기억 속에서 마음속에서 천천히 가라앉아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곳까지 내려갔을 때 그냥 그때가 됐을 때 치유가 되는 게 아닐까?


흉터가 남더라도 더 이상 상처가 벌어지지 않게 부여잡고 기다릴 뿐이다. `시간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으니깐.`





이유



하루 종일 힘들고 무기력했다. 처음엔 내가 무얼 잘못했는지 생각했고, 다음엔 모진 그녀가 밉기도 했다. 왜 나만 이렇게 힘들어야 하는지 몰랐다. 어쩌면 그녀 때문에 내가 이렇게 힘든 게 아닐까 생각도 했고, 이유를 찾기 시작했다. 결국 이별 직후 내가 이토록 힘들고 무기력한 이유는 `그녀가 내게 돌아오지 않아서`라고 생각했다. 기회를 다시 준다면, 그녀가 다시 돌아온다면 이렇게 힘들지 않을 텐데 하고 말이다.


하지만 정작 내가 힘들었던 건 그녀 때문이 아닌 이별한 그날에 갇혀있는 나 자신 때문이었다. 이미 날 놓아준 그녀는 돌아오지 않겠다는 의사를 나에게 보여줬고, 나는 돌아선 그녀의 그림자만 붙잡은 채 보이지도 않는 그늘막 속에 갇혀있었다. 어쩌면 내가 이토록 힘들고 무기력한 이유는 아직 그 날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 아닐까.


`나만 놓으면 모든 게 끝나는 관계인걸 알면서도`





이별한 후에도 그녀는 마지막까지 나에게 소중한 선물을 두고 갔다. 사랑하는 방법을, 아픔을 이겨내는 방법을, 예쁘게 떠나보내는 방법을. 이제야 꺼내본 상자 속 선물이지만 지금이라도 이렇게 이야기해본다.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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