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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uding Apr 14. 2016

내 이상형은 말이야

이상형이 있다고요? 진짜 이상형을 만나봤나요?

주변에 괜찮은 사람 없냐며 여자친구 좀 소개해달라는 친구에게 물었다. "네 이상형은 어떤 사람인데?" 그 질문에 친구들은 여러 가지 조건들을 이야기한다. 일단 머리는 긴 생머리였으면 좋겠어, 그리고 생긴 건 고양이 형이고 키는 163 정도 됐으면 좋겠어 등등 다양한 조건들을 말한다. 그렇게 시작해서 몇 명의 사람들을 소개받았다. 하지만 결국 그들 중 누구와도 사귀지 못하고 있다. 결국 왜 맨날 소개팅만 하고 연애를 하지 않냐는 질문에 아직 내 이상형을 못 만났다고 한다. 과연 이상형은 어떤 사람일까?


나도 한때 대학생 시절에는 나름대로 확고한 이상형이 있었다. 긴 생머리가 예뻤으면 좋겠고, 키는 160보다 작았으면 좋겠어. 나는 귀여운 사람이 너무 좋더라. 그리고 공포영화를 잘 보는 사람이면 좋겠어, 공포영화를 좋아하는데 여자친구랑 한 번 보고 싶었어. 무서운 놀이기구도 잘 탔으면 좋겠고 애교가 많았으면 좋겠어 등등 나름대로 이상형이 어떤 사람일지 한 번 정리를 해봤다. 이런 상상을 하면서 이상형과 가까운 사람을 찾아서 연애를 했다. 그렇게 나도 내가 꿈꾸던 사람을 만나려고 노력했고 이상형과 굉장히 가까운 사람을 만나 연애도 했다. 하지만 이상형이라는 게 얼마나 의미 없는 일인지 알게 됐다. 본격적으로 이상형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앞서 친구에게 했던 질문을 해보려 한다.



당신의 이상형은 어떤 사람 인가요?



혹시 외적인 기준이 정해지진 않았는지, 혹은 내적인 기준이 정해지진 않았는지 생각해보자. 얼굴은 어느 정도로 예쁘면 좋은지, 머리는 어떤 스타일이면 좋을지, 키는 얼마나 됐으면 좋을지, 몸매는 어때야 하는지 혹은 성격은 적극적이어야 하고, 애교는 많아야 하고, 집착은 적었으면 좋겠어. 이런 식으로 성격이든 외모든을 기준으로 이상형이 정해졌다면 당신은 세상에 없는 사람을 찾고 있는 걸 수도 있다. 아니 어쩌면 진짜 내 이상형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옆에 사랑하는 사람이 연애하기 전 내가 항상 꿈꿔왔던 이상형인가? 만약 이상형과 거리가 멀다면 왜 그녀를 그렇게 사랑하고 있을까? 정말 내가 상상하던 그런 사람이 내 이상형이 맞을까? 절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내가 떠올리고 생각하는 이상형은 깊은 '사랑'을 할 수 있는 그런 관계인지 아니면 내가 그냥 '원하는' 무엇이든 해주는 사람인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연애를 하는 데 있어서 사랑을 하는 데 있어서 이상형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외적으로 끌리는 사람이, 첫인상이 좋은 사람이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관심이 끌릴 뿐 사랑할 수 있을까?


살면서 나를 확 끌어당기는 사람을 혹시 만나본적이 있다면 알 수 있다. 내 이상형이 어떤 사람인지. 아르바이트를 하다 우연히 만났고, 30분의 사소한 대화를 했던 사람에게 첫눈에 반해본 그런 기억. 처음 했던 산책에서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고백이 자연스럽게 나오고 좋아한다고 표현했던 그런 사람. 헤어진지 8개월이 지났는데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추억을 갖게 해 준 사람.





그 사람은 말이야



내 이상형은 긴 생머리를 찰랑이는 예쁜 머리칼을 가진 사람이다. 하지만 내가 사랑했던 사람은 어깨 정도 오는 예쁜 머리칼은 가진 사람이다. 이상형은 아니지만 그녀의 머리칼 하나하나가 너무 좋았고 사랑에 빠졌다. 내 이상형은 키가 160도 안 되는 작고 귀여운 사람이다. 하지만 내가 사랑했던 사람은 키가 173에 귀여움보단 똑 부러지는 그런 성격의 사람이다. 이상형은 아니지만 그녀의 키에, 그녀의 성격에 반했다. 결국 뭔가에 홀린 듯 2주 동안 그녀를 따라다니며 고백했고 매번 거절당하고 차였지만 그래도 행복했다.


그녀가 단순히 내 이상형이라면 나는 아마 2주 동안 그녀를 따라다니지 않았을 거다. 고작 짧은 대화로 사랑에 빠질 수 있는 사람. 살면서 내 평생을 바쳐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사람. 그 사람이 진짜 이상형이 아닐까. 아니 이상형을 넘은 사랑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녀는 내 이상형이 아니다
그녀는 내 사랑형이다



평생 살면서 만날 수 없는 사람이 있다. 내 마음을 다 줘도 아깝지 않은 사람, 힘든 일이 있으면 언제든 달려갈 수 있는 그런 사람, 이 사람과 사랑할 수 있음에 눈물을 흘리게 했던 사람. 그런 사람을 만나면 이상형이 얼마나 의미가 없는지 알 수 있다. 그녀는 내 이상형이 아니다. 그녀는 내 사랑형이다. 나에게 맞는 이기적인 이상형 찾기를 하기보단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상형이 될 수 있는 노력을 하는 사랑형 사람이 돼 보자.


내가 원하는 조건들만 생각하며 이상형이라고 정의한다면 결국 그 사람에게 나는 이상형이 아닐 수 있다. 성격부터 외모까지 내가 원하는 사람으로 모든 걸 강요할 테니깐. 정말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과 오래오래 행복하고 싶다면 그 사람의 이상형이, 사랑형이 돼 보려 노력하자. 내가 원하는 조건들만 늘어놓는 사람이 되기 보단 상대가 원하는 조건들을 맞출 수 있는 그런 사람.


결국 나는 그녀의 이상형이 아니기에, 그녀의 사랑형이 아니기에 헤어진 것처럼 가슴 아픈 이별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랑하는 사람을 내 기준에 맞췄다면
그건 이미 사랑이 아닐 거야
그녀를 만나고 내 모든 게 변했어
내 이상형은 그녀고,
내 사랑형도 그녀야.

_by pu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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