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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uding May 06. 2016

사랑에 빠진 남자

날 사랑하는지 궁금하지?

사랑에 빠진 남자는 말이야. 잘한다고 말하기보단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할 거야. 그걸 어떻게 아냐고? 말도 하지 않고 행동으로 보여주는 남자야말로 정말 눈에 보일 정도로 티가 나거든. 서로 사랑하며 나도 모르게 그녀를 위해 했던 행동들이 있거든.





비가 오는 날에 희한하게 우산을 쓰고도
비를 맞는 바보가 될 거야.



어느 날은 그녀가 일하는 카페에서 기다리며 일을 하고 있었는데 비가 오는 거야. 다행히 우산은 있었지만 굉장히 작은 우산 하나뿐이었어. 그래도 우산이 있다고 다행이라며 좋아했지. 그녀의 퇴근시간이 다가왔고 우린 함께 우산을 펴고 카페를 나왔지. 생각보다 비가 많이 왔고 한 명이 쓰기에도 우산이 작은 거야. 둘이 딱 붙어서 작은 우산도 좋아라 하고 집까지 걸어갔지. 우산 안으로 들어오는 비에 맞을까 그녀 가까이 우산의 씌워주며 걸어갔어. 그날 집에 도착해선 젖은 내 어깨를 닦아주며 다음부턴 이러지 말라고 말해줬지. 사랑에 빠진 남자는 말이지 내 여자가 혹시라도 비 맞고 감기가 걸릴까 걱정돼서 내가 비 맞는 줄도 모르며 함께 우산을 쓰게 되더라. 지금 입고 있는 옷이 값비싼 정장이라도, 새로 산 옷일지라도 말이야.





네가 천천히 걸어도 빠르게 걸어도
너의 보폭을 알아서 맞춰줄 거야.



나는 꽤 걸음이 빠른 사람이야. 그녀는 천천히 느긋하게 걷는걸 좋아하는 거 같았어. 물론 키가 작거나 아담한 여자친구는 열심히 걸어도 속도가 늦을 거야. 사랑에 빠진 남자는 그런 사람을 앞에서 끌고 가기보단 한 발 뒤에서, 네 옆에서 너의 얼굴을 보며 조금씩 조금씩 속도를 맞춰 걸을 거야. 아무리 답답하고 익숙하지 않아도 사랑한다면 너의 보폭 정도는 맞춰줄 수 있겠지. 또 너와 함께 걷기 위해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될 거야.





차가 다니는 위험한 곳으로
너를 내몰지 않을 거야.



뭔지 모르겠지만 네가 도로 쪽에서 걷게 되면 뭔가 불안하고 그렇더라. 그녀는 도로처럼 넓은 곳을 걷는걸 좋아한다면서 집을 올라갈 때 차가 안 다니면 큰길로 걷곤 했어. 하지만 그럴 때마다 불안해서 안으로 잡아왔지. 차는 없지만 혹시라도 네가 다치면 아프고 그럼 내 맘은 찢어질 테니깐. 이젠 누군가와 나란히 걸을 때 도로 쪽에서 걷는 건 내 습관이 된 거 같아. 그녀를 위해 신경 썼던 부분이 일상이 된 느낌이야. 사랑하니깐 작은 행동도 이렇게 널 위해 변하더라. 사랑에 빠진 남자는 말로만 조심하라고 하진 않을 거야.





계단을 올라가고 에스컬레이터를 탈 때
내려갈 땐 내가 먼저, 올라갈 땐 네가 먼저였어.



이상하게 계단을 올라가고 에스컬레이터를 탈 때 마저도 그녀를 위해 습관으로 변한 행동들이 있더라. 우연히 오늘 미팅이 끝나고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깨달았어. 그 사람이 치마를 입고 온건 아니지만 에스컬레이터를 올라갈 때 혹시나 뒤에서 볼까 그녀 뒤에 섰던 것처럼, 계단이나 에스컬레이터를 내려갈 때 혹시나 앞에서 오는 사람이 볼까 너의 앞에 섰던 것처럼. 그녈 위한 행동들이 사소한 배려가 됐어. 사랑에 빠진 남자는 시키지 않아도 널 위해 스스로도 모르게 습관이 될 만큼 널 신경 쓸 거야. 보일까 걱정하기보다는 보이지 않게 행동하는 거지. 그 옷도 널 위해 입고 온 옷일 테니깐.





네 웃는 모습부터 여행 갔던 곳
하루하루 소중한 추억으로 남기려고 할 거야.



그녀와 밥을 먹는 날에도, 여행을 다니던 날에도, 영화를 보는 날에도 그 하루하루와 추억이 너무 소중했어. 매일은 아니지만 그날마다 일기를 썼고 사진을 찍어 기록했어. 그리곤 함께 만났을 때 이런 일이 있었지 돌이켜보기도 하고 웃었던 날도 있었지. 시간이 지나서 너와 함께했던 일들을 떠올리면 하나하나가 너무 소중해. 사랑에 빠진 남자는 너와 있었던 일 하나하나를 기억하고 네가 했던 말 하나하나를 기억할 거야. 물론 잊어버리는 일도 당연히 있겠지. 하지만 그 사람도 그 사람 나름대로의 노력을 하고 있을 거야. 그녈 생각하며 작은 메모장에 일기를 썼고, 그녀와 찍은 사진으로 예쁜 블로그를 만들었던 것처럼.





네가 예민해지는 날까지
조금이라도 기분 좋아지라며 신경 쓸 거야.



처음 연애를 했을 땐 아무것도 몰랐어. 사실 여자들에게는 굉장히 예민한 부분이라고 생각해. 그래서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지만 사랑했던 사람의 생리주기는 항상 계산했고 먼저 챙기려고 노력했어. 핸드폰에는 주기를 계산하는 어플이 깔려있었고, 그 날이 찾아올 때면 그녀가 가장 좋아했던 옥수수수염차와 초콜릿처럼 단걸 사주곤 했었지. 얼마나 힘든지 나는 모르니깐 내가 해줄 수 있는걸 해줬어. 그래서 그런지 이제는 어플 없이도 계산할 줄 알게 됐어. 물론 매번 주기가 될 때마다 챙길 수 있었던 건 아니지만 그러려고 노력했었어. 꼭 생리가 아니라도 사랑에 빠진 남자는 네가 힘들고 짜증 나는 날이면 스스로 해줄 수 있는 무엇인가 든 찾아서 할 거야.





아무리 더워도 아무리 추워도
느끼지 못하게 될 거야.



그녀와 연애를 했던 게 여름이라 그런지 낮에는 많이 덥고 밤에는 많이 추웠어. 그런데 이상하게도 햇볕이 쨍쨍할 때 아무리 그녀의 손을 잡아도 그녀와 가까이 있어도 더운 게 느껴지지 않더라. 더운 날에는 날 시원하게 만들어주는 그런 사람이었나 봐. 간혹 밤에 그녀의 집 근처 공원이나 학교에서 산책을 할 때가 있었어. 그런 날은 그녀가 집에서 반팔을 입고 나올 때도 있었지. 그때마다 춥다고 말하면 내 옷을 벗어주곤 했는데. 이상하게 그런 날 나는 반팔을 입고 있어도 전혀 춥지 않더라. 또 이런 날에는 날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그런 사람이었나 봐. 아마 사랑에 빠진 남자는 덥고 추운걸 느끼지 못하는 게 아닐까?





너와의 연락을 가장 우선시했어
그렇기에 내 핸드폰은 너로 도배됐지.



항상 카카오톡을 켜면 그녀의 카톡을 먼저 읽었고, 바쁜 일이 있어도 그녀의 연락을 전부 받으려고 노력했어. 그리고 일이 끝나면 항상 먼저 연락했던 사람도 그녀였고. 그래서 내가 선택했던 방법은 그녀와의 연락 수단을 전부 핸드폰 첫 화면에 넣는 거였지. 전화 바로 걸기도, 카카오톡 바로가기도, 페이스북 단축키도 할 수 있는 모든 걸 만들어서 핸드폰 첫 화면에 넣어놨지. 그래서 나는 핸드폰을 켜서 버튼 한 번만 누르면 그녀와 어떤 방식으로든 연결이 됐지. 사랑에 빠지면 1초도 아까워 이렇게 너와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할 거야. 내 핸드폰을 켜면 누굴 사랑하고 누굴 좋아하는지 한 번에 알 수 있었지. 그녀와 사귀기 전부터 이렇게 설정했었거든.





내 음악 목록에는
네가 좋아한다는 음악이 가득했어.



그 당시에는 음악 어플을 따로 쓰진 않았었지만, 집에 있는 컴퓨터엔 항상 그녀가 좋아했던 음악들을 적어놓고 다운로드했어. 혹시라도 노래방에 가거나 혹시라도 그녀와 음악을 듣게 되면 그 노래를 불러주고 틀어주고 싶어서.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녀가 좋아하는 게 어떤 건지는 알았던 거 같아. 지금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은 <Merry Christmas Mr.Lawrence>라는 음악이야. 그녀가 날 위해 연주해줬던 곡이었거든. 사랑에 빠진 남자는 네가 어떤 걸 좋아하는지 궁금하고 하나씩 알아가려고 할 거야. 머릿속에는 온통 네 생각뿐이니깐.



이렇게 사랑에 빠진 남자는 말이야. 말로 표현하기보단 먼저 몸으로 움직이게 되더라고. 항상 길을 걸어도 밥을 먹어도 네 생각뿐이니깐. 혹시라도 다치지 않을까 걱정하며 자리를 바꿔 걷기도 할 테고, 다른 사람이 널 훑어보지 않을까 걱정하고, 오늘을 잊을까 걱정하고, 네 기분까지 생각하며, 네 연락을 기다릴 테니깐.


모두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아. 그리고 한 번도 빠트리지 않고 널 챙길 수 없고 항상 네 옆에 있을 순 없겠지. 그렇지만 사랑에 빠진 남자는 말로 표현하는 것도 좋지만 너 모르게 이렇게 노력하고 변하고 있을 거야. 또 부끄러워 말하진 못해도 이미 몸으론 널 위한 행동을 하고 있을걸. 아직 썸이라고 느껴지고 있다면, 아니면 이별을 앞두고 있다면, 아니면 예쁜 사랑을 하고 있다면 그리고 그 사람이 날 사랑하는지 궁금하다면 오늘부터 그 사람의 행동을 자세히 살펴보는 건 어때. 작아서 금방 지나칠 수 있는 것들이 사실 사랑일 수도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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