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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uding May 18. 2016

고민이 있나요?

나미야 잡화점 고민상담소 운영수칙

나름 화목한 가정에서 지냈다. 그땐 부모님도, 집도 있었던 굉장히 평범한 가족이었다. 그렇게 평생을 부모님, 동생과 함께 행복하게 지낼 줄 알지만 그 꿈은 머지않아 깨지게 됐다. 경제적인 어려움과 부모님의 이혼 등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에게 감당할 수 없는 시련이 한 번에 찾아왔다. 부모님이 이혼했다고, 집이 없어졌다고 차마 친구들에게 이야기할 수 없었다. 부끄럽기도 했고 인생의 낙오자가 된 느낌이 들었다. 가족도, 친구도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고민이 생겼다. 내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했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졌다. 평생을 만날 수 있을까 생각하며 그녀가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금방 잊히겠지 생각했던 아픔이 이젠 내 일상까지 망가트린다. 결국 혼자서 버티기 힘들어 친구들에게 고민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하지만 언제까지 진지하게 들어주고 위로해주진 못했다. 결국 아무에게도 말 못 하고 혼자 글을 써 내려가며 위로했다.


사업을 시작했다. 열정만으로 해결될 줄 알고 뭐든 시작했다. 나름 대학교 잡지에도 나오고 여기저기 인터뷰 다니느라 꽤 재미있게 지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현실의 벽이 높게만 느껴졌다. 지금까지 내가 해왔던 건 사업이 아니라 그냥 동아리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힘든 마음 가족에게도 친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우리 집은 사업 때문에 크게 안 좋아진 기억도 있었고, 주변에선 이미 성공한 사람처럼 나를 바라봤으니깐. 결국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못하고 끙끙 앓았다.



고민을 이야기할 사람이 필요했다.
친구도, 부모도 누구에게도 말 못 할 고민.







살면서 정말 힘든 일이 많이 있다. 위에 있었던 이야기만 봐도 내가 겪었던 일중에 극히 일부다. 군대에서도, 청소년, 대학생, 지금도 내 고민을 편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부모님께 이야기해볼까 하지만 걱정하실까 말하지 못하고, 친구에게 말할까 하지만 한계가 있다. 결국 여기저기 내 고민을 이야기하다 스스로 지치고 모든 걸 내려놓게 된다. 그래서 만들어진 공간이 나미야 잡화점이다.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라는 책에 나오는 잡화점의 이름을 그대로 따왔다. 나미야 잡화점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자유로운 상담창구다. 나와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만든 나미야 잡화점. 오늘부터 새롭게 변한 나미야 잡화점의 운영수칙을 적어보려 한다.



1.    

기존의 나미야 잡화점의 주인은 브런치 puding 작가였지만, 남자 입장과 여자 입장을 함께 들려드릴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여자 주인이 새로 들어왔습니다. 앞으로 변한 나미야 잡화점은 남자 입장의 `puding`작가, 여자 입장의 `아는 언니` 두 명의 주인이 상담할 예정입니다. 상담 전 상담을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puding`이나 `아는 언니`라고 불러주세요.


2.   

나미야 잡화점의 주인은 평범한 사람입니다. `puding`은 작은 기업을 운영하는 사업가이자 강사, 평범한 청년입니다. `아는 언니`는 좋은 사람과 만나 예쁜 가정을 만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는 제 멘토입니다. 둘은 전문 상담가가 아닙니다. 그렇기에 항상 원하는 이야기만 해드릴 수 없고 맞는 이야기만 할 수 없습니다. 그런 만큼 우리는 정답을 알려주기보단 고민을 들어주는데 집중하려고 합니다.


3.   

나미야 잡화점에서 나누는 이야기는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습니다. 콘텐츠로 만들어도 되는지, 글로 써 내려가도 되는지 절대로 물어보지 않습니다. 누군가의 고민으로 뭔가를 만들고 싶진 않습니다. 그렇기에 누구에게도 말 못 할 고민이 있다면 언제든 문을 두드려주세요. 여러분의 고민과 비밀은 무덤까지 가져가겠습니다.


4.   

나미야 잡화점에서는 정답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많이 살아본 건 아니지만 인생에, 삶에, 사랑에 정답이 없다는 걸 알았습니다. 설령 정답이 있다고 한들 그건 사람마다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잡화점에서 들려주는 이야기 역시 정답이 아니며 따라 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지금까지 겪었던 경험을 토대로 조언을 해주고 이야기를 들어줄 뿐입니다.


5.   

혹시 내가 누군지 알까 상담을 주저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나미야 잡화점에서는 상담해주시는 분이 누구인지 알 수 없습니다. 심지어 카카오톡 프로필도 제대로 볼 수 없습니다. 그러니 아직도 주저하고 있다면 편안하게 문을 두드려주세요.


6.   

나미야 잡화점은 24시간 운영하고 있습니다. `puding`은 한국에서, `아는 언니`는 아프리카에서 서로 동시에 잠드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항상 여러분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있습니다. 너무 늦은 시간이 아닐까, 너무 이른 시간이 아닐까 고민하지 마세요. 사람이 답변을 하는 공간인 만큼 답변이 늦을 수 있지만 잡화점의 문이 닫히는 일은 없을 겁니다.


7.   

나미야 잡화점의 이용료는 여러분의 고민과 응원입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카카오톡 보내주셔도 나미야는 깊은 고민과 생각 후 답변을 드리고 있으니 언제든 편하게 찾아오세요.





하루가 멀다 하고 연애에 학교에 회사일에 일이 꼬이고 꼬여 나보다 더한 사람이 또 있을까? 싶은 날,

치맥 한 잔 하며 내 얘기 좀 들어줬음 하는 마음에 친한 친구를 불러봐도 나보다 더 고민이 많은 친구 이야기에 열심히 들어주고 조언하고 돌아온 적 있죠?

결국 내 고민은 아무에게도 하지 못한 채, 시간이 흘러 내가 언제 그런 고민을 했었나? 싶을 때가 많아요. 그럴 때 아는 언니라도 불러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나누는 건 어때요?

아는 언니가 혜민스님처럼 소크라테스처럼 인생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그런 멋진 조언은 못해줘도 진심을 담아 듣고 솔직하게 얘기해줄게요.


_by 아는 언니



사랑에 아파하고, 취업에 치여보고, 창업에 흔들리고
얼마나 좋은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나를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가까운 가족에게도 말 못 할 고민이 있다면
같은 아픔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이야기해보는 건 어떠세요?

비록 좋은 해결책을 내줄 순 없지만
마음 한편에 있는 답답한 마음이 조금이라도 풀릴 거 같다면
언제든 잡화점에 놀러와 고민을 말해주세요.
내가 겪은 일이라 생각하고 깊이 고민해볼게요.

고민이 있으신가요?
함께 고민해봐요.


_by puding



작은 상담소 kakao
@나미야잡화점
http://plus.kakao.com/home/@나미야잡화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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