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을 희망이라 부를 수 있을까

도종환, 산맥과 파도

by 김조안

능선이 험할수록 산은 아름답다

능선에 눈발 뿌려 얼어붙을수록

산은 더욱 꼿꼿하게 아름답다

눈보라 치는 날들을 아름다움으로 바꾸어놓은

외설악의 저 산맥 보이는가

모질고 험한 삶을 살아온 당신은

그 삶의 능선을 얼마나 아름답게

바꾸어놓았는가


험한 바위 만날수록 파도는 아름답다

세찬 바람 등 몰아칠수록

파도는 더욱 힘차게 소멸한다

보이는가 파도치는 날들을 안개꽃의

터져오르는 박수로 바꾸어놓은 겨울 동해바다

암초와 격랑이 많았던 당신의 삶을

당신은 얼마나 아름다운 파도로

바꾸어놓았는가


창비시선 177 부드러운 직선


삶은 부드러운 직선이 될 수 없다. 삐뚤고 거친 곡선에 가깝다. 오르막과 내리막의 반복. 절망과 희망의 변주. 예각과 둔각의 교차. 능선과 파도가 아름답다고만 생각했지. 그 사이의 격랑은 잘 보지 못했다. 어느 겨울 바다에서 거친 바람을 맞으며 물살을 가르는 한 척의 배를 본 적이 있다. 서 있기 조차 힘든 바닷바람과 배를 휘청이게 하는 파도 속에서 선장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소금기로 진뜩한 머리칼을 휘날리며 그는 어떤 마음으로 고기를 낚았을까. 그의 격랑은 파도만큼 아름다울 수 있을까. 그가 오르는 삶의 능선은 어떤 모습일까. 밖에서 바라보는 산맥과 파도는 아름답다. 산맥과 파도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사람은 그 풍경을 무엇이라 부를까. 한때는 참 좋아했던 시였지만, 이젠 잘 모르겠다. 삶의 절망을 쉽게 희망이라 발음하는 것 같아서. 나는 차라리 산맥과 파도 앞에서 엎드려 엉엉 울고 싶다.